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대한민국-83] 명태
[아! 대한민국-83] 명태
  • 김정남<본지 고문>
  • 승인 2015.03.28 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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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정남(본지 고문, 전 청와대 사회교육문화수석)

한국인이 가장 즐겨먹는 생선은 아마도 동해에서 나는 명태와 황해에서 나는 조기가 아닐까 싶다. 그 가운데서도 명태는 한국인의 정서와 가장 가까이 맞닿아있는 생선이다. 그 맛이 담백한 것이 흰색을 좋아하는 한국인의 품성, 무기교의 기교, 맛없는 맛과 이어지는 것이다. 하도 오래 한국인으로부터 사랑을 받다 보니 그 이름도 다양해졌다.

가공방법에 따라 생태, 황태, 동태, 북어, 코다리로 불리고 포획방법에 따라 조태(낚시로 잡은 것), 망태(그물로 잡은 것)로 나뉘며, 잡히는 시기에 따라 춘태, 추태가 있다. 같은 황태라도 덕장에서 말릴 때 바람이 너무 불어 육질이 흐물흐물한 것은 찐태, 너무 추워 꽁꽁 얼어붙은 것은 백태, 너무 따뜻하여 제대로 숙성되지 않은 것은 먹태로, 그리고 새끼 말린 것은 노랑태라 불린다.

음식으로 만들어 먹는 방법도 다양하여 생태와 동태는 찌개로, 북어는 국으로, 황태는무치거나 찢어서 술안주로 먹는다. 설악산 진부령 일대에는 명태음식촌이 형성돼 있을 정도다. 명태는 머리에서 꼬리까지 하나도 버릴 것이 없다. 알은 명란젓이 되고, 창자는 창란젓이 되며, 아가미는 아감젓이 된다. 머리와 꼬리는 그 삶아낸 국물이 천연조미료의 역할을 톡톡이 한다. 강원도 지방에서는 삭혀서 발효음식으로 먹기도 한다.

조선 후기의 문신인 이유원이 중국과 조선의 사물을 고증해 놓은 책 「임하필기」(林下筆記)에는 명태라는 이름의 유래가 적혀있다. 조선 인조 연간에 함경도에 새로 부임한 관찰사가 초도순시차 명천(明川)에 들렀다. 거기서 점심식사를 하는데, 밥상에 올린 국이 어떻게나 시원하고 담백하던지, 그 생선의 이름이 무엇인지 알고 싶었다.

그러나 아무도 그 생선의 이름을 아는 사람이 없었다. 궁금한 나머지 관찰사는 주방에서 일하는 사람들에게까지 물었다. 그러나 그들 역시 그 이름을 알지 못한다면서, 다만 그 생선은 명천에서 태(太)씨 성을 가진 사람이 잡은 고기라는 것만 안다고 말했다. 그러자 관찰사는 “이렇게 맛있는 생선이 이름이 없어서야 되겠느냐”면서 그 생선에 이름을 붙이길 명천의 ‘명’자와 어부의 성인 ‘태’를 따서 ‘명태’라고 부르게 했다는 것이다.

농경시대 한국땅에서 살았던 사람이라면 가을철 타작 마당에서 먹었던 생태찌개와 술먹은 다음날 해장국으로 먹었던 북어국을 잊지 못할 것이다. ‘명태’라는 가곡은 한국인이 그만큼 명태를 사랑했기 때문에 나왔다고 할 수 있다.

명태는 혼례나 제사용 음식으로도 널리 쓰인다. 집을 지을 때 대들보에 올라가는 것이 명태요, 한식 때를 비롯 성묘갈 때 손에 들려있는 것이 북어다. 명주실에 감겨서 가게나 이사한 집 문 위에 걸려있는 것도 명태다. 이렇듯 한국인으로부터 사랑받던 명태가 지구온난화로 최근에는 동해에서 사라지고 있다. 안타까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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