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어교육 체험수기⑦] 할머니 팔베개에서 한국어 수업까지
[한국어교육 체험수기⑦] 할머니 팔베개에서 한국어 수업까지
  • 윤혜성 교사 (미국 벨뷰 통합한국학교)
  • 승인 2015.02.06 1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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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회 국내 및 해외 한국어 교육자 체험 수기 공모전> 장려상 수상작

※ 편집자 주: 디지털서울문화예술대학교(총장 이동관)가 주최한 ‘제5회 국내 및 해외 한국어 교육자 체험수기 공모전’에서 수상한 작품들 중에서 해외 한국어교육자들의 우수작품들을 서울문예대 육효창 한국언어문화학과 교수의 협조를 통해 연재합니다.

윤혜성 교사 (미국 벨뷰 통합한국학교·United Bellevue Korean School)

작은 감동에 힘을 받는다

“87.4 KM입니다.” 초등학교 4학년 남학생이 손을 번쩍 들어 대답했다.

나는 그의 대답에 감동을 먹었다. 아니 받았다. 그럼 87.4라는 숫자는 무엇인가? 이 숫자는 울릉도와 독도 간의 거리이다. 내가 감동을 받은것은 아무도 이 숫자를 기억하리라 기대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날은 독도 글짓기를 대비한 수업을 진행하였다. 학생들은 모두 한인 2세들 그리고 한국어를 제2외국어로 배우고 있는 학생들이다. 이들에게 독도가 왜 한국땅인지 왜 그것이 그리도 중요한지를 가르치는 것은 나에게 힘든 수업이다. 이 학생들에겐 한국역사보다 미국역사를 이해하기가 쉽고 한국문화보다는 미국문화를 접하는 기회가 많기 때문일 것이다.

나는 몇 주 동안 일제 강점기부터의 역사 수업 내용을 차근차근 준비하였다. 그리고 어떻게 하면 2세 학생들에게 쉽게 잘 전달을 해 줄까를 고민하고 또 고민하였다. 학생들이 이해하기 쉽게 파워포인트로 수업준비를 하여 여러 자료 사진과 증거들을 하나하나 보여주면서 이야기를 펼쳐나갔다.

수업은 정말 흥미로웠다. 나의 표정과 몸동작 하나하나를 놓치지 않으려는 아이들의 눈동자와 함께 질문이 터지기 시작했다. 정말 뿌듯했다. 마지막 평가 문제 중 울릉도와 독도 간의 거리를 맞추는 문제에서 어려울 거라 생각하였던 ‘87.4’라는 대답이 한 학생의 입에서 정확하게 나온 것이다. 그리고 나는 감동을 받았다. 나는 정말 그 학생이 대견하여 박수와 칭찬을 아낌없이 보내주었다.

내가 이 경험담을 들려주는 것은 여기 미국에서 자라난 한인 2세들과 3세들에게 한국어를 가르치면서 한국어를 외국어로써 배워야 하는 그들의 어려움을 이해하고 또한 그들을 가르치는 선생님들에게 조금은 도움이 되었으면 해서이다.

▲ 부모님과 함께한 공개수업.

할머니의 팔베개에서 교훈을 얻다

나는 한국어를 가르치면서 단지 외국어로서의 한국어로 딱딱하고 형식적인 수업 진행보다는 한국어와 함께 역사와 문화 그리고 조상들의 얼을 느낄 수 있는 수업, 따뜻함이 담긴 수업으로 학생들을 가르치는 것이 중요하다고 알려주고 싶다.

처음 내가 학생들에게 한국어를 가르칠 때는 한글을 깨우치기 위해 듣기 말하기 읽기 쓰기 일반적인 수업진행을 하며 자연스럽게 한국어 구사하기에 많은 시간을 투자하였다. 그러나 나는 가장 중요한 것을 잊고 있었다. 글자에는 역사와 문화가 함께 살고 있다는 것을….

지금 나의 수업은 한국어를 배우면서 역사와 문화수업을 같이 진행하고 그것을 이해시키는 것이 나의 수업 목표가 되었다. 요즘 한국어 수업을 진행하면서 역사 공부를 다시 하는 교사이자 아이들과 함께 배우는 학생이 되었다.

내 고등학교 시절엔 역사수업이 너무나 지루하였다. 왜 그때는 역사수업이 그렇게 재미없었을까? 다시 생각해 보았다. 아마도 그때는 주로 역사 과목이 시험을 위한 암기 위주 수업이었던 것이 가장 큰 문제였던 거 같다. 지금 그 시절의 나의 역사수업을 교훈 삼아 내가 학생이었다면 어떤 역사수업이 좋았을까? 다시 생각해 보았다.

어릴 적 할머니가 팔베개를 해 주시면서 들려주시던 옛날이야기를 생각했다. 그 시절 명절에 할머니 댁에 가면 할머니의 옛날이야기를 들으려고 저녁때만 되면 손자 손녀들이 할머니의 팔을 차지하려고 치열한 경쟁을 벌였다.

그때 들었던 이야기는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이 난다. 할머니의 이야기 밑천이 다 떨어지면 졸라대는 손자 손녀들 때문에 이야기를 다시 만들어 내시곤 하셨던 그때 할머니의 모습이 생각이 난다. 할머니의 이야기는 어떤 이야기라도 머릿속에 쏙쏙 들어왔고 정말 재미있었다. 내 고등학교 역사 수업을 그렇게 받았다면 역사가 가장 지루한 과목이 안 되었을 것이다.

그래서 나는 어릴 적 할머니의 팔베개에서 듣던 옛날 이야기를 상상하면서, 그때에 받은 따뜻한 느낌을 아이들에게 전하고 싶었다. 지금 나의 한국어 수업에서 우리나라의 역사와 문화를 할머니가 손자 손녀에게 들려주듯이 그런 마음으로 전하여 준다면 수업이 얼마나 재미있을까?

내가 수업 중 학생들에게 한국 역사 수업을 진행하면서 느낀 놀라운 것은 우리 학생들이 한국 역사 이야기 듣는 것에 많은 흥미를 갖는 것이다. 역사만이 아니다. 수업 중 동화를 들려주는 시간에는 전래동화에 대한 관심도 매우 높다. 혹부리영감, 금도끼 은도끼, 소금이 나오는 맷돌, 해와 달이 된 오누이 등등의 전래동화 시간이 되면 학생들은 호기심이 가득한 눈으로 조용하게 이야기를 듣는다. 영어문화권에 있는 아이들이지만 역시 우리 아이들의 몸속엔 한국인의 유전자가 흐르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언젠가 단군신화를 들려주었다. 역시 아이들의 호기심은 매우 높았다. 그리고 아이들의 반응도 재미있었고 상상을 넘는 질문들이 나왔다. 그리고 한국어 수업을 단지 교과서 위주로 한 형식적인 수업보다는 역사와 문화를 잘 병행하여 진행해 나가면 더욱 재미있는 한국어 수업이 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래서 나는 한 달에 두 번 정도는 세종대왕, 이순신, 김구 등 역사의 주요 인물들을 소개하며 이야기 식으로 수업을 진행한다.

요즘은 독도를 알리기 위한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일주일 동안 열심히 준비한 독도에 대한 이야기보따리를 풀었다. 단지 독도가 한국땅이라고만 알려주는 것보다, 왜 우리 땅인지를 구체적으로 알려주고 싶었다. 나는 마치 나의 팔베개에서 독도 이야기를 들려주듯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초롱초롱한 아이들의 눈에서 어떤 반응이 돌아올까 하는 기대감이 느껴졌다.

학생들의 호기심은 질문으로 터져 나왔고 수업은 성공적으로 진행되었다. 평가문제 시간에는 기대하지 않았던 87.4KM라는 대답까지 듣게 되었다. 정말 뿌듯하였다. 다음날은 한 학생의 부모님으로부터 아들이 한국학교에서 돌아와 독도에 관해 이야기를 해 주었다고 하였다. 어려워서 이해를 못 한 줄 알았던 학생이었는데 이해를 하였다니 그 또한 자랑스러웠다.

앞으로 한국학교의 발전 방향

내가 몸담고 있는 벨뷰 통합 한국학교는 올해부터 한국어 표준교육과정을 편찬하여 한국어를 배우는 학생들의 관심과 눈높이를 반영한 교육과정을 만들었다. 교육과정 편찬은 매주 학생들을 가르치기 위해 무거운 짐을 들고 다니는 선생님들의 열정과 우리 한국학교를 찾아주는 학생들을 위해 만들어진 소중한 움직임이었다. 우리의 교육과정은 한국어뿐만이 아니라 역사·문화 교육을 통한 인성 교육을 시행하여 우리 학생들이 Korean-American으로서의 자신의 정체성을 깨닫고, 바른 인성을 갖춘 창의적 인재로 성장하는 데에 중점을 두었다.

▲ 벨뷰 통합 한국학교는 한국어 표준교육과정을 편찬, 한국어를 배우는 학생들의 관심과 눈높이를 반영한 교육과정을 만들었다.

세계 여러 곳에 많은 한글학교가 있다. 그러나 아직도 체계적인 수업진행이 이루어 지지 않고 있는 학교들이 많이 있다. 이러한 수업진행은 학생들에게 한글수업은 지루하다는 인식을 주기 쉽다. 우리 교사들도 재미있는 한글학교를 만들기 위해 어떠한 노력이 필요한지 늘 연구하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에 따른 교육과정 편찬은 보다 발전된 한국어 수업을 위한 교육환경을 만들어 주는 밑거름이 되는 것이다.

사랑하는 우리 아이들을 위한 나의 자세

나도 이곳 미국에서 세 자녀를 키우는 엄마이고 한국을 누구보다도 사랑하고 자랑스럽게 여기는 한국인이기도 하다. 또한, 한국역사 문화 그리고 한국어에 대한 교육열도 높다. 우리 아이들이 지금은 자신들이 미국에 살면서 왜 한국에 대해 배워야 하는지 이해가 안 되겠지만 그들이 어른이 되었을 때 한국의 역사 문화가 자신들에게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알게 될 것이다. 일주일에 한 번만 있는 한국학교이지만 이곳에서는 미국학교에서 배우지 않는 한국인들의 정서를 배우고 역사와 문화를 배운다. 그래서 우리에게는 더욱 귀중하고 꼭 지켜야 할 재산이다.

미국 교육의 현실도 성적 상위권에 들어가기 위한 심한 경쟁교육으로 학생들이 많이 지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점수로 좋은 학생 나쁜 학생으로 분류되기 쉬워 사회의 낙오자인 것처럼 취급 받기도 할때는 너무 안타까운 마음뿐이다. 점점 공부가 힘들어져 가는 이런 환경 속에서 자의든 타의든 한국학교를 찾아오는 학생들이 정말 소중하고 고맙다.

나쁜 어른은 있어도 나쁜 아이는 없다고 하듯 모든 아이를 진심으로 대하고 따뜻하게 안아주는 마음으로 가르치려고 한다. 내가 교사로 근무하면서 느끼는 것은 그런 마음으로 수업을 준비하고 아이들과 친구가 되어 수업을 진행하다 보면 제일 먼저 아이들이 눈빛으로 대답한다. 나도 이런 아이들에게서 배우고 더욱 성숙해지는 교사로 거듭나는 소중한 시간이 된다. 앞으로 우리 학생들에게 재미있는 수업으로 한국어 공부에 대한 필요성과 목표를 심어주는 것이 나의 사명이 아닌가 싶다. 그리고 그들이 한국의 역사와 문화를 자랑스럽게 여기고 우리 아이들이 당당하게 Korean American으로서 이 땅에 뿌리를 내리고 성장 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수상소감>

저는 어렸을 때부터 공부는 왜 해야 하는지 고민했습니다. 그저 좋은 대학에 들어가는 것이 목표라 생각하고 공부하였고, 어른이 되면 공부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였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공부하라는 잔소리도 간섭하는 사람이 없어도 학창시절보다도 더 많은 공부를 하고 있습니다.

어느 신문 사설에서 읽었던 글이 기억납니다. “목표가 있고, 하고 싶어서 공부하는 것이다. 과거에 내가 공부를 싫어했던 것은 공부가 싫었던 것이 아니라 아무런 목표와 이유도 없이 공부했던 게 싫었던 것이다.”

이곳 미국에는 많은 한국, 한글학교가 있습니다. 주로 한인 2세들로 구성돼 있고 한국어를 제2외국어로 배우고 있습니다. 학생들의 대부분은 부모님의 강요로 학교를 오는 경우가 많아 자신들이 왜 한국어를 배워야하는지를 모르고 있는 아이들이 많습니다.

저는 우리 학생들에게 한국어 공부의 목표와 이유를 심어주기 위해 고민을 하며 수업을 진행합니다. 이번 체험수기 공모전에서 수상한 글도 그런 고민을 하며 수업을 진행하였던 저의 한 부분을 소개하였습니다.

공모전을 통해 저의 체험을 공유하게 되어서 감사드립니다. 앞으로도 한국어를 가르치는 데에 최선을 다하며 공부하고 또 공부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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