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say Garden] 아버지와 딸(Like father like daughter)
[Essay Garden] 아버지와 딸(Like father like daughter)
  • 최미자<미주문인협회 회원>
  • 승인 2014.12.15 15: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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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봄에는 멀쩡한 아침 바다에 서서히 침몰하는 배를 텔레비전으로 바라보면서 귀하게 키워놓은 십대 아이들을 구하지 못하는 나라의 수치스러움에 몸 둘 바를 몰랐는데, 12월엔 사죄하는 아버지와 딸의 모습으로 또 대한민국을 망신시키고 있다.

뉴욕에서 한국으로 가는 국제선 비행기가 어찌 개인 소유의 자가용 비행기란 말인가. 잘난 조부모와 아버지 덕에 명예를 쥔 너무도 철이 안 든 손녀의 행패를 보며 허탈하다. 역사를 돌아보면 1969년에 공기업이던 대한항공을 박정희 대통령의 권고로 한진상사의 조중훈 회장이 인수하여 1979년 비행기가 뉴욕으로 날아가며 자랑스럽게 한국의 국력이 세계로 뻗어나가기 시작한 것이다.

12월 땅콩회항(Nuts Return) 사건으로 세계인의 손가락질이 나날이 거세지고 있다. 오늘 인터넷 영어신문에는 사죄하고 있는 아버지와 딸의 사진을 함께 나란히 등장시켜놓았다. 내용을 읽으며 마음이 착잡하다.

어느 영어 기사에는 댓글이 500여 통이 넘는다. 이 사건을 보고 한마디씩 써놓은 짤막한 댓글 속에는 ‘그 아버지에 그 딸(Like father like daughter)’, 못난 자식(Poor baby, 사과를 했지만 잘못 된 그녀가 과연 바뀔까), 아마 말썽꾸러기 자식을 체험한 부모인 듯 느껴지는 분은 영어 댓글에 측은한 아버지라며 이심전심으로 동정하는 글도 있다. 아랫사람을 무시하는 재벌들의 권력 횡포에 분노하는 영어기사를 읽으며 나는 대한민국 국민으로 무척 씁쓸하고 부끄럽다.

한 사람이 무모하게 저지른 이 사건의 원인은 어디에서부터 시작되었을까. 오냐오냐하며 하나 둘만 키우다 보니 봉사처럼 눈이 멀어지는 부모의 어리석은 사랑, 우리 모두의 자화상은 아닌지 주변을 새삼 돌아보게 된다. 실제로 세월호의 선주 유 씨네 일가처럼, 일부의 그렇게 못 된 자식들은 호화생활로 지금도 해외에서 도피 중이 아닌가.

자녀들은 부모들의 잘못된 삶을 보고 자라며 은연중에 배운다. 학교에서 착한 친구를 짓밟더라도 너만 좋은 성적을 받으면 된다고 부추긴 사람들이 누구인가. 재벌 가족 회장님들, 당장 집안 식구들 단속과 함께 뼈아픈 구조조정이 이루어져야 하리라. 정부도 부모로부터 받은 재산에 상속세를 많이 내도록 해서라도 재벌혈통의 계승을 막아야 한다는 사람들의 여론을 들어야 한다.

요즈음 백두혈통이라며 김일성부터 내려오는 족벌 정치로 힘없는 북한 백성들을 인권탄압한다며 세계가 분노하고 있는데, 권력을 이용한 빈부의 격차로 사람과 인권을 무시하면 될까. 학교의 도덕교육이 사라지고 출세만을 위해 기본 인간성도 없는 사람을 만들며 살아온 대한민국의 썩은 병들을 어떻게 하나씩 고쳐가야 할지. 거짓을 두려워하지 않는 세상이지만 양심이 살아나야한다. 소를 잃어버리고 외양간을 고친다는 속담처럼 이제라도 늦지 않다.

미국에 살면서 보니 재벌 부모들은 당대에 모은 재산을 자식들에게 거의 물려주지 않는다. 대부분 사회사업단체에 기부해 버리거나 생전에 자선단체를 만들어 제삼자에게 운영을 맡기는 경우가 많다. 그러니 한국의 재벌 형제들처럼 법원에 들락거리며 수치스러운 싸움을 할 일도 없다. 지혜로운 조상들은 바람직한 일로 선업을 쌓으니 자손만대로 그들의 행운과 복도 오래 이어갈 것만 같다.

얼마 전 대한민국의 두 항공사가 미국 항공사보다도 비행기 표값을 많이 받는다며 항의하여 승객들에게 돈을 돌려준 적이 있다. 해외에 사는 우리는 비빔밥도 먹고 가능하면 자국적 항공사를 돕는다며 비싼 비행기 값을 치르며 애용했는데, 배신감을 느껴서 지금은 값이 싼 타국적기도 많이 탄다. 뉴욕에서 대한 항공 불매운동이 일어나는 까닭이 어찌 한 두 가지의 불만일까.

남을 배려할 줄 아는 사람들이 세상을 공정하게 움직이고 지키려고 하기 때문이다. 고맙게도 세계인의 착한 눈(Eye)이 부릅뜨고 있는 세상이 된 것이다. 또, 젊은 여인 부사장이 이 정도의 세력을 부릴 정도였다면, 그동안 알 수없는 여러 직원들의 마음고생은 얼마나 있었을까 하는 안타까운 상상과 함께 딸의 실수로 조양호 회장의 초라한 모습이 다시는 대한민국에 재현되지 말았으면 한다. 기업가들도 어느 성인의 말처럼 적게 벌어 부자가 되는 방법을 좀 궁리하면 어떨까.

올해도 여러 슬픈 사건들을 가슴에 새기며 저물어 가는 동짓달, 12월. 새 달력을 벽에 걸으며 지난 365일 동안 내 주변에 얼마나 고마운 사람들의 은혜를 입었는지를 조용히 돌아본다. 그리고 힘없는 착한 사람들을 기억하며 또 정의로운 사람들과 더불어 희망으로 월드코리안신문의 독자들과 함께 밝은 새해를 맞이하기를 기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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