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로냐, 볼로네세] 마피아 땅의 오해와 진실
[볼로냐, 볼로네세] 마피아 땅의 오해와 진실
  • 한도현(볼로냐 대학교 정치학과 교환교수)
  • 승인 2015.05.04 1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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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도현(볼로냐 대학교 정치학과 교환교수)

‘벤베누띠 알 수드(Benvenuti al Sud, 남부 이탈리아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라는 영화는 북부 이탈리아 사람들이 남부 이탈리아 사람들과 남부 이탈리아를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익살스럽게 보여주고 있다.

밀라노로 전근가려고 장애인 흉내를 내다가 결국은 나폴리 쪽으로 전근가게 된 우체국장의 이야기다. 국장은 방탄복을 입고 나폴리의 발령지로 떠난다. 이 국장은 운전해서 나폴리로 가는데 너무 느린 속도로 운전해서 교통경찰에게 검문을 받게 된다.

검문하는 여경의 대답이 더 걸작이다. “아, 네. 그 기분 이해해요. 제 오빠가 코소보에서 근무하거든요.” 이 영화에서 말하는 코소보란 비참한 내전의 땅이다. 요컨대, 북부 이탈리아 사람들은 남부를 사람들이 사는 정상적인 땅이 아니라 범죄와 전쟁의 땅으로 본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한국인 상당수가 나폴리, 시칠리아 등 남부 이탈리아를 부정적으로 생각하고 있지 않을까?

이러한 편견들을 객관적 사실인양 믿어버리도록 하는 연구들도 여러 개 있다. 밴 필드의 연구와 퍼트남의 연구를 들 수 있다. 밴 필드는 남부 이탈리아 바실리카의 키아라몬떼 지역(책에선 Montegrano)을 연구했다.

그는 이 지역 주민들 사이의 불신이 이 지역의 사회발전을 가로막고 있다고 주장했다. 저자가 의도하지 않았겠지만 이 책이 널리 읽히게 됨에 따라 남부 이탈리아는 불신의 땅, 저발전의 땅으로 낙인찍히게 된다. 이 연구 이후 약 40년 쯤 지나서 하버드 대학교의 퍼트남 교수가 중요한 연구를 발표했다.

그는 사회자본과 사회발전의 관계를 강조했다. 이 책의 결론에 따르면 과거에 남부 이탈리아가 북부 이탈리아보다 잘 살았지만 남부 이탈리아 주민간의 불신, 사회자본의 부족 등으로 지금 남부 이탈리아는 저발전을 겪고 있다.

나는 밴 필드의 연구와 퍼트남의 연구에 기반 해서 나름대로 남부 이탈리아를 이해하게 됐다. 위대한 학자들의 연구를 기반으로 한 것이니 나의 판단은 틀림없으리라 생각했다. 나폴리, 시칠리아 등 남부는 범죄가 심한 지역이라고 단정했다.

그래서 나폴리와 남부의 아름다운 경치를 보고 싶은데 “가도 괜찮을까”, “위험하니 가지 말까”하고 고민했다. 결국 몇 분들의 자문을 받기로 했다. 로마 쪽에 사시는 한 분은 “28년을 이태리에 살면서 저도 남부하고는 친하지 않아요”라고 답했다.

이 대답은 나의 두려움을 더 강화해 주었다. 나는 여기서 멈추지 않고 나폴리 출신 빠올로 아저씨를 만났다. 2시간 동안 설명을 들었다. 자신은 볼로냐에서는 소매치기를 당했지만 나폴리에서는 한 번도 안 당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나폴리 안전하며 아름답고 볼 것 많으니 꼭 가보라고 했다. 나는 다시 볼로냐 대학교 사회학과의 움베르트에게 또 물어보았다. “나폴리 안전해요?”. 움베르트는 나를 쳐다보더니 “아뇨, 소총과 권총을 준비해서 가야죠”하며 한참 웃는다.

그는 오히려 북쪽 이탈리아가 속물 사회이고, 치열한 경쟁사회라 남부 이탈리아보다 훨씬 나쁜 사회라고 말했다. 나폴리 출신들의 자부심에 가득 찬 설명을 듣고도 불안한 마음으로 나폴리를 향했다. 그런데 나폴리 중앙역서부터 나의 편견이 깨지기 시작했다. 지하철, 거리에서 주변을 계속 의심했는데 내 모습이 꼭 그 영화의 우체국장 같았다.

예상과 달리 거리는 활기차고 아름답고 안전했다. 현지 민박집에 도착하니 주인이 집 앞의 길에 나와서 기다리고 있다. 이러한 친절은 북부 이탈리아에서는 기대하기 어렵다. 주인이 안내해준 침실에서는 더욱 놀랐다.

그리스 로마 생활사 책 19권 시리즈를 비롯하여 여러 가지 예술사, 철학 책들이 꽂혀 있다. 나폴리 주민들의 문화 수준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도시는 친절했고 안전했으며 참으로 아름다웠다. 소매치기? 어느 관광도시에나 있다. 안전한 도시로 알려진 제네바에도, 볼로냐에도.

‘벤베누띠 알 수드!’

필자소개
한도현 한국학중앙연구원 교수, 볼로냐 대학교 정치학과 교환교수, 코이카 지구촌 새마을운동 전문위원, Korean Histories 편집위원(Leiden Univ 네덜란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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