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의 아시아 꿈꾸는 김규택 원아시아클럽서울 이사장
하나의 아시아 꿈꾸는 김규택 원아시아클럽서울 이사장
  • 고영민 기자
  • 승인 2015.01.16 1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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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아시아클럽, 시민교류 통한 아시아지역 국가통합 추구”
“대한민국, 강대국 틈바구니에서 중립·실용외교 펼쳐야”

정치학, 특히 국제정치이론의 기초로 인식되는 대표적인 관점이 ‘이상주의(idealism)’와 ‘현실주의(realism)’라고 한다. 동양의 공자와 맹자, 서양의 플라톤 등이 이상주의라면 순자와 마키아벨리는 현실주의에 가깝다고 말한다. 적자생존의 치열한 난세 속에서는 현실주의가 주류를 이루지만, 그렇다고 ‘이상’의 힘이 사라진 적은 없었다. 마치 쿠바혁명을 완성한 ‘체 게바라’가 “우리 모두 리얼리스트가 되자. 그러나 가슴 속에는 불가능한 꿈을 갖자”고 외쳤듯이 이상주의와 현실주의가 반드시 상반되는 개념은 아닌 듯하다.

오랜 기간 일본에서의 외교관 생활을 마치고 지난 2009년 1월부터 정길생 초대이사장(건국대학교 석좌교수·前한국과학기술한림원장)으로부터 바통을 이어 받아 ‘원아시아클럽서울(One Asia Club Seoul)’이라는 외교부 승인 비영리 사단법인을 이끌고 있는 김규택(사진) 이사장은 이상주의와 현실주의의 양면성을 두루 갖춘 인물처럼 보였다. 아시아지역 시민들이 민간교류를 통해 상호이해와 친분을 돈독히 하고 각종 비즈니스 기회도 창출하다보면 유럽연합(EU)처럼 아시아지역 국가통합을 이룰 수 있다고 확신하는 그는 완벽한 이상주의자처럼 보인다.

반면에 초강대국 미국을 비롯해 중국, 일본의 틈바구니에 낀 샌드위치 신세를 돌파하기 위해서는 한국정부가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는 ‘중립외교’를 효과적으로 구사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그는 전형적인 현실주의자다. 심지어 “미국이 있기 때문에 한국이 대접 받는다”고까지 말한 그는 “그렇다고 중국과 대립할 필요가 전혀 없고 한·중FTA 등을 통해 더 큰 이득을 볼 수 있도록 외교적 역량을 키워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시진핑 국가주석의 방한 이후 더욱 두터운 한중관계를 형성하고 있는 것과 관련해, 김 이사장은 시진핑 국가주석이 저장성(浙江省) 당서기였던 2005년부터 돈독한 친분을 쌓아온 박근혜 대통령의 혜안을 높이 평가하기도 했다. 또한 양국 지도자의 개인적 친분에 더해 북한문제 등을 둘러싼 양국의 정치·외교적 목적과 경제적 필요가 서로 절묘하게 맞아 떨어졌다고 분석했다.

“중국, 세계시장에 진출하기 위한 최고의 활용 대상”

한·중FTA체결에 따른 각종 우려와 관련해선 “60~70년대 당시 한국정부가 수출산업육성 차원에서 자동차와 철강산업 등을 시작해보자고 했을 때, 많은 사람들이 부정적인 의견을 강하게 제기했지만 결국은 세계 최고의 자동차, 철강업체를 배출했다”며, “그때보다 훨씬 경제영토가 커진 상황에서 겁낼 필요가 전혀 없으며, 난관을 피하지 말고 부딪혀 극복하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중국의 광활한 시장을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이색적인 전략도 제안했다. 그에 따르면, 중국의 발전 속도를 고려해 볼 때 한국이 중국에 팔 수 있는 물건은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이제는 중국대륙에 독자적으로 한국 상품을 팔겠다는 생각보다는 중국인들과 손을 잡고 세계시장으로 진출하는 이른바 교두보 전략이 필요하다. 즉 중국은 경쟁 대상이 아니라 세계시장에 진출하기 위한 최고의 활용 대상이자 동반자라는 의견이다.

기존 이윤율을 줄이고 중국인들에 20~30% 이상의 이득을 떼어 주더라도 중국 상인(華商)들을 통해서 전 세계에 한국 상품을 진출시키는 것이 장기적으로는 더 큰 이익을 가져다 줄뿐만 아니라 한중 양국이 공생할 수 있는 윈-윈(WIN-WIN) 전략이라는 부연설명이다. 그의 의견은 선진국에는 기술과 품질경쟁에서 밀리고 중국, 동남아 등 후발 개도국에는 가격경쟁에서 밀리는 ‘넛크래커(nutcracker)’ 현상을 극복해 가격은 선진국보다 낮고 기술은 개도국보다 앞서는 ‘역넛크래커’로의 인식변화로써 기존 산업기반을 효과적으로 이용하는 방법으로도 통할 듯하다.

▲ 원아시아클럽서울, 중국교육학회, 시티필하모니 오케스트라 주최로 경기예술고등학교에서 개최된 2011 한중 청소년 국제 문화예술제.

“한일관계 돌파구, 정상회담의 정치적 결단 필요”

그의 냉철한 현실주의 감각은 한일관계의 난국 타개책에서 여실히 드러났다. “대북강경책 및 우경화 정책으로 정권유지에 성공한 아베정권은 기존 노선을 절대 바꾸지 않을 것”이라며, “독도와 일본군위안부 문제를 포함해 역사왜곡과 혐한시위(헤이트스피치) 해법은 양국 민간단체에 맡기고 정부는 가만히 놔두는 게 상책이다”고 밝혔다. 현 상황에서 역사적 사죄를 하라고 아무리 요구해봤자 먹히지 않는다는 것이다. 또한, 독도의 실효적 지배를 통한 ‘조용한 외교’ 전략을 한국의 몇몇 정치인들이 철없는 발언과 행동을 함으로써 불씨를 키운 측면이 있으며, 이제는 일본정부의 오버액션을 제어 불가능한 상태에 이르게 했다고 주장했다.

김 이사장은 “오랫동안 일본인들을 봐온 입장에서 그들의 속성상 우리가 힘이 강하면 자동으로 해결될 문제이다”며, “힘이 약한 작금의 상황에선 손해만 볼 확률이 크다”고 꼬집었다. 일본군위안부문제 등이 인류보편적 가치인 인권을 짓밟는 전쟁범죄 행위라는 것을 국제사회에 선언하고 그 해법과 책임을 일본에게 넘기는 게 현명하며, 경색된 한일관계를 풀기 위한 방편으로 한일정상회담을 갖는 과감한 정치적 결단력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물론 “국민정서상 반대 의견이 많겠지만 현재 일본과의 관계형성에 있어서 여론에 끌려 다니지 말고 실용주의를 추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 원아시아클럽동경 초청 국제교류행사.

“민단의 변화촉구? 지탱하고 있는 것만으로 고맙게 생각해야”

정문일침(頂門一鍼) 같은 그의 직설은 임의단체인 ‘재일본대한민국민단(민단)’의 문제로 이어졌다. “일본 10곳에 소재한 총영사관의 기능을 보완할 수 있는 민단 지방본부와 지부 사무소가 전국 곳곳에 있으며 이들이 민간외교사절로서 그리고 준영사관으로서 수행하는 한일교류와 인식개선 역할은 지대하고, 그 존재 자체만으로도 한국에 이익이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민단 지원예산이 과도하다는 비판과 사단법인으로의 전환 요구와 관련해 “그간 민단이 모국에 기여한 것에 비하면 조족지혈에 불과하다”며, “일본의 간섭과 통제를 받는 법인으로 전환되면, 지난해 일본정부가 헤이트스피치를 규제하도록 법을 제정해 실시하라는 유엔의 권고안을 이끌어낸 민단중앙본부의 역할은 더 이상 기대하기 힘들 것이다”고 경고했다.

이어 “예산관리 투명성을 핑계로 통제를 가하는 것일 뿐이다”며, “지원금은 민단 전체 유지비의 일부에 지나지 않으며 오히려 그들이 스스로 내놓는 게 크며, 자체 회계감사를 통해서도 투명성은 얼마든지 유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재일동포 1세대를 거쳐 2~3세대와 뉴커머들이 어우러질 수 있는 민단 조직을 만드는 것은 매우 어려우나 없애는 것은 한순간이다”며, “정치권은 재일동포사회의 역사와 현실을 인식해야 하며, 그들이 민단조직을 유지·지탱하고 있는 것만으로도 고맙게 생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지난 2010년 아시아경제공동체재단 주최로 열린 아시아경제공동체포럼에서 김규택 이사장이 강연을 펼치고 있다.

“위기이자 기회인 한반도 지정학적 위치 잘 활용해야”

‘원아시아클럽’ 활동은 일본 동경에서 출발한다. 재일동포 3세인 사토 요지 씨(원아시아클럽동경 이사장)는 2003년 8월, 동경도로부터 NPO법인 ‘원아시아클럽동경’을 인가 받아 활동을 개시했다. 현재 중국, 일본, 한국, 몽골 등 아시아 7개국 14개 도시에 자매결연 단체가 결성돼 있는 원아시아클럽은 ‘20년 내지 30년 후에 아시아에 하나의 공동체를 설립한다’는 비전을 갖고, 이를 공유할 수 있는 아시아의 모든 분야의 사람들과 네트워크를 확장하고 있다. 참고로 각국 도시의 원아시아클럽은 독자적인 단체로서, 수평적 네트워킹을 통한 경제문화교류를 추진하고 있다.

김 이사장은 “아시아가 시민교류를 통해 통합되고, 더 나아가 하나가 되는 지구촌을 지향하고 있다”며, “원아시아클럽서울은 주요 대학의 강좌개설 지원, 유학생(외국인·재외동포·새터민 등) 장학금 수여, 다문화가정 돕기 등의 다양한 활동을 펼쳐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앞으로는 한·중, 한·일, 한·베트남 중소기업포럼 등을 통해 아시아국가간 기업교류를 더욱 활성화하고, 의료기관간 기술·인적교류 지원, 문화교류 사업 등을 중점 추진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중일한 중소기업촉진회 서울대표부’와 ‘중국기업 권익보호협회 한국지부’도 이끌고 있는 김 이사장은 2011년부터 원아시아그룹(주)이라는 회사도 운영하고 있다. 한중중소기업교류 및 투자촉진사업, 유통·물류, 의료관광사업, 온라인쇼핑몰, 문화·교류사업 등을 진행해 온 원아시아그룹은 일반무역 외에도 향후 컨설팅을 중심으로 기업M&A, 오일, 알루미늄 등의 자원거래, 대형 부동산 거래 등을 주력사업으로 추진할 계획이라고 한다.

김 이사장에게 정부의 재외동포정책에 대한 의견을 묻자 “재외동포들은 모국에 대한 지나친 의존을 탈피해야 한다”며, “특히, 재외선거제도는 실효성이 없기에 재검토해야 한다”는 의외의 답변이 나왔다. 그는 “재외동포들은 1차적으로 거주국 생활에 충실해야 한다”며, “관련예산과 운영시스템 등을 고려해 볼 때 재외선거에 대한 종합적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대한민국은 외교역량을 발휘하면 기회가 될 수 있는 지정학적 위치에 있다”고 역설했다. 또한 “남북통일 실현과 경제발전을 위해서는 소통과 화합을 주도하는 리더십과 국민통합이 필요하다”며, “이를 위해 원아시아클럽서울은 국제교류와 화합에 조금이나마 기여하는 민간외교사절, 특히 아시아지역 국가 통합을 이루는 밑거름되고자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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