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첩] 임진왜란 후 사라진 요동반도의 조선인들
[수첩] 임진왜란 후 사라진 요동반도의 조선인들
  • 심양=이종환 기자
  • 승인 2015.04.03 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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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실록에 따르면 요동인구의 30%가 조선인...임진왜란후 조선세력 약화돼
▲ 월드코리안신문 이종환 대표

임진왜란이 중국 요동반도의 조선인사회에도 엄청난 영향을 미친 게 아닐까? 혹시 궤멸적 타격까지 입힌 게 아닐까 하는 의문을 심양 북릉공원에 들렀을 때 떠올려봤다.

심양 북릉공원은 심양 시가지 북쪽에 자리잡은 심양 최대규모의 시민공원이다. 청태종 홍타이지와 황후의 왕릉이 있는 곳으로, 원래 소릉이라는 이름이 있지만, 시가지 북쪽에 있다고 해서 북릉으로 불린다.

북릉공원을 찾은 것은 재중국 동북3성연합회 회장 이취임식 다음날인 3월28일이었다. 토요일이어서인지 공원은 아침부터 사람들의 발길로 붐비고 있었다. 정문에서 한참을 들어가자 마치 광화문의 이순신장군 동상처럼 청태종 홍타이지가 칼을 들고 있는 동상이 나오고, 이윽고 소릉으로 들어가는 문이 나타났다.
왕릉은 청나라의 기반을 닦은 청태종과 황후 무덤답게 웅장하게 꾸며져 있었다. 한가지 독특한 것은 황토와 모래 등 세종류의 흙을 섞어 만든 무덤 봉분에 잔디나 풀이 자라지 못하도록 해놓은 것 정도랄까?

청태종 홍타이지는 정묘호란과 병자호란의 주역이다. 병자호란때는 직접 20만대군을 이끌고 와서 남한산성을 에워싸고 조선의 인조임금을 압박해 잠실벌의 삼전도에서 치욕적인 항복을 받아내기도 했던 인물이다.

그런데 그의 무덤을 보면서 혹시 임진왜란이 없었더라면 과연 청나라는 발흥을 했을 것인가 하는 생각을 떠올려봤던 것이다. 생각은 나아가 최부 선생의 ‘표해록’에까지 미쳤다. 최부 선생(AD.1454-1504)은 임진왜란 전인 조선 성종때의 사람이다.

그가 부친상을 당해 제주에서 고향인 나주로 오던 길에 배가 난파해서 중국 절강성 영파로 표류했다가 북경과 요동을 거쳐 조선으로 넘어오는 행정을 ‘표해록’이란 책에 담았다.  최부 선생이 임진왜란 전인 성종때 요동반도를 지나면서 묘사한 모습은 이렇다.

“해주 요동 등지에는 중국사람 우리사람 여진사람이 고루 섞여있다. 석문령에서 남쪽으로 압록강까지는 모두 우리나라에서 이주한 사람들이다. 그래서 옷과 모자, 말과 여자들의 장식이 우리와 거의 같다.”

여기서 말하는 해주는 랴오닝성 해성시, 요동은 현재의 요양, 석문령은 심양 인근 무순에 있다. 즉 심양에서 압록강까지 조선사람들이 가서 살고 있었다는 것이다. 조선왕조실록에도 비슷한 기록이 있다. 세조 14년(1468년) 기록에 “동녕위(현재의 요양시 태자하)의 고려인은 명나라 홍무제(1368-1398)때는 3만명, 영락제(1403-1424)때는 4만명이었다. 요동인구중 고려인이 30%를 차지하며, 서쪽은 요양, 동쪽은 개주, 남쪽은 해주에 집중되었다”고 기록하고 있다.

그럼 이처럼 많던 요동반도의 조선인들이 어디로 갔을까? 혹시 이들이 임진왜란때 요동반도의 조선인장수 이여송이 이끄는 명나라 지원군으로 편성돼 조선으로 와서 희생되어 버린 것은 아닐까? 역사 기록에 따르면 이여송의 부친 이성량은 요동의 총군으로 요동지역에서 이민족의 발흥을 억누르는 역할을 했다고 한다. “조선인들이 용맹해서 한사람이 중국인 열명을 이길 수 있었다”는 기록도 있는 것으로 보면 이성량의 군대에는 많은 조선인들이 가담했을 것으로 보인다.

이들이 이성룡의 장남 이여송을 따라 명나라 구원병으로 조선으로 떠나는 등 요동반도의 힘에 공백이 생겼을 때 청나라가 발흥한 게 아니냐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이렇게 보면 임진왜란은 요동반도의 조선인사회 세력까지 대폭 약화시킨 전쟁이었다는 느낌이다.

▲ 심양 북릉공원의 청태종 동상
▲ 청태종 무덤입구. 소릉으로 불린다.
▲ 청태종의 무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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