[아! 대한민국-77] 한옥(韓屋)
[아! 대한민국-77] 한옥(韓屋)
  • 김정남<본지 고문>
  • 승인 2014.12.13 0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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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정남(본지 고문, 전 청와대 사회교육문화수석)
한옥이라 하면 일단 지붕에 기와를 얹고, 처마를 내며, 벽과 지붕에는 짚을 섞은 황토를 바르거나 올리고, 대청과 누마루가 있으며, 방에는 구들을 놓은 집을 말한다. 넓은 의미에서는 옛날의 초가집까지 한옥의 범주에 넣어야겠지만, 지금은 한옥 하면 기와집을 연상할 수 밖에 없다. 그리고 한옥이 앉는 방향은 남향 아니면 동남향이다. 뒤에는 산, 앞에는 멀리 물을 끼고 있으면 더욱 좋다.

하나의 건물 그 자체로 냉·난방 기능을 갖추고 있는 것이 한옥이다. 한옥 지붕은 여름과 낮에는 집안을 시원하게 하고, 겨울과 밤에는 따뜻하게 한다. 처마는 계절에 따라 실내로 들어오는 햇볕의 양을 조절해 실내환경을 쾌적하게 한다. 황토는 세균번식이나 곰팡이의 번짐을 막아준다.

한옥은 지을 때부터 자연을 숨쉬고 또 자연과 통하게 되어있다. 남동향 바람길이 그것인데, 여름 바람은 앞문을 통과해 마당을 가로질러 대청에 올라 뒷문을 거쳐 뒷동산으로 사라진다. 여름날 대청에 누워있으면 시원한 것이 그 때문이다. 겨울에 대청 나무창을 닫으면 찬 북서풍의 바람문이 완전히 막혀 포근하고 아늑하다. 자연을 활용한 친환경 주거형태의 전형이라 할 수 있다.

한옥의 깊은 처마는 차양처럼 햇살을 가려 그늘을 만든다. 겨울에는 햇살에 데워진 공기가 위로 올라가다가 처마에 걸려 머문다. 서까래도 따뜻한 공기를 오목한 그릇처럼 그 아래 모은다. 게다가 한옥의 방들은 대부분 깊지 않아 햇빛이 방끝까지 들어온다. 잘 지은 한옥이라면 온돌 외에 별도의 냉난방이 필요치 않은 것은 이 때문이다.

세종 때 간행된 의학서 「구황촬요」에는 “뜨끈한 구들은 병을 치료하는데 요긴한 시설”이라고 쓰여있다. 온돌에 몸을 지지는 효과를 말하는 것이다. 에너지 효율이 좋은 온돌은 방바닥을 뜨끈하게 데워 그 위에 등을 지지는 이의 혈액순환을 원활하게 해준다. 우리 땅의 나무, 흙, 돌, 풀 같은 우리의 것만으로 지어진 한옥은 수명이 다하면 자연으로 환원되는 특성도 가지고 있다.

창호지를 발라 바람소리. 처마 끝 낙수 물소리, 위 뜨락 감나무의 까치소리, 뒤뜰 후박나무에 비 떨어지는 소리, 앞마당 느티나무의 매미소리 등의 자연음을 들을 수 있다. 버선코의 날렵함을 보여주는 처마의 곡선, 추녀를 중심으로 부채살 모양으로 뻗으면서 기와지붕을 받치는 서까래, 집의 중심을 잡으면서 위의를 갖추고 있는 대들보 등은 한옥 조형의 아름다움을 보여주는 것으로, 무릇 한옥에는 조선시대의 성리학적 철학과 질서가 스며있다.

한옥의 기본 단위는 5자인데 이는 한국인의 표준신장으로, 한옥은 그 모든 것이 우리 몸과 직결되어 있다. 한옥은 그 철학도 크기도 인간적이라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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