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사회 활성화에도 '마중물' 필요할까?
한인사회 활성화에도 '마중물' 필요할까?
  • 동경=이종환 기자
  • 승인 2015.01.18 1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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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경 아사쿠사에서 옛 물펌프를 보고 떠올린 단상
▲ 월드코리안신문 대표 이종환

해외 한인사회를 활성화하는데도 ‘마중물’이 필요한 것 아닐까? 동경 아사쿠사(淺草)에 갔다가 불현듯 이런 생각을 해봤다.

아사쿠사에는 센소지(淺草寺)라는 큰 절이 있다. 그 절 부근으로 시장이 크게 형성돼 있어서 늘 사람들이 발길이 붐비는 곳이다. 아사쿠사에 갔을 때는 마침 일본 성인식 연휴여서 센소지 인근은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었다.

사람들에 밀려 센소지에 들어갔다가 나오는 길에 우연히 길 한가운데 덩그마니 세워져 있는 수동식 물펌프를 만났다. 과거에는 한국에서도 집집마다 사용했던 것이었으나, 지금은 추억의 물건이 된 물펌프였다.아사쿠사 거리에서 만난 물펌프도 지금은 사용하지 않는 듯했다. 그런데 왜 사람들은 이것을 그대로 두고 있을까? 지하수로 물이 새 들어가는 것을 겁내서 없애지 않고 있는 것일까? 이런 생각을 하다가 ‘마중물’을 떠올렸던 것이다.

과거 우물용으로 쓰던 수동식 물펌프는 마중물을 넣지 않으면 물을 길을 수가 없다. 밑에서 물을 길어 올리려면, 먼저 마중물을 부어야 한다. 그것도 충분히 부어야 한다. 마중물을 부어가며 몇 번을 누르다 보면 마침내 깊은 지하수 물이 위로 올라오게 되고, 그때부터는 마중물이 필요 없게 된다.

마치 지하수를 끌어올리는 물펌프처럼 해외한인사회도 활성화되기까지 먼저 이같은 마중물이 필요하지 않을까? 아사쿠사에서 철 지난 물펌프를 보면서 이 같은 생각을 해봤던 것이다.

해외 한인사회를 다니다 보면 다양한 얘기를 듣는다. 그 중 하나가 한인회에 대한 부정적인 얘기다. “한인회는 늘 다툰다” “할일없는 사람들만 가는 곳이다” “교민사회에서 괜찮은 사람들은 안 간다” 등과 같은 얘기를 자주 듣는다. 

그렇다고 해서 그들이 대안을 제시하는 것도 아니다. 누군가 한인사회를 대변해야 하지 않느냐고 하면, 그렇다고 동의한다. 하지만 자신이 사는 지역의 한인회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시각이 많다는 것이다.

왜 이 같은 현상이 일어날까? 한인회 임원 선거와 재정 확보가 이것과 관련이 있다는 게 기자의 생각이다.
세계 각지에 600여개의 한인회가 있다. 하지만 회원들의 회비만으로 운영될 수 있는 한인회는 1% 도 안된다. 그럼 회비가 한인회 1년 예산의 절반이라도 되는 곳은 얼마나 될까? 이 또한 전체 한인회의 10%도 안된다는 게 기자의 판단이다.

그럼 한인회 예산의 대부분을 누가 충당하는가? 정답은 한인회장이다. 모든 것이 한인회장의 자금 조달 능력에 달렸고, 모자라면 회장이 자기 주머니를 털어서 메워야 한다는 게 세계 각지 한인회의 공통점이라는 것이다.

예산을 회장의 능력과 주머니에 의존하다 보니 당연히 문제도 생기게 된다. 한인회가 회장 개인을 중심으로 움직이기가 쉬운 것이다. 한인회라는 ‘공적 기능’이 ‘사유화’ 되는 현상이 나타난다는 얘기다. 교민사회를 제대로 대변하지 못한다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그럼 한인회가 교민사회를 제대로 대변하고, ‘괜찮은 사람’들이 기꺼이 참여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할까? 이를 위해 우리 정부가 먼저 나서서 ‘마중물’을 부어보면 어떨까 하는 게 기자의 생각이다. 한인회가 정상적으로 돌아갈 때가지 ‘마중물’을 투입하면, 한인사회라는 지하수에서 마침내 끊임없는물이 흘러나올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것이다. 아사쿠사에서 옛날의 물펌프를 보고 떠올려 봤던 단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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