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나라서 어머니 만나면 한국말로 얘기할 것"
"하늘나라서 어머니 만나면 한국말로 얘기할 것"
  • 월드코리안
  • 승인 2010.12.22 1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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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늦게 한국어 배운 60대 재일동포 마츠모토 게이고의 사모곡

 
재일동포 마츠모토 게이고(65)씨는 60대 중반의 나이에 한국에 와서는 서울대 언어교육원에서 1년여간 우리말을 새로 배웠다.

그가 공부를 하게 된 건 사업상 이유도, 생활의 불편 때문도 아니었다. 오로지 어머니(고 김소분씨)를 향한 효심이 그를 한국어로 이끌었다.

마츠모토씨는 22일 연합뉴스와 한 통화에서 "어머니는 돌아가시기 6~7년 전부터 줄곧 한국말만 쓰셨다. 어머니가 어떤 마음이셨는지도 알지 못하고 불효한 게 가슴에 남았다"고 말했다.

한국인인 마츠모토씨 부모는 해방 전 일본으로 건너가 생활터전을 잡은 재일동포 1세대다. 마츠모토씨는 일본에서 태어나 줄곧 일본에서 자랐다.

그는 어머니 생각만 하면 가슴이 아프다. 고등학교 2학년 때 아버지가 돌아가신 뒤로 어머니는 이국에서 홀로 7남매를 키웠다.

한국인이라 직장도 얻지 못하다 보니 밀주를 만들어 팔기도 했다고 한다.

마츠모토씨는 "어머니는 정말 고생을 많이 하셨다. 자라면서 어머니가 새 옷을 입거나 화장하신 모습을 한 번도 보지 못했다"고 회상했다.

생활고에도 자식교육에는 온갖 정성을 쏟았다. 마츠모토씨는 도쿄 호세이대 경영학과를 최상위권으로 졸업했다.

하지만 재일동포 2세의 취업 문은 극도로 좁았고 결국 창업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37살에 어쩔 수 없이 귀화한 것도 한국 국적으로는 대출을 받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졸업 후 같은 재일동포인 장인 도움으로 사업을 시작했고 건설현장에 유류를 공급하는 에너지 물류기업을 세우고 업계 최고 수준의 회사로 키우는 성공신화를 이뤄냈다.

생활에 여유를 찾자 고생한 어머니께 제대로 효도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세계여행도 보내드렸다.

그런데 어머니는 여든이 넘자 일본어를 점차 잊고 한국어만 쓰기 시작했다고 한다.

다른 재일동포 중에도 연로해지면서 어릴 적 쓰던 말과 행동으로 돌아가는 경우가 가끔 있다고 마츠모토씨는 전했다.

다른 형제들은 어머니가 한국어를 쓰는 것을 불편해했지만 마츠모토씨만은 상관하지 않았다. 그래서 어머니는 막내아들인 마츠모토씨 집에만 오면 큰 소리로 한국말을 하곤 했다.

마츠모토씨는 "나도 한국말은 조금 알고 있었지만 어머니 말을 거의 알아듣지 못했다. 무슨 말을 하시는지 모르니 너무 죄송하고 불효하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어머니는 1999년 향년 90세로 세상을 떠났다. 그리고 10년이 지난 작년 9월 마츠모토씨는 서울대 언어교육원 한국어과정에 등록했다. 은퇴 후 1년 만이었다.

그는 전체 6개 과정 중 4개 과정을 이수하고 지난달 일본으로 돌아갔다. 언어교육원 자료실 기금으로 활용하라며 500만원도 쾌척했다.

그는 "내가 죽어서 어머니를 다시 만나더라도 한국말을 모르면 안 되겠더라. 은퇴하고서 조금이나마 기운이 남아있을 때 고국어를 배우고자 한국을 방문했다. 하늘나라에서 어머니를 만나면 이제는 한국말로 이야기하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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