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의(疑)’에서 ‘신(信)’으로 가는 한 해가 되기를
[칼럼] ‘의(疑)’에서 ‘신(信)’으로 가는 한 해가 되기를
  • 이종환 기자
  • 승인 2014.12.19 04: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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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동포정책이 신뢰를 줘야...해외에서 우려 커
▲ 이종환 월드코리안신문 발행인

지난 한해를 꿰뚫는 단어가 있다면 뭘까? 민주평통 행사 참여차 인도네시아를 다녀오면서 이런 생각을 해봤다. 저물어가는 갑오년 한해를 특징짓는 키워드가 뭔지 떠올려본 것이다.

여러 단어가 머리 속에서 떠오르다 사라졌다. 그러면서 퍼뜩 스친 글자 하나가 ‘의(疑)’자였다. 중국 한자어의 어원을 설명한 ‘설문해자’에서 ‘의(疑)’는 ‘화살을 만들면서 길고 짧음을 가늠하지 못해 망설이는 상태’를 나타낸다. 뭐가 긴지 아닌지를 정하지 못해 당혹스런 상태라는 뜻이다.

이 글자를 지난 한해의 키워드라고 내심 생각한 것은 ‘세월호’나 '방산비리', ‘찌라시’,‘십상시’ 등 언론에 숱하게 오르내린 단어들의 밑바닥에 미혹과 당혹, 의심, 망설임이 있는 게 아닐까 하는 느낌 때문이었다.

‘세월호’ 침몰은 우리 사회의 ‘베이직’에 물음을 던진 사건이었다. 물에 빠진 사람을 보면, 구해주는 게 사회의 기본이다. 하지만 세월호에서는 기울어가는 배 속에 어린 학생들을 속절없이 기다리게 해놓고 선장과 선원들은 내몰라라 빠져나갔다. 긴급구조를 위해 투입되어야 할 구조선도 가까운데는 내버려주고 일부러 먼곳에서 투입해 황금같은 구조시간을 까먹고 말았다. 비리가 얽힌 탓이었다.

해운비리는 양파껍질 까듯 깔수록 새로운 것이 나왔다. 배가 불법 개조돼 버젓이 운용되고 있었지만, 안전운행에 대한 매뉴얼은 지켜지지 않았다. ‘총체적 부실 공화국’이라는 지탄의 목소리가 나온 것은 당연했다. 세월호와 함께 대한민국 공무원과 정부에 대한 국민의 믿음도 침몰했다. 

그런 가운데 ‘찌라시’ 사건도 터졌다. 청와대 민정수석실에서 만든 ‘동향보고’문건이 밖으로 유출되면서 일파만파의 파문을 불러 일으킨 것이다. 청와대의 ‘문고리 권력’이 박근혜정부의 인사를 좌지우지 한다는 게 내용의 핵심이었다.

‘문고리 권력’을 이루는 ‘십상시’와 그 뒤에서 다툰 ‘만만회’에 대해서도 후속 보도들이 뒤따랐다. 이 사건도 배후에는 ‘의’자가 숨어있었다. 박근혜 대통령의 인사에 대해 믿지 못하겠다, 문고리 권력이 좌지우지한다는 강한 의혹이 깔려 있었다.

‘의’자는 지난 한해 한국사회를 관통한 키워드만은 아닌 듯하다. 해외한인사회에서도 ‘의’자가 지난 한 해를 휩쓴 듯하기 때문이다. ‘뉴욕타임즈(NYT) 광고’사건이 대표적이다.일부 교민들이 미시USA 사이트를 통해 비용을 모금해 뉴욕타임즈에 모국인 한국 정부 비난 광고를 실었던 것이다. 나아가 이들은 박근혜 대통령이 유엔 기조연설을 위해 뉴욕을 방문한데 맞춰 또다시 뉴욕타임즈에 비난광고를 게재하고, 유엔본부 앞에서 박대통령 퇴진구호를 외치기도 했다.

이들의 움직임 배후에는 우리 정부에 대한 강한 회의(懷疑)가 깔려있음이 틀림없다.또 이들의 움직임을 보는 대다수 해외동포들의 눈에는 ‘이들은 종북세력일 것’이라는 의심이 깔려있다.

지난 12월 중순 민주평통 아시아-유럽 여성컨퍼런스 취재를 위해 자카르타를 방문했을 때도 현지 교민들로부터 대한민국 정부 정책에 대한 ‘의문’의 목소리를 들었다. 우리 정부가 해외에 있는 동포들을 믿지 못하고, 탈세를 하는 사람들로 의심하고 있다는 얘기였다.해외에서 열심이 기업활동을 해서 돈을 벌어 한국에 보내고 있는데도 모국은 이들이 해외거주를 가장해 탈세를 하고 있지 않는가 하는 눈으로 보고 있다는 게 안타깝다는 얘기였다.

우리 사회에 ‘의(疑)’자가 횡행하도록 해서는 안된다. 교민사회에서도 마찬가지다. 사람이 물에 빠지면 빠르게 구해주는 것이 베이직이다. 이에 대한 믿음이 있어야 한다. 해외에 나가 있는 동포들에게도 우리 정부와 사회는 믿음을 줘야 한다. 그들에게 힘이 되고, 도움이 될 것이라는 믿음을 줘야 한다. 새해 을미년 양띠해는 ‘신(信)’자가 키워드 되는 한해가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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