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강만평(三江漫評)-64] 중국인의 소비문화
[삼강만평(三江漫評)-64] 중국인의 소비문화
  • 정인갑<중국 전 청화대 교수>
  • 승인 2015.04.06 0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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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관광객이 한국에 밀물처럼 밀려들고 있다. 한국행 관광객 숫자가 많을 뿐만 아니라 개개인의 씀씀이도 푼푼하다. 일본 관광객보다 퍽 많이 쓴다고 한다. 이를 두고 한국인들은 ‘돈 많은 중국인’이란 말을 자주 하는데 이는 중국인의 소비문화를 잘 모르는데서 온 착각이다.

먼저 일본, 한국, 중국 세 나라의 1인당 GDP를 살펴보자. 2013년도를 기준으로 하면 일본은 4만달러, 한국은 2만4,000달러, 중국은 6,000달러이다. 중국의 1인당 GDP는 일본의 15%고, 한국의 25%이다. 즉 일본인은 중국보다 6.7배 잘 살고, 한국인은 중국인보다 4배 잘 산다. 중국은 아직 발전도상의 나라, 개도국에 속하며 중국인의 평균 생활수준은 일본, 한국에 비교하여 많이 가난한 편이다. 그런데 어떻게 ‘돈 많은 중국인’이라고 할 수 있는가?

이 문제를 이해하려면 중국인의 소비문화를 알아야 한다. 중국인과 한국인의 서로 다른 소비문화는 아래의 몇 가지로 비교해 볼 수 있다.

첫째, 한국인은 시도 때도 없이 소비하는 기질이지만 중국인은 웬만한 데는 소비하지 않는 기질이다. 소비할 수도 있고, 소비하지 않을 수도 있는 데는 될수록 소비하지 않는다. 한국인은 결혼잔치, 생일잔치, 출판기념식, 아들 낳이, 회식 등 항상 부조 내고 모여 먹고 한다. 적어도 달마다 네댓 번은 이런 일이 있다. 그러나 중국인은 여간해서 이런 일을 안 한다. 이런 일이 1년에 서너 번 있을까 말까 하다.

한국인은 봄이면 벚꽃 구경, 여름이면 해수욕, 가을이면 단풍 구경, 겨울이면 스키장놀이 하며 온 가족의 출동이 빈번하다. 중국인은 ‘금년 벚꽃 작년과 다를 것 없겠지’, ‘금년 단풍 예전과 다를 것 없겠지’ 하며 10~20년에 한 번 갈까 말까 하다.

한국은 축제가 너무 많으며 대부분 축제에서 한국인들은 돈을 많이 쓴다. 한국에 1년에 대형축제가 1,200여 번이라고 한다. 한국과 인구가 비슷한 중국 요녕성(遼寧省)에는 대형 축제가 1년에 10여 번밖에 없는데 말이다. 한국의 대형 축제 비용이 평균 3.5억 원이라고 한다.

중국인의 기질에 돈을 이렇게 쓰는 축제는 되도록 하지 않는다. 오히려 남아도는 경비를 직장 종업원에게 나누어준다. 돈으로 나누어 줄 수 있다면 돈으로 준다. 명절마다, 또는 명문을 만들어 500~1,000원씩 자주 나누어 준다, 재정 정책상 돈으로 주기 불편하면 물건으로 준다(쌀, 콩기름, 고기, 생선, 세척제 등). 그러므로 중국인의 월봉은 한국인의 1/4~1/10이어도 돈이 많아 보이며 저소득인 사람도 3년 봉급 정도의 돈은 은행에 저축해놓고 산다.

둘째, 중국인은 웬만한 데는 돈을 쓰지 않지만 써야 한다고 생각되는 데는 팍팍 쓴다. 어떤 데가 돈을 쓸 만한 데인가? 우선은 병을 치료하는 데이고 다음은 자식을 공부시키는 데이다. 세 번째는 마땅히 대접해야 할 사람을 대접하는 데이다(이런 식사 대접에는 16가지 요리에 한 달 봉급 이상은 써야 한다). 하나밖에 없는 자식이 하자는 데는 돈을 무작정 써야 한다. 해외여행도 돈을 써야 할 데이며 아끼지 않고 팍팍 쓴다.

셋째, 인간관계 유지에 신중하며 이것 역시 돈으로 한다.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여야 할 사람, 살아가는 데 신세져야 할 사람은 명절을 쇠거나 다른 기회가 생기면 꼭꼭 찾아가 인사하며 돈 봉투나 예물을 주어야 한다. 이런 사람이 해외여행을 간다고 할 때 절대 가만있지 않는다. 꼭 돈을 푸짐히 주면서 여비에 보태 쓰라고 한다. 만약 공산당간부나 정부의 관료라면 많은 아첨쟁이들이 달라붙는다. 그들은 적어도 1,000달러 이상은 상납하여야 생색을 낼 수 있다.

인간은 피땀으로 어렵게 번 돈은 아껴 쓰지만 쉽게 생긴 돈을 아무렇게나 탕진한다. 만약 한국에 관광 온 어떤 중국인 관료가 10명으로부터 이런 돈을 받았다면 1만달러이며 자기에게 돈을 준 사람에게 선물 하나씩은 사다 주어야 한다. 그 돈을 한국에서 다 쓸 것은 뻔하며 또한 그래야 속이 시원하다. 이런 소비문화 때문에 한국에 관광 온 중국인의 돈이 많아 보인다. 또한 중국인들은 전통적으로 생긴 이런 소비문화 때문에 앞으로도 계속 한국에 와서 돈 씀씀이가 클 것이다.

중국인구 14억에 평균 수명이 70살이라면 해마다 새로 배출되는 인간이 2,000만이다. 또한 중국인은 여권을 만들어 해외에 한 번 갔다 오면 자기의 인격이 격상된다고 생각한다. 해외라는 것은 싱가포르, 태국, 일본, 한국 4곳이 위주이다. 만약 5%만 한국에 온다고 하여도 연당 100만 인구가 한국에 오는 셈이다. 새로 배출되는 사람 외까지 합치면 엄청 더 많다.

이러한 장래성을 내다보고, 또한 이러한 중국인의 소비문화를 감안하여 중국인 관광객 유치를 잘 설계할 필요가 있다. 이를테면 용인 에버랜드나 롯데월드처럼 위락시설이 괜찮으면 같은 사람이 해마다 한국에 몇 번 와야 할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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