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바 코리안] 실크로드의 관문 키르기스스탄에도 K-Pop
[비바 코리안] 실크로드의 관문 키르기스스탄에도 K-Pop
  • 정길화(MBC 프로듀서)
  • 승인 2015.06.03 1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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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길화(MBC 시사제작국 PD, 본지 객원 칼럼니스트)
K-Pop의 물결은 중앙아시아 키르기스스탄에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 5월30일 수도 비슈케크 국립필하모니극장에서 주키르기즈한국대사관(대사 정병후)과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키르기스지회(지회장 전상중)가 개최한 ‘K-Pop 월드페스티벌’이 성황리에 열렸다.

이날 17개 팀이 본선에 진출해 2,000여명의 관중 앞에서 열띤 경연을 벌였는데 대상은 마나스터키대학에 재학 중인 아크무르 양이 차지했다. 아크무르 양은 2주간 한국을 다녀올 수 있는 부상도 받았다고 한다.

이 소식을 들으니 지난 5월초 ‘케이 컬처(K-Culture)’의 확산 가능성을 타진하기 위해 키르기스스탄을 방문했던 기억이 새롭다. 당시에도 도심 여기저기서 한류의 현장을 목도할 수 있었다. 버려진 컨테이너로 만들어진 거대한 쇼핑센터인 도르도이 바자(Dordoy Bazza)에서는 한국 드라마와 K-Pop을 수록한 해적판 DVD와 CD가 진열된 것을 볼 수 있었다. 비슈케크에는 한국의 매운 라면을 파는 식당이 성업 중이고 시내에는 한류 스타의 포스터가 내걸린 뷰티 숍도 눈에 띄었다.

키르기스스탄 젊은이들이 K-Pop 등 한류를 즐기는 장면은 일견 자연스러웠는데 그 이유는 무엇보다 그들의 생김새가 한국 사람과 매우 유사했기 때문이었다. 국민의 70%에 달한다는 키르기스인은 한국인과 닮아도 너무 닮아 순간적으로 착각을 할 정도였다.

터키, 아제르바이잔, 투르크메니스탄, 우즈베키스탄, 카자흐스탄, 키르기스스탄 등 투르크계와 한국, 몽골 등 몽골계 간에 “민족적 시원의 유사성과 문화와 감정의 동질성”이 있다는 얘기는 익히 들었지만 예상 이상이었다. 연전에 국내 일각에서 제기된 ‘알타이 연대’라는 말이 공연히 나오는 것이 아니었다.

키르기스스탄은 종교적으로는 이슬람 문화권에 있고, 정치적으로는 러시아의 영향을 받는 나라라고 할 수 있다. 이슬람식 요리는 미각의 새로운 도전이었고, 낯선 키릴 문자로 표기된 러시아어와 키르기스어는 적응이 쉽지 않았다.

▲ 키르기스스탄에서 열렸던 전승 70주년 행사.
때마침 2차 대전 전승 70주년의 행사가 열리고 있어 키르기스스탄의 현대사에 대한 인식을 할 수 있는 기회였다. 무엇보다 실크로드의 천산북로가 지나간 길을 답사하는 것은 신선하고 진기한 체험이었다. 그중에서도 수려한 경관을 자랑하는 이식쿨 호수의 기운을 마음껏 누려본 것은 지금도 뇌리에 선연하다.

이식쿨(Issyk Kul)은 ‘따뜻한 호수’를 뜻하는 키르기스어다. 손을 담가 보니 호수물이 따뜻한 것은 아니었고 겨울에 얼지 않는 부동호(不凍湖)를 말한다고 한다. 산정 호수로는 면적이 남미의 티티카카 호수 다음일 정도로 광대무변이다. 우리 경상북도 크기라고 하면 실감이 날 것이다.

천산의 만년설이 푸른 물에 비치면서 이루는 데칼코마니는 장엄하다. 볼리비아 우유니 소금 사막에서 보았던 광경을 떠오르게 하였다. 이 호수를 두고 이르는 ‘중앙아시아의 진주’라는 말은 결코 과하지 않다.

▲ 이식쿨(Issyk Kul) 호수는 겨울에 얼지 않는 부동호(不凍湖)이다.
키르기스스탄은 구소련의 자치공화국이었다가 1991년에 독립했다. 이듬해 제정된 국기는 붉은 색과 노란 색을 주조로 하고 있다. 붉은 바탕은 용기와 열정을, 노란 원은 태양을 뜻하고 이는 평화와 풍요를 의미한다고 한다. 노란 태양의 주변에 40개의 빛살이 보이는데 이는 영웅 마나스(Manas)가 몽골에 대항하면서 통일한 40개의 부족을 뜻한다.

또 둥근 해 안에는 세 줄의 붉은 선이 두 묶음으로 교차하고 있는데 이는 초원의 천막집 즉 유르타에 보이는 창살을 형상화한 것이다. 지금의 국기는 전반적으로 러시아의 영향과 유목민 문화의 느낌을 강하게 준다. 주제넘은 일일 수도 있겠으나 국기에 이식 쿨 호수의 푸른색을 담는 것이 더 어울리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해본다.

키르기스스탄은 국토가 대부분 산이고 특히 40%가 해발 3,000m를 넘는 고산지대다. 그런 이유로 중앙아시아의 스위스라고 부르기도 한다. 역사적으로 보면 흉노, 돌궐, 당나라, 위구르, 몽골, 청나라, 러시아 등 주변의 강국이라는 강국은 무시로 이 나라를 침략했다.

지정학적 위치가 동서의 관문이라 어느 쪽에서건 원정대가 휩쓸고 가려면 필히 지나야 하는 길목이다. 이러한 키르기스스탄이 최근 들어 한국과 더 가까워지고 있다. 한국형 농수산유통공사 설립, 농업연수 등이 그렇고 이 나라 정부에서 일하는 한국 사람도 늘고 있다. 키르기스스탄 최남단 출신으로 케이 팝의 신성이 된 아크무르 양이 양국의 교류와 친선을 이끄는 문화 사절이 되기를 바란다.

▲ 도르도이 바자와 한류 콘텐츠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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