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say Garden] 쉘터섬(Shelter Island)을 거닐며
[Essay Garden] 쉘터섬(Shelter Island)을 거닐며
  • 최미자<미주문인협회 회원>
  • 승인 2015.06.01 1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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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에 이어 병원에서의 체험담을 한 번 더 계속하려고 했는데, 한국에서 발행되는 문학지 <에세이 포레> 가을 호부터 연재되는 ‘미국에서 온 편지’ 코너에서 독자들을 만나기로 하고 이 글을 올린다.

뜻밖의 병환에서 살아난 나는 의미 있는 5월을 보내며 가족과 바다로 나갔다. 샌디에고 도심빌딩이 건너편에 보이는 쉘터섬으로 왔다. 올해엔 5월에 내리는 봄비를 두 번이나 보았다. 사람들은 기이한 현상이라고들 말하지만, 물이 귀한 이곳에 내린 비는 모든 식물에 반가움이다. 5월 내내 초겨울을 연상하듯 우중충한 날씨가 계속이지만 바다 위에 떠 있는 하늘의 구름도 화가인 고호가 생동감을 느꼈던 한 폭의 그림 같다.

오후여서인지 교각(Pier)에는 드문드문 낚시꾼들이 바다를 향해 던져놓은 낚싯줄을 응시하고 있다. 주변에는 주둥이가 기다란 펠리컨(Pelican)들이 먹이를 기다리는 풍경이 즐겁다. 내가 지나가도 두려워하거나 경계하지 않는 바닷새들.

자연을 함부로 해치면 안 되는 법을 만들어 지키는 시민 정신이 늘 존경스럽다. 문득 우리와 마주친 두 아가씨가 조금 전 건너편에 비행기가 사고로 떨어졌다면서 말해주었다. 바닷물 속에 잠긴 비행기의 꼬리 부분이 멀리 보였다.

소방차가 보이고 비행기를 건지려는 높은 기중기가 도착되어 있다. 조종사는 낙하산을 타고 뛰어내렸다고 하니 다행이다. 그제야 우리는 텔레비전 방송국의 사진기가 여기 저기 장치되어 있던 이유를 알았다.

지나가던 40대로 보이는 한 동양인이 내 딸에게 어느 나라 사람이냐며 말을 건넸다. 그러더니 자기 모국인 베트남의 슬픈 역사를 이야기하며 중국을 큰소리로 마구 욕했다. 그는 미국에서 군인 복무를 마친 사람이었다. 반면 한국에 대하여는 북한의 어린 김정은과 엉터리 남한 역사를 알고 있었다. 그리고 한국의 발전은 일본의 기술을 복사한 것이 아니냐고 반문했다.

▲ 샌디에고 도심 빌딩이 건너편에 보이는 쉘터 섬.
역사를 공부한 내 딸이 그의 말에 대응하여 따끔하게 설명해 주었다. 이 베트남 젊은이는 대한민국이 일본에 짓밟힌 치욕스러운 역사도 전혀 모르고 관심도 없었다. 가끔은 그런 미국인들을 여기서 만나곤 한다.

잠시 후, 그가 떠나고 곁에서 그런 대화를 가까이서 엿들었던 미국 청년이 서 있었다. 그의 눈빛은 진지하고 관심을 가진 듯 해 보여 내가 말을 건넸다. 럭비선수 재킷을 입고 조용히 낚시하며 서 있는 청년의 모습이 예사롭지 않았다. 우리가 한국에 대해 아느냐고 물으니 그는 작은 섬 때문에 일본하고 싸우는 나라로 알고 있다고 대답했다.

가까운 포인트 로마(Point Loma) 동네에 살고 있는 17살 고등학생(Luke)은 새 학기엔 인디애나 주로 대학을 간다는 학생이었다. 공부도 잘했는지 야무지게 이것저것 딸과 이야기하는 모습이 신기했다. 금요일 오후에 바닷가에 나와 홀로 사색하는 태도가 미래를 이끌어갈 훌륭한 젊은이의 모습이다.

나는 그를 껴안아주며 당신이야말로 우리 미래의 희망이라고 영어로 말해주었다. 딸이 내가 작가라고 그에게 소개하니 똑똑한 루크(Luke)는 스마트폰을 꺼내 당장 한글 자판을 내려 받아 내 칼럼 글을 저장도 했다.

오늘은 아주 수년 만에 딸의 생일을 축하해주려고 외식한 후, 우린 내 친정어머니의 뼛가루를 뿌린 바다(Shelter Island)로 갔는데, 이렇게 몇 사람들과 뜻밖에 대화를 나눈 것이다. 딸은 어머니의 뱃속에서 탯줄을 끊고 세상으로 나올 때 병원의 입원실을 지켜주던 외할머니께 깊은 감사를 드리고 싶어 했다. 하늘에서 뚝 떨어진 자식이 아니라, 부모의 몸을 빌려 힘들게 나오고 자란 몸이라며 생일날이면 이렇게 딸은 기특한 생각을 하곤 했다.

▲ 샌디에고 쉘터섬에서 만난 17세 청년 루크는 한국에 대해 작은 섬 때문에 일본하고 싸우는 나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동아시아와 세계인이 평화적으로 이웃나라와 어떻게 살아가야 할 것인가를 함께 고민해야 할 때다.
그날, 집에 돌아와 나는 앞으로 만나는 사람들에게 말해주려고 미국사람이 한국의 독도(Dokdo)를 소개해놓은 웹사이트가 생각나서 오랜만에 인터넷으로 들어가 보았다. 이게 웬일인가?

누군가가 www.geocites/mlovmo를 차단해 버렸다. 혹시, 구글(Google) 세계지도에서 East Sea를 일본 해로 바꾸어 놓은 일본인의 짓이 아닐까? 지금도 일본인들은 돈을 아낌없이 투자하며 조용히 로비하고 행동하고 있으니 말이다. 우리 한국에서 만들어 놓은 독도와 동해와 관한 영어 웹사이트는 없을까. 궁금해진다.

대한민국이 경제적으로 지금 넉넉하다지만, 일본이 넘어다보며 거짓으로 주장하는 동해바다에 있는 작은 섬, 독도를 지켜야할 것이다. 세계인에게 영어로 책자를 많이 만들어서 정확한 역사를 여기저기 알려주어야 한다. 한국의 정치인과 국민들은 작은 나라를 편 가르지 말고 칭찬하면서 단결해도, 우리는 앞으로도 힘든 길을 가야 할 것이다.

거짓 역사로 교과서를 만들어 학교에서 가르치고 있는 일본의 잘못된 정치인들을 폭로해야 한다. 일본과 중국은 무기를 만들며 싸움준비를 하고 있지만, 지금은 세계인이 함께 사는 시대(Global World)가 되었다. 그리하여 동아시아 나라와 세계인이 평화적으로 이웃나라와 어떻게 살아가야 할 것인가를 함께 고민해야 하기에 그날 밤 나도 한국의 역사책을 다시 펼쳐보았다.

최미자 미주문학서재 http://mijumunhak.net/mija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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