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로냐, 볼로네세] 안티고니쉬, 볼로냐, 스테파노 자마니
[볼로냐, 볼로네세] 안티고니쉬, 볼로냐, 스테파노 자마니
  • 한도현(볼로냐 대학교 정치학과 교환교수)
  • 승인 2015.06.29 09: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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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의 노바 스코시아(Nova Scotia)에서 15명의 교육생을 데리고 볼로냐 대학교 여름강좌에 온 탐(Tom Webb) 소장을 만났다.

“흥미롭네요, 제가 사비에르 대학교 안티고니쉬(Antigonish)의 협동조합 센터를 6년간 운영하다가 지금은 세인트 메리 대학교로 옮겼는데요.” 처음 만났지만 안토고니쉬 운동에 대한 이야기로 우리 둘은 아주 가까워 졌다.

그는 한국에 가 본적도 없고 나는 안티고니쉬에 가 본 적도 없지만 안티고니쉬의 협동조합 운동 이야기를 이어갔다. 한국에서 많은 사람들이 신협은 기억해도 안티고니쉬 운동을 잘 모른다.

한국전쟁 시기에 많은 피난민들이 부산으로 몰려들어 부산에 빈곤문제가 큰 사회문제였다. 해외원조에 의존하는 정부가 당시에 이들을 위해 할 수 있는 일도 많지 않았다. 이런 어려운 상황에서 희망을 잃지 않으려면 정신력만으로는 되지 않는다.

뭔가 손에 잡히는 사회적 수단이 필요하다, 그래서 가브리엘 수녀는 멀고도 먼 나라 캐나다로 날아갔다. 캐나다의 동쪽 끝인 노바 스코시아의 안토고니쉬에 가서 신용조합 육성과 운영에 대해 배웠다.

부산으로 돌아와 성가정 신협운동을 전개하여 빈민운동의 큰 별이 됐다. 가난한 나라의 빈민들이 자립정신으로 신협을 만들고 그것을 국제적 규모로 발전시킨 예는 그리 많지 않다. 요즘 흔히 인구에 회자되는 그라민 뱅크는 남의 돈을 가지고 소액신용 대출하는 것이라 신협의 자립 자조운동과는 차원이 다르다.

안티고니쉬운동은 한국의 신협 즉 협동조합운동에 매우 큰 자취를 남겼다. 21세기 들어 다시 한국사회는 어려움을 겪고 있다. 고용 없는 성장, 양극화, 청년 실업, 노령화, 자살률. 어느 것 하나 쉬운 것이 아니다.

정부와 시민사회는 새로운 대답을 또 하나의 사회적 혁신에서 찾아보려고 하고 있다. 협동조합과 사회적 경제이다. 정부의 개발정책과 연관된 농협, 새마을금고 등을 제외한 나머지 협동조합운동이나 사회적 경제는 보수층에 의해 공격받기도 했다.

정부의 개발정책과 직결되지 않았던 신협운동이나 한살림운동 등은 권위주의 정부와 대립각을 세운 민주화운동의 기수이기도 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2012년 많은 시민단체들이 국회 및 정부와 힘을 합쳐 협동조합기본법을 만들고 협동조합의 육성과 발전에 지혜를 모으고 있다.

어느 덧 협동조합과 사회적 경제는 하나의 트렌드가 됐다. 많은 연수단들이 21세기의 안티고니쉬인 볼로냐를 찾고 있다. 볼로냐 아니 이탈리아 협동조합 운동의 이론가인 스테파노 자마니(Stefano Zamagni) 교수님은 나를 만나면 한국 방문단 이야기를 곧잘 하신다.

“한 교수, 지난달에 경기도 지사가 다녀갔어요. 지난주에 한국 학생들 20명이 다녀갔어요”라고 자마니 교수가 말한다. 레가코프 바르베리니 재단의 조르다니 이사장은 “2014년에 한국에서 10개 이상의 방문단이 다녀갔다”고 했다.

사회적 협동조합 유스타 레스(Iusta Res) 대표 프란체스코를 만났더니 “KBS가 다녀갔어요”라고 말한다. 이탈리아의 협동조합은 오랫동안 사회주의계열의 레가코프 계열과 카톨릭 계열의 콘프코프로 나뉘어져 발전해왔다.

한국 방문단은 레가코프 계열의 협동조합을 주로 방문하지만 이론가로서는 스테파노 자마니 교수님을 찾는다. 자마니 교수님의 책, 「21세기 시민경제학의 탄생」(Economia Civile), 「협동조합으로 기업하라」(La Cooperazione) 등이 한국말로 번역되어 협동조합 종사자들, 정책입안자들에게 널리 읽히고 있다.

내가 볼로냐 대학교에서 연구년을 보내기로 결심한 것도 이 분 때문이다. 그는 협동조합만 전공하는 비주류의 학자가 아니라 경제사학자로, 경제이론가로 존경받는 주류 학자이다. 이 분의 강의를 들으면 이론가일 뿐 아니라 신념의 사람이자 실천가임을 알 수 있다.

2015년 6월 노바 스코시아에서 온 15명의 연수생들을 대상으로 한 오전 3시간 강의에 에너지를 뿜어내는 모습을 보면 노교수의 모습이 아니라 20대 운동가 같다. 건강하시라. 양극화, 청년실업, 절망의 이 시대에 더 많은 꿈을 던져 주시라.

▲ 스테파노 자마니 교수(사진 왼쪽)과 한도현 교수.
필자소개
한도현 한국학중앙연구원 교수, 볼로냐 대학교 정치학과 교환교수, 코이카 지구촌 새마을운동 전문위원, Korean Histories 편집위원(Leiden Univ 네덜란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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