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강만평(三江漫評)-68] ‘광복’ 단상
[삼강만평(三江漫評)-68] ‘광복’ 단상
  • 정인갑<중국 전 청화대 교수>
  • 승인 2015.06.03 09:1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금년 한국 광복 70주년을 맞이하여 한중이 같이 하는 행사가 꽤나 있으리라 짐작된다. 이를테면 한중이 협력해 영화 ‘안중근’ 제작을 기획하고 있으며 이를 위해 중국 투자자를 초청하는 이벤트가 있다. 필자는 이 이벤트를 위한 초청장을 손질해준 적이 있다.

초청장에는 ‘한중 광복 70주년에 즈음하여…’라고 돼 있다. 여기에 문제점이 있다. 중국은 ‘광복’이란 말을 전혀 쓰지 않는다. ‘광복’은 ‘망했던 나라를 회복하다’라는 뜻이다. 2차 대전이 끝날 때 중국이 ‘망했던 나라를 회복한 것’이 아니니 당연 ‘광복’을 운운할 수 없다.

1840~1949년 중국사회의 성격을 모택동은 ‘식민지, 반식민지, 반봉건 사회’라고 했다. ‘식민지’는 대만이고, ‘반식민지’는 만주국이며 ‘반봉건’은 중국의 나머지 광활한 지역을 일컫는다. 대만 하나만 ‘광복’을 운운할 수 있으나 중국영토의 0.36%에 불과해 무시된다.

‘광복’이라고 하면 식민지인 중국이 소련과 미국에 의하여 잃었던 나라를 찾은 것으로 되므로 중국의 자존심이 깎인다. 중국인의 관념은 당시 중국은 엄연한 주권국가이며, 세계 반파쇼 전쟁 및 반일전쟁의 전승국이라 생각한다. 이런 인식이 당연히 맞을 것이다. 우선 2차 대전시기(1939.9~1945.8)  일본 육군의 포석(사단 주둔 현황)을 살펴보자.


1939년 9월 2차 대전이 시작됐을 때부터 1945년 8월 2차 대전이 결속될 때가지 관내에 주둔한 일본 육군은 23~26개 사단을 유지하고 있었다. 중국군의 견제 때문에 일본 육군은 북으로 소련을 진공할 수 없었고 남으로 태평양전쟁에 증원할 수 없었다.

일본군은 2차 대전 때 183만 명이 전사했다. 그중 120만 명이 태평양전역에서 전사했고, 63만 명이 중국 전역에서 전사했다(중국 관내 40.46만, 동북 2.65만, 대만 3.74만, 버마·인도 16.19만).

중국군은 일본 공군에 큰 타격을 줬다. 중국 전역에서 일본 전투기는 554대 격추됐고, 615대가 피해를 입었다. 물론 소련, 미국의 도움도 컸지만 중국 공군의 역할이 크다.

2차 대전 중 중국군의 역할에 대하여 미국 루스벨트 대통령은 그의 아들에게 다음과 같이 말했다. “만약 중국이 없으면, 만약 중국이 무너졌으면 얼마나 많은 일본군이 다른 전역으로 파병될지 아는가? 일본은 이내 호주를 점령하고 인도를 점령하며… 중동까지 쳐들어가 독일과 합세하게 된다. 이집트를 삼킨 후 중동의 교통선을 차단하고 소련이 완전히 격리된다. 그러면 우리는 그들에게 하나하나 먹힐 위험이 있다.”

2차 대전 중 중국의 역할이 이렇듯 컸음에도 불구하고, 왜 지금까지 잘 알려지지 않았을까? 장개석은 곧 중공과의 대립을 예측하고 장차 일본의 도움을 받기 위하여 2차 대전이 끝나자마자 일본과 친선노선을 걸었다. 그러므로 2차 대전 중 중일대립의 상황을 덮어두었다.

중국공산당은 자신의 당리당략을 위하여 국민당을 극력 추악하게 묘사했다. “반일전쟁 8년간 장개석은 중경에 칩거하며 항일은 흉내만 내고 내전만 일삼으며 공산당만 반대했다”고 50여 년간 선전했다.  이런 연유로  2차 대전 기간 중 중국의 역할은 평가절하됐다.

2006년경에 와서야 타이완 민진당의 대만독립을 막는 차원에서 중공은 대만 국민당과 다시 손을 잡게 됐다. 따라서 반일전쟁 8년간 국민당의 공적을 사실 그대로 인정하며 선전하기 시작했다. 그런 내용의 영화나 TV드라마도 많이 제작됐다.

문제의 본론으로 돌아가 보자. 한국은 잃었던 나라를 찾았으니 명실상부한 ‘광복’이다. 그러나 중국은 나라를 잃은 적이 없고, 따라서 잃었던 나라를 찾은 것도 아니므로 ‘광복’이라 하면 틀린다. 2차 대전 중 중국의 공적이 큰가작은가는 각자 판단에 맡기고, 어쨌든 중국은 2차 대전의 참여국이고, 주권국가라야 전승국이 될 수 있으므로, ‘광복’이라 하면 정치적 논쟁을 야기시킬 소지가 있다.

그러면 어떻게 표기해야 하는가? ‘중국 항일전쟁승리 및 한국 광복 70주년 기념대회(中國抗日戰爭勝利暨韓國光複70周年紀念大會)’라고 하던가, 아니면 ‘중한(한중) 반파쇼전쟁승리 70주년기념대회(中韓反法西斯戰爭勝利70周年紀念大會)’라 하면 괜찮을 듯하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서울특별시 송파구 올림픽로35가길 11(한신잠실코아오피스텔) 1214호
  • 대표전화 : 070-7803-5353 / 02-6160-5353
  • 팩스 : 070-4009-2903
  • 명칭 : 월드코리안신문(주)
  • 제호 : 월드코리안뉴스
  • 등록번호 : 서울특별시 다 10036
  • 등록일 : 2010-06-30
  • 발행일 : 2010-06-30
  • 발행·편집인 : 이종환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석호
  • 파인데일리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월드코리안뉴스. All rights reserved. mail to wk@worldkorean.net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