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기고] 한국대통령의 러시아 전승절 불참 결정과 한러 관계
[해외기고] 한국대통령의 러시아 전승절 불참 결정과 한러 관계
  • 김원일(모스크바대 정치학박사)
  • 승인 2015.04.20 09: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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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2년 전, 박근혜 정부는 출범 초기에 보다 적극적인 대북정책인 ‘한반도 신뢰프로세스’와 신 북방정책이라고 할 수 있는 ‘유라시아 이니셔티브’를 대내외적으로 천명하여 기존 이명박 정부에서 난맥상을 보이곤 했던 남북관계와 한러관계에 대해서 적지 않은 우려를 갖고 있던 러시아의 한국관계자들에게 큰 기대를 심어줬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예상하지 못했던 우크라이나사태가 발생했고 이로 인한 미국과 서방의 러시아에 대한 정치경제적 제재국면이 펼쳐지게 됐다. 그리고 현재까지도 계속되고 있는 러시아와 미국 서방의 갈등과 대결은 동북아 정치경제 질서와 남북한 관계에까지 결코 작다고 할 수 없는 영향들을 끼쳐오고 있다.

이러한 어려운 국제정세 속에서도 우리 한국정부는 그 동안 매우 현명하게 상황에 잘 대처해 오고 있었다. 러시아와 미국서방의 대립국면에서도 최대한 국익을 손상시키지 않으면서 동북아의 중견국가로서의 역할을 더욱 충실히 해 나가고 있었다고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러시아는 그 동안 공식·비공식적으로 자주 한국 측에 우크라이나사태 이후에 미국과 서방에 의해서 주도되고 있는 러시아에 대한 제재에 한국이 참가하고 있지 않은 점에 대해서 고마워하는 마음을 표시하고 있다. 그러면서 러시아의 각계각층 인사들은 최근까지도 지속적으로 이번 승전기념행사에 한국 대통령이 참가하는 대해서도 큰 관심과 기대를 가지고 있음을 강조해 왔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대통령의 행사참석에 대해 계속 결정을 미루어 오던 한국정부는 마침내 얼마 전에야 대통령의 행사참석을 대신하여 특사를 파견하는 것으로 결론지었다.

한반도 주변 4대 주요국가와의 균형 잡힌 외교는 21세기 대한민국의 성패를 좌우할 수 있는 중요한 과제이다. 그래서 박근혜대통령도 미국과의 전통적인 동맹을 강화하면서도 동시에 유라시아진출을 새로운 국가과제로 설정하고 유라시아 이니셔티브를 대내외적으로 천명했을 것이다.

미국은 가장 중요한 동맹국이며 한국의 전통적인 우방국가다. 하지만 오랜 친구와의 좋은 관계에 못지않게 새로운 친구와의 관계 또한 매우 중요하다. 한러 관계는 1990년 수교 이후 꾸준히 정치경제적인 발전을 이루어 왔다.

양국의 교역량은 약 240억달러에 이르고 있고 작년에는 양국의 인적교류 활성화를 위하여 역사적인 단기사증무비자 협정을 맺었다. 그리고 양국정부는 2014년과 2015년 두 해를 양국국민들의 상호방문의 해로 선포하기도 했다.

이렇게 순항을 거듭해 가던 한러 간의 상호신뢰와 우호관계가 우크라이나사태로 시작된 미국 서방의 제재국면이라는 국제정세의 급격한 변동에 맞닥뜨리게 됐다. 그리고 이에 따라 양국관계가 지금은 한국과 러시아 모두의 본의가 아니게 여러 가지 어려움들에 부딪히고 있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 20세기를 되돌아보면 러시아는 한반도를 두고 20세기에 일본과 미국 등 해양세력과 두 번에 거쳐서 전쟁을 수행했다. 첫 번째 러일전쟁에서의 러시아의 패배는 일본에 의한 한반도의 식민지화로 이어지게 됐다, 그리고 두 번째 구소련의 2차 대전 당시 일본과의 전쟁에서 승리는 한반도의 해방을 앞당겼고, 이와 동시에 남북분단으로도 이어졌다.

이렇듯이 러시아는 19세기 말 조선과의 수교 이후에 우리 한민족과 한반도의 운명에 막대한 영향을 끼쳐온 국가이다. 그리고 지금은 구소련 몰락 이후에 겪었던 갖가지 정치경제적 혼란상들을 많이 극복하고 어느 정도 예전의 힘을 되찾았다고 믿고 있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사태를 계기로 하여 대 아시아정책을 강화하며 동북아와 남북러 관계에 본격적으로 개입하며 진출해 오고 있다.

필자가 항상 주변의 한국인들에게 강조하는 것이 있다. “러시아가 역사상 이른바 선진국이었던 적이 있었는가에 대하여는 논란의 여지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러시아가 역사상 강대국이 아니었던 적은 한 번도 없었다. 그리고 그것은 지금도 그렇다”라는 점이다.

러시아는 과거에 그랬듯이 현재에도 한반도를 포함하는 동북아와 국제무대에서 중요한 발언권과 결정권을 가지고 있는 국가이다. 우리는 국제질서와 동북아에서 강력한 힘을 가진 실체로서의 러시아를 인정하고 존중하여야 해야 한다. 그것은 바로 우리가 이러한 입장을 가지는 것이 우리 국익에 맞기 때문이다.

한민족의 통일과 유라시아대륙 진출이라는 대한민국의 대 전략의 추진을 위해서는 미국과의 전통적 동맹관계의 유지 발전과 동시에 한반도에서 정치경제적 영향력이 날로 커가는 러시아와 중국 등 대륙세력과의 관계강화 또한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는 것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이번 전승절 기념행사에 대통령이 참석하지 못하고 특사를 보내기로 한 것은 한국정부의 많은 고심 속에서 이루어진 결정으로 이해될 수 있다. 하지만 필자는 그 동안 한국대통령의 참석을 기대하며 공식 비공식적으로 노력을 경주해 왔던 러시아가 대통령의 기념행사 불참에 대해서 섭섭함을 느끼지 않겠는가 하는 생각도 떨치기가 어렵다.

그리고 러시아의 이러한 서운한 감정은 이후 한러관계와 남북러관계 발전에도 어떤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도 있지 않겠는가 염려하는 마음이 드는 것도 또한 사실이다.

필자소개
모스크바대 정치학박사, 민주평통 모스크바협의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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