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대한민국-79] 떡살
[아! 대한민국-79] 떡살
  • 김정남<본지 고문>
  • 승인 2015.01.10 0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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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정남(본지 고문, 전 청와대 사회교육문화수석)
짧게는 길이 10cm에서 길어도 50cm 안팎의 아담하되 야무진 나무 막대기에 문양을 음각, 또는 양각으로 새긴 것이 떡살과 다식판이다. 떡살에는 사기로 구워낸 것도 있다. 그런 점에서 떡살과 다식판은 전통문양의 보고이다. 우리 민족만의 문양이 거기에 다 들어있다.

최근 부쩍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한류 문화상품의 디자인이 거기서 비롯되고 있다. 거기에는 자연에서 체득한 미를 응용하는 우리 민족의 미적 감각, 가슴 속의 기원들, 가문의 동질성 등이 배어있다. 과연 우리 민족은 생활 도구를 간결하게 만들되, 거기에 무늬를 새길 줄 아는 민족이었다.

떡살은 대개 꽃, 물고기, 글자, 기하학적 무늬 등으로 되어있다. 다식판 역시 동식물과 글자로 구성되어 있는데 문양마다 상징하는 의미가 다르다. 물고기는 다남(多男), 모란은 부귀, 매화는 회춘, 연꽃은 청정, 거북은 장수, 아예 글자로 富, 貴, 多男, 壽, 福, 喜, 康寧을 새겨 넣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옛사람들은 떡살에 문양을 찍으며 나쁜 것을 몰아내고 부귀와 장수를 빌었다. 흥미로운 건 상류층은 끊임없이 부귀, 다남 같은 복을 비는 문구를 선호했는데 반해, 서민들은 귀신을 쫓고 무탈하기를 바라는 벽사(壁邪)를 선택했다.

옛사람들이 떡살을 사용했던 것은 예술적 감성 때문만은 아니었다. 떡에 무늬가 들어가면 겹겹이 쌓아도 미끄러지지 않는다. 요철에 기름이 고여 맛도 더 고소해지고 선이 있어 떡을 자를 때도 기준이 될 수 있었다. 무늬만으로 어느 집안 떡인지를 알아 가문의 결속과 구별에도 기여했다. 거기에 교훈적 내용을 담았으니 아이들 교육에도 보이지 않게 한몫 했다.

떡살을 만드는 나무는 결이 치밀하고 탄력성이 좋아야 하기 때문에 냄새나는 소나무, 전나무, 강도가 무른 오동나무, 피나무, 버드나무, 강하지만 잘 틀어지는 참나무, 떡갈나무는 안 되고 야물고 결이 고운 은행나무, 호두나무, 때죽나무, 팽나무, 돌배나무, 살구나무, 벚나무, 고로쇠나무 등을 썼지만, 최고로 치는 건 감나무, 대추나무, 박달나무다.

분명 잊혀져 가고 있는 생활 속 소가구지만, 사람들의 머릿속엔 아련한 연상으로 떡 위에 찍혔던 떡살의 무늬를 기억하고 있다. 명절이나 잔치 때 켜켜이 쌓였던 떡이나 다식에는 또 얼마나 우리민족의 식생활 민속이 담겨 있었던가.

봄철의 송화가루로 명절에 만들어먹었던 송화다식의 그 노란 색과 소나무 향기는 고향의 맛으로 누구에게나 기억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처럼 다식판이나 떡살에는 우리 민족의 정서가 반영되어 있어 민족에 대한 향수를 자아내게 하는 그 무엇이 있다. 그 무늬들은 현대적 감각으로 다시 태어나 한류 문화의 맥으로 영원히 이어져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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