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대국 옛말, 프랑스는 지금 다문화 화약고
인권대국 옛말, 프랑스는 지금 다문화 화약고
  • 윤순철 특파원
  • 승인 2010.12.16 14: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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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자 폭동 5년, 잇단 소요사태 골머리 … 한국사회 반면교사 삼아야

지난 10월 27일 프랑스 파리의 외곽도시인 ‘클리시 수 부아’의 로베르 드와즈노 중학교 앞에서 열린 ‘지에드와 부나’ 사망 5주기 추모식. 두 청년의 사망은 2005년 프랑스 전역을 방화와 폭력으로 얼룩지게 한 ‘방리유’(Banlieue) 소요 사건의 도화선이 됐다.
“‘똘레랑스’(Tolerance·관용)의 나라 프랑스지만 이주민들이 밀집한 ‘방리유’(Banlieue·대도시 외곽지역)에는 ‘똘레랑스’ 정신이 없다.”

지난 4일(현지시각) 프랑스 파리의 외곽도시인 ‘클리시 수 부아’(Clichy-sous-Bois) 시(市)에서 만난 시야카(Siyakha·21·가명)씨. 그는 5년 전 이 곳에서 벌어진 소요사태를 떠올리며 침통한 표정을 지었다.

시야카씨는 “성난 젊은이들과 경찰과의 싸움이 격화되면서 날마다 차량이 불에 타고 시위대가 체포되는 등 도시가 온통 공포감에 휩싸였다”고 회상했다.

그는 또 “프랑스 정부가 경제적 빈곤에 허덕이는 외곽도시의 이주민에게도 ‘똘레랑스’ 정신을 보여줬다면 5년 전의 불행한 사태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곳에서는 지난 2005년 10월 27일부터 한 달여간 이주민들을 중심으로 참혹한 시위가 벌어졌다. 아랍계 청년 2명의 사망으로 촉발된 당시 시위로 전국의 차량 1만여대와 건물 300여채가 불타고, 3000여명이 체포됐다.

당시 중학생이던 지에드 벤나(Zyed Benna·17)군과 부나 트라오레(Bouna Traore·15)군은 경찰의 불심검문을 피해 달아나다 ‘프랑스 전력공사’(EDF) 송전소의 변압기에 추락해 감전사했다.

이 소식을 접한 전국 274개의 ‘방리유’에 사는 청년들은 그간의 차별대우에 분노하며 화염병과 돌을 들고 거리로 뛰쳐나왔다. 이후 한 달여간 프랑스 전역은 방리유 주민들을 중심으로 한 방화와 폭력으로 얼룩졌다.

이 사건은 프랑스의 통합적 이민 정책의 실패를 알리는 신호탄이 됐다. 파리 등 대도시 외곽도시에 사는 이주민들에 대한 오랜 편견과 경제적 빈곤이 처음으로 대규모 시위 형태로 폭발했기 때문이다.

이후로도 프랑스는 이민자들을 중심으로 한 인종차별과 만성적인 실업 문제 등에 대한 반발이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지난 7월 17일에도 프랑스 남동부의 도시 ‘그르노블’(Grenoble) 교외 빈민가에서 소요가 발생했다. 이날 소요는 ‘그르노블’ 교외의 카지노를 강탈한 혐의를 받던 20대 청년이 경찰이 쏜 총에 맞아 숨진 것이 도화선이 됐다.

앞서 2007년에도 파리 북부의 ‘빌리에 르 벨’(Villiers-Le-Bel)에서 청소년 2명이 경찰 순찰차에 치여 숨지자 성난 폭도들이 100여대의 차량에 화염병을 던져 경찰 80여명이 다치기도 했다.

‘똘레랑스의 나라’, ‘이민자의 천국’으로 통하는 프랑스가 이민 정책의 한계에 부딪혀 골머리를 앓고 있다. 프랑스는 유럽에서도 가장 오랜 이민 역사를 갖고 있다. 프랑스 정부는 이미 19세기 말에 거주 외국인이 100만명을 넘어설 만큼 활발한 이주민 유입정책을 폈다.

하지만 2000년대 들어 대도시 외곽지역을 중심으로 이 곳에 밀집한 이주민들에 대한 ‘동화’(assimiliation) 정책에 한계점을 드러내고 있다. 이는 또 사회적 혼란으로 직결되는 한편, 천문학적인 사회적 비용 지출로 이어지고 있다.

‘다문화 선진지’로 꼽히는 미국이나 캐나다 등도 이주자나 다문화정책의 격변기 마다 크고 작은 시위나 반발에 부딪혀 왔다.

한국은 이미 거주 외국인 수가 140만명에 달한다. 이같은 다문화 선진지들의 ‘시행착오’는 더이상 한국 사회에도 ‘강 건너 불’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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