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강만평(三江漫評)-66] 중국 관광지의 선별
[삼강만평(三江漫評)-66] 중국 관광지의 선별
  • 정인갑<중국 전 청화대 교수>
  • 승인 2015.05.02 09: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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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 수교가 이루어진지 어느덧 23년에 접어들었다. 그사이 많은 한국관광객들이 중국을 다녀갔으므로 웬만한 한국인이면 다 중국에 가보았을 것이라고 필자는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나 좀 상세히 알아보니 그렇지도 않다. 중국에 자주 드나드는 사람은 10여 번, 심지어 수십 번, 100번 이상을 갔지만 한 번도 못 가본 사람이 너무 너무 많음을 알았다. 

생활이 어려운 사람은 중국을 포함한 해외관광을 가보지 못할 것이다. 그러나 1인당 GDP가 3만 달러에 접근하는 한국국민의 대부분은 해외관광을 할 능력이 있다고 보아야 한다. 소득이 상대적으로 적은 직장인 대부분은 중국에 가보지 못했지만 앞으로 꼭 갈 사람들이다. 필자가 강의하는 대학 스쿨버스기사도 바로 그런 사람이다. 은퇴를 앞둔 그가 “은퇴하면 중국에 가보는 것이 꿈인데 꼭 가볼만한 데를 몇 곳만 알려 달라”라고 한 말을 염두에 두고 본문을 쓴다.

중국의 관광지는 수없이 많다. 그러나 경제력과 여가의 제한으로 다 가볼 수는 없으므로 등급과 성격을 나누어 선택하게 된다. 두어 곳만 가려면 어디 가고, 서너 곳 또는 대여섯 곳을 더 가려면 어디를 가야하며 그 이상을 갈 여력이 있으면 어디를 가면 좋은가를 말해보자.

1등 관광지는 북경(北京)과 서안(西安) 및 우리민족의 성산―백두산까지 합쳐 세 곳이다. 북경은 지상문물의 관광이다. 북경의 역사가 3천여년이라고 하지만 주요하게 명, 청 두 왕조(1368~1910) 때의 지상건축물을 보는 것이다. 두 조대의 궁궐 자금성(故宮), 서태후의 피서지 이화원(頤和園), 몽고인의 남침을 막기 위해 쌓은 팔달령(八達嶺) 장성, 명 왕릉 13릉 중의 정릉(定陵), 천단(天壇) 등이다. 이 외에 북해(北海)공원과 라마교 옹화궁雍和宮, 목천욕(穆天峪) 장성, 용경협(龍慶峽) 댐 풍경 등을 더 볼 수 있다.

서안은 중국 13개 왕조의 수도였다. 진시황릉 옆의 병마용(兵馬俑) 갱에는 인형 병사 수천 명이 진시황 유령의 지휘를 받고 있다. 인류 고고학 발굴의 8대 기적의 하나로 꼽힌다. 법문사(法門寺)에는 석가모니의 진신 사리 등이 소장되어 있다. 양귀비가 목욕하였다는 화청지(華淸池)에는 지금도 목욕하려는 부녀들이 인산인해를 이룬다. 이 외에 불교 문물 대소안탑(大·小雁塔), 유교 경전을 새긴 비림(碑林), 한무제의 무릉(茂陵), 당고종과 무칙천황제의 합장릉 건릉(乾陵, 중국 유일의 두 황제의 합장 능묘) 등이 있다.

2등 관광지는 계림(桂林)에서 배로 이강(漓江) 따라 양삭(陽朔)까지 가며 카르스트 경치 보기, 항주(杭州)의 서호(西湖)에서 배 타기, 곤명(昆明)의 석림(石林) 관람, 태산(泰山)의 정상에서 일출보기, 화산(華山) 등반, 낙양(洛陽)의 용문석굴(龍門石窟) 관람, 장가계(張家界)의 자연 풍경 보기 등이다.

3등은 공자의 고향 산동의 곡부(曲埠), 사천의 구채구(九寨溝)·황산(黃山)·아미산(峨眉山), 산서 대동(大同)의 오대산(五臺山, 5천 명의 스님이 있음), 신라 왕자 김교각(金喬覺)이 창설한 안휘의 지장보살 구화산(九花山), 하남 등봉현(登封縣)의 소림사(少林寺) 등이다.

어떤 관광지를 찾는가는 관관객의 기질과 관계된다. 기질은 인간의 좌뇌와 우뇌의 발달 정도와 관계된다고 한다. 이를테면 순수 자연경치를 보는 장가계에는 한국손님이 인산인해를 이루며 그곳은 심지어 한국 돈을 중국 돈처럼 쓸 수 있을 정도다. 하지만 화산에서는 한국관광객을 찾아보기 어렵다. 중국 관광객은 반대로 화산이 장가계보다 퍽 많다.

한국인과 중국인을 대비해 볼 때 한국인은 우뇌가 더 발달됐고 중국인은 좌뇌가 더 발달됐다는 설이 있다. 우뇌과 발달했으면 소리, 색깔 및 형상 등에 더 민감하고 선호하며 좌뇌가 발달했으면 언어, 사변(思辨) 및 논리사고 등에 더 민감하고 선호한다고 한다. 그러므로 한국인은 장가계를 무척 선호하고 중국인은 화산을 더 선호한다. 장가계는 순수 자연풍경이고 화산은 도교(道敎)의 문화가 짙은 관광지이다.

그러나 모든 한국인이나 모든 중국인이 다 그런 것은 아니다. 필자는 장가계보다 화산을 더 선호한다. 금강산 관광지의 어느 곳에 큰 바위와 그 앞에 늪이 있었다. 가이드의 해설이 나무꾼이 이 바위 뒤에 숨어 있다가 목욕하는 선녀의 날개옷을 훔쳤다는 것이다. 그러는 바람에 필자는 신바람이 바짝 났다. 즉 필자는 좋은 풍경도 인문학의 여운이 있어야 좋아한다.

이런 차원에서 관광지는 자연풍경, 인문경관, 자연풍경과 인문경관의 결합, 3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장백산, 장가계, 구채구, 황산 등은 순수한 자연풍경 관광지이다. 북경, 서안, 용문석굴, 곡부, 오대산, 구화산, 소림사 등은 순수한 인문경관 관광지이다. 서호, 계림, 석림, 태산, 화산, 아미산 등은 인문경관과 자연풍경이 결합된 관광지이다. 1등을 유람한 자가 2~3등에서 더 하자면 어디를 선택하면 좋은가? 바로 위에처럼 분류한 3가지 중에서 자기의 기호에 따라 선택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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