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산책①] 영국 프랑스 미국 독일은 ‘통일’로 선진화 이뤘다
[통일산책①] 영국 프랑스 미국 독일은 ‘통일’로 선진화 이뤘다
  • 이명희 국립공주대 교수(역사학)
  • 승인 2015.05.02 1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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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명희 국립공주대 역사학과 교수

유럽 중에서도 먼저 근대국민국가를 이룬 나라는 영국과 프랑스이다. 영국의 명예혁명이 1688년에, 프랑스의 대혁명이 1789년에 일어났다. 미국도 1776년에 독립을 달성하고, 국가연합 단계를 거쳐 1787년에 연방헌법을 채택하면서 연방국가를 만들었다. 이들 선발 선진국들은 시민혁명에 의해 자유주의적 개혁을 추진하고 산업혁명을 일으켜 근대국민국가를 성립시켰다.

반면에 후발 선진국인 독일과 이탈리아 일본의 길은 달랐다. 독일은 ‘프로이센-오스트리아 전쟁(1866)’과 ‘프로이센-프랑스 전쟁(1870~1871)’을 승리로 이끌어 독일의 통일을 이룩하고, 이를 전후하여 정부주도의 공업육성정책을 통하여 근대화에 성공하였다.

이탈리아는 북서부의 사르데냐 왕국을 중심으로 자유주의 정책을 펴면서 북동부의 롬바르디아와 중부이탈리아를 병합하고, 가리발디 의용군을 앞세워 시칠리아섬을 제압하여 이탈리아 통일을 달성하였다.  일본도 작고 많은 영주국가로 분열되어 있던 700여년 전통의 막부체제를 끝내고(1866년), 왕정복고(1968년)를 통해 학제반포, 징병제실시, 지조개정 등 중앙집권적 개혁을 이루어 근대 국민국가의 기틀을 정비하였다.

요컨대 이들 근대국민국가는 ‘통일’을 통해 이뤄졌다는 것이다. 위 6개국은 각기 서로 다른 길을 통해 근대국민국가를 이룩하였지만, 실제에 있어서는 중요한 공통의 특징을 가지고 있다. 그것은 ‘국민적 통합’ 내지는 ‘지역적 통일’과 함께 근대적 개혁을 통해 근대국민국가를 완성하고 선진화를 이룩했다는 점이다. 

필자의 이같은 주장에 찬성하지 않는 분도 있을 것이다. 영국과 프랑스는 시민혁명에 앞서 오래전부터 통일 왕국을 이루고 있었고, 미국도 영국으로부터 독립을 했을 뿐 분열도 없었으며, 따라서 통일의 과정도 없었다고 반문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미국에서는 통일이라고 부를만한 과정도 없었다.

하지만 조금 더 들여다보면 다르다. 영국에서는 ‘100년 전쟁’에서 노르만 정복왕조가 패한 이후, ‘30년전쟁’을 치루는 동안 귀족세력들도 몰락했다. 이를 배경으로 헨리7세에 의해 튜더 왕조가 성립(1485년)됨으로써 잉글랜드가 재통일되었다. 이후 1535년에 웨일즈가, 1536년에는 아일랜드가 잉글랜드에 통합되었으며, 1707년 연합법의 공표에 의해 스코틀랜드가 잉글랜드와 합쳐져 그레이트 브리튼 왕국이 성립됨으로써 영국 통일이 완성되었다. 그러면서 개혁의 과정에서 국왕과 귀족 그리고 평민으로 나뉘어져 있던 국민들을 하나로 화합시킨 ‘명예혁명’을 이룩함으로써 영국은 진정한 통일을 이룰 수 있었다.

프랑스도 ‘100년 전쟁’에서 승리하면서 프랑스에 있던 잉글랜드의 영토를 거의 되찾아 국토통일을 이룩하고, 발루아 왕가에서 가문을 달리하면서 강력한 경제정책과 행정개혁 등을 통해 왕권을 강화해 이후 부르봉 왕조의 절대왕정을 준비해 놓았다. 하지만 부르봉 왕조 내에서 왕실과 귀족 그리고 평민들 사이에는 서로를 넘을 수 없는 벽이 있었다. 이것이 대혁명을 통해 무너져 버렸다. 이후에 평민들 사이에서도 가진 자와 못가진 자 사이의 대립이 있었지만, 그것은 분열이 아니라 대혁명 정신의 틀 안에서는 통일이었다.

미국도 이렇다 할 통일의 과정이 없는 것처럼 보이지만, 내면을 들여다보면 실은 그렇지 않다. 미국이 1787년에 ‘연방국가’를 성립시켰다고는 하지만, 1861년부터 5년에 걸친 ‘남북전쟁’으로 실질적인 미합중국의 통일이 이뤄지기 전까지는 여러 지역과 이념, 특히 노예제 문제를 둘러싸고 분열 상태에 있었다. 즉 ‘남북전쟁’은 미국 독립 이후, 분열되어 있던 미합중국을 통합시키는 ‘통일전쟁’이었고, 통일 이후 미합중국을 보편 가치에 의해 개방적으로 운영해가도록 만든 토대였다.

독일, 이탈리아, 일본은 물론이고 영국과 프랑스 그리고 미국도 근대국가로 발전하는 과정에는 이처럼 민족적 통일 또는 국민적 통합의 과정이 있었다. 그리고 그것이 발판이 되어 선진국가로 도약할 수 있었던 것이다.

필자는 이러한 선진국들의 통일 이야기를 통해 한반도 통일을 앞둔 우리가 무엇을 생각하고 또 배워야 할 것인지에 대해 이야기해 보고자 한다. 다음 이야기는 영국부터 풀어가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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