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진으로 옮겨온 것이 행운이었지요”
천진 풍림호텔 커피샵에서 19일 황찬식 천진한국인(상)회 회장이 말문을 열었다.풍림호텔은 황회장이 경영하는 호텔로, 침대수 80개. 한국음식점에 사우나와 가라오케도 딸려 있어서 한국 손님이 많이 이용하는 호텔이다.그가 이 호텔을 인수받아 경영한 것은 7년전. 그의 사업이 성공가도를 달리고 있을 때였다.
“1992년부터 중국을 드나들다가 96년 요녕성 안산에 사무실을 차렸습니다. 하지만 몇 년을 정말 힘들게 보냈지요”황회장은 고대 경영학과 출신. 코오롱상사에 입사해 봉제 수출을 담당하다가 29세의 젊은 나이에 홀로서기를 시작해 CEO의 길을 걸었다.
“젊은 패기에 봉제공장을 시작했어요. 2년만에 접고, 다시 스프레이페인트회사를 시작했으나 안되더군요.정말 막막했어요”그가 재기를 위해 탈출구로 찾은 것이 중국시장이었다.그는 중국에서 고철을 구해서 한국으로 가져오라는 사돈의 말에 힘입어 중국 대륙을 헤멨다.
둘째 동생이 어렵사리 재기를 위한 자금을 지원했다고 한다. 하지만 중국에 고철은 없었다. 대신 각고의 노력끝에 찾아낸 것이 요녕성 안산의 활석과 마그네사이트였다.효성측의 소개로 철합금 재료를 찾던 도중에,일신산업에서 활석 오더를 낸 것이 계기가 됐다고 한다.
“안산의 활석과 마그네사이트를 수출하면서 철합금 제품도 수출의 길이 열리기 시작했어요. 수출품 검사를 위해 천진항을 오가게 되면서, 안산에서 천진으로 사무실을 옮겨오게 된 것입니다” 그는 당시 그 결정이 그의 사업에 중대한 전환을 가져왔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 이래 철합금 원재료 수출이 제 사업의 주종을 이루게 됐지요. 주물에 쓰이는 페인트 형태의 도형제 공장도 천진에 설립해서 중국 내수를 하고 있습니다”3년전부터 손을 댄 태양광셀 분야도 사업이 순조롭다고 한다.셀의 원재료인 웨이퍼를 중국에서 구해 한국에 보내고, 반제품인 셀을 중국 공장으로 보내 완제품을 만들도록 하는 중간 역할을 맡고 있다는 것이다.
황회장은 교민들을 위한 봉사활동에도 열심이다.올초 천진한국인(상)회 회장에 부임한 이래 교민들을 위한 다양한 활동을 전개했다.교민 합창단을 만들어 지난 5월 코리아판타지를 선보인 것은 물론, 18일 교민 1000명이 참여한 가운데 열린 크리스마스 페스티벌도 그가 이뤄낸 역작이다.
그와 얘기를 나누는 중에 커피샵 2층에서 찬송가 합창이 들려왔다.“오전에는 한국 교회가, 오후에는 우리 천주교회가 대연회장에서 예배를 봅니다”이 연회장도 예식 등 행사용으로 사용하면 더 많은 돈이 되지만, 교민들을 위한 예배공간으로 사용하고 있다는 게 주변 사람들의 소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