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어교육기관대표자협의회(이하 ‘한대협’) 서울지회장도 맡고 있는 이해영 여화여자대학교 언어교육원장은 “우리가 미국으로 유학가면 영어를 잘해야 하듯, 외국인들이 한국에서 공부하고 싶어 왔으면 한국어를 잘해야 하는 게 상식 아니겠냐?”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한국어 능력시험(TOPIK) 중급에 해당하는 3급과 4급으로 국내 대학에 입학하고 졸업하는 현실을 꼬집었다. TOPIK 중급을 받아 대학에 입학하더라도 대학수학능력이 떨어져 학교생활이 원활치 못하는 경우가 다반사이기 때문이다. 이 원장은 “물론, 영어 등 외국어로 강의를 진행하는 커리큘럼도 더러 있지만 대부분 고급한국어 실력이 뒷받침 되지 않으면 입학해 봤자 도태될 소지가 크다”고 지적했다.
이해영 원장은 “각 학교마다 사정이 다르고 이견의 여지가 있겠지만, 개인적 의견으로는 외국인들이 국내 대학에 들어가고 졸업하기 위한 TOPIK등급을 상향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또한 “학교현장에서 학생들을 가르칠 때 항상 근본에 충실하라고 말한다”고 강조했다. 전반적인 대학수학능력을 뒷받침할 수 있는 기본(한국어 능력)을 갖추도록 유도해야만 궁극적으로 학생들에게 도움이 된다는 취지로 보인다.
이 원장이 몸담고 있는 이화여대에는 연간 4,000여명의 외국인 유학생들이 재학하고 있다. 연세대와 경희대에 이어 세 번째로 큰 규모이다. 이화여대 언어교육원에서 한국어를 배우는 외국인 유학생들 중 GKS(정부초청장학생)로 들어온 학생들은 학부 입학이 가능한 TOPIK 등급을 100% 취득한다. 그만큼 언어교육원에서 한국어를 가르치는 교수진들의 열정이 높다는 것을 반증한다. TOPIK시험이 임박했을 시에는 방과후교실, 특별반 등을 운영하며 유학생들을 위한 한국어 교육을 철저히 관리하고 있다.
교수진들의 열정 덕분일까? 언어교육원을 거친 GKS 출신들은 “여기가 모교이다”고 말하며 동문회를 조직할 정도로 끈끈한 네트워크를 자랑하고 있다. 졸업식 때에는 후배들을 축하하고자 꽃다발을 들고 몸소 찾아올 정도라고 한다. 이화여대 언어교육원에 오는 유학생들은 서유럽, 일본, 대만, 홍콩, 태국 등 지역이 다양하지만 최근에는 중국학생들이 늘고 있다. 특히 ‘이화(梨花)’란 명칭 때문인지 부자가 될 수 있는 장소로 각인돼 버려 이제는 교내에 포토존까지 따로 마련했고 대학탐방 프로그램 등을 안내하기 위한 ‘이화 웰컴센터’까지 운영하고 있다.
이 원장은 “이화여대 언어교육원의 특징은 다른 기관보다 장학금을 많이 보유하고 있으며, 그 종류도 다양하다는 것”이라며, “장학금 혜택 외에도 고품질의 한국어교육을 제공하고자 지속적인 교육개발을 추진해 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대협에 참여한 지는 얼마 되지 않은 이 원장은 앞으로 유학생들의 정신건강을 위한 심리상담 프로그램을 한대협 차원에서 진행할 필요가 있음을 제안했다. 한국학생들과 똑같이 학업스트레스를 받는 외국인 유학생들을 돕는 지원사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번 한대협 동계 워크숍에서 이승연 이화여대 심리학과 교수가 ‘유학생들의 적응과 정신건강’이란 주제로 특별발표를 하게 된 것도 이 원장의 건의 때문이다. 이해영 원장은 “외국인 유학생들도 한국학생들과 별반 다르지 않을 뿐더러 똑같은 경험을 하고 있다”며, “편견 없이, 같은 시선으로 보면서 그들의 애로사항을 경청하고 지원하는 게 진정한 글로벌 마인드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