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대한민국-89] 장아찌
[아! 대한민국-89] 장아찌
  • 김정남<본지 고문>
  • 승인 2015.06.27 0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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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정남(본지 고문, 전 청와대 사회교육문화수석)
어릴 적 초·중등학교에 다닐 때, 도시락 반찬으로 먹었던 장아찌의 맛을 우리는 잊지 못한다. 못살아 가난했던 시절의 입맛이기에 더욱 그렇다.

장아찌의 종류도 다양해서 마늘, 마늘종, 깻잎, 무, 오이, 풋고추, 더덕, 도라지, 고춧잎, 무말랭이, 무청, 배추속대, 지방에 따라서는 참외, 물외, 당근, 우엉, 콩잎, 산초, 풋감, 송이버섯, 씀바귀 등으로도 담근다. 채소 외에도 김, 미역, 다시마 등의 해초와 굴비, 북어 등의 해물과 산나물, 두부, 도토리묵으로도 담근다.

장아찌는 대개 햇장이 익은 다음, 지난 해 먹다 남은 간장이나 된장, 고추장으로 담근다. 숙성되는 동안 장맛과 염분이 고루 스며들어 짭짤한 맛과 아삭아삭 원재료가 씹히는 식감이 조화를 이룬다. 한국 땅에서 제철에 나는 식재료를 활용하니, 자연스럽게 건강한 먹을거리일 수 밖에 없다. 여기에 ‘발효’라는 특수한 작용과 시간이 보태지면 영양분은 한결 풍성해진다. 각종 유기산과 아미노산이 생성되고, 비타민과 무기질도 증가한다.

장과, 또는 장저로 불리는 장아찌는 우리네 어머니에서 어머니에게로 자연스럽게 전승되어 온, 선조들의 생활의 지혜가 담겨있는 음식이자, 한국의 전통 장류와 각종 재료의 맛이 발효과정을 거쳐 조화를 이룬 우리 만의 독특한 음식문화다.

특히 먹을거리가 부족했던 겨울철에 대비해, 또는 여름철 음식이 상하기 쉬운 것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재료가 흔할 때 미리미리 준비해 두었다가 장기간 보관하면서 먹는 밑반찬으로 가문의 밥상을 지켜왔다.

제철 재료들을 가지고 얼마나 알뜰하고 맛있는 저장식품을 만들어 먹느냐에 따라 그 집 주부가 얼마나 살림을 잘하는지를 판단했다. 따라서 계절에 따라 때를 놓치지 않고 저장식품을 장만하는 것은 한국인 주부의 중요한 연중행사의 하나였다.

조선 헌종 때 정학유(丁學游)가 지은 「농가월령가」에는 농촌 부녀자들이 하던 연중행사 중에 음식에 관한 이야기가 나온다. ‘7월령’을 보면 “채소, 과일 흔할 적에 저축을 많이 하소. 박, 호박고지 켜고 외, 가지 짜게 절여 겨울에 먹어보소. 귀물이 아니될까.”라는 대목이 나온다.

장아찌에 대한 최초의 기록은 고려 중엽 이규보의 「동국이상국집」에 “장에 넣으면 삼하(三夏, 여름의 석달)에 먹기에 더욱 좋고 소금에 절여 동치미 또는 짠지와 같은 김치로 하고 파는 좌반(佐飯, 반찬)으로 한다” 하였으니, 무 장아찌와 파 장아찌를 이르는 말이다.

조선시대 임금의 수라간 음식 목록에도 특별한 날에 ‘삼합장과’(말린 전복, 해삼, 홍합 장아찌)가 포함되어 있다. 최근 들어서는 저염식의 영향 때문에, 기호도가 줄어들고 있지만, 약선식을 비롯해 보다 건강한 방법으로 장아찌를 즐길 수 있는 방법들이 속속 개발되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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