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해외동포는 모국에 와서 세번 놀란다"
[칼럼] "해외동포는 모국에 와서 세번 놀란다"
  • 이종환 기자
  • 승인 2015.07.01 09: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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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진 시스템은 덮어놓고 괴담과 정쟁만 난무해서야
▲ 이종환 월드코리안신문 발행인

뇌물을 받아 나라 망신을 시킨 공무원 얘기를 신문에서 읽었다. 환경부 산하 국립환경과학원 소속 6급 연구원 이야기였다. 그는 지난 6년간 113회에 걸쳐 뇌물을 받다가 EU대표부의 항의로 덜미가 잡혔다고 한다.

신문에 따르면 그는 수입자동차 환경인증 권한을 남용해 뇌물을 챙겼다고 한다. 15일내에 처리해야 한다는 법적 기한도 무시하고 급행료를 챙기고서야 1-2개월 뒤에 처리해주는가 하면, 마음에 드는 수입차를 점 찍어서 정가보다 34%나 싸게 사는 ‘갑질’도 했다는 것. 이 같은 비리가 드러난 것은 참다 못한 한 수입차 업체가 EU한국대표부에 이 사실을 고발하면서였다. 민원을 접수한 EU한국대표부는‘한국이 과도한 규제를 하고 있다’는 공식항의문을 환경부에 보내면서 사건이 노출됐던 것이다.

과연 그 사이 환경부는 무엇을 했으며, 국립환경연구원은 또 무엇을 하고 있었을까? 자체 감사기능을 일부러 작동 중단시킨 것은 아닐 것인데....또  정부기관 감사 업무를 맡은 감사원은 그사이 손 놓고 무엇을 하고 있었다는 말일까?

이런 기사를 보면서 마침 전날 본 한 신문 칼럼을 떠올렸다.‘해외동포가 한국에 와서 세번 놀란다’는 내용을 담은 칼럼이었다. 해외에서 오래 살던 동포가 한국에 들어오면 우선 공항과 지하철, 인터넷 등 한국의 하드웨어에 놀란다는 것이다. 구미 선진국에 비해 손색없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 심지어 뛰어 넘는 정도라는 것에 놀란다는 것이다.

또 한번 놀라는 것은 물가와 임금, 소비수준이란다. 스타벅스 커피값과 통신비, 식료품 가격은 너무 비싸서, 병원비 공공요금 이미용료 먹자골목의 밥값은 너무 싸서 놀란다는 것이다. 그리고 대기업 공기업 공무원 전문직 은행 등 규제산업 종사자의 임금은 너무 높아서, 청년들이 많이 하는 편의점 식당 등의 아르바이트직종과 비정규직 임금은 너무 낮아서 입을 벌린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칼럼은 해외동포들이 정작 더 놀라는 것은 다음 세번째라고 소개했다. 무엇보다 한국 사회 시스템과 공공리더십의 지독한 후진성에 어안벙벙해 한다는 것이다. 세월호 참사와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 대응은 기겁할 정도라는 것. 너무 무책임하고 무원칙하게 행동하는 세월호 선주와 선장, 선원들에 놀라고 병원과 의사, 환자들에게 놀란다는 것이다.

이 문제에 대응하는 정부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재난대응 실무 책임자는 너무 무능하고, 청와대는 너무 허둥댄다는 것이다. 한국에서 시스템의 뼈대인 혜택과 이를 부담하는 요금과 세금, 위험과 보상, 권한과 책임, 직무와 실력의 균형이 엉망이라는 것에도 놀란다는 것이다. 또 이 후진 시스템 문제는 덮어두고 기업의 탐욕과 변칙을 탓하고 대통령과 정부의 중대한 실책이나 괴담으로나 떠도는 범죄 혐의를 찾는 데 주력하는 한국 언론과 여론에도 놀라고, 시스템의 문제를 도덕과 범죄의 문제로 바꿔서 소모적 정쟁을 주도하는 야당에도 놀란다는 것이다.

논어에 ‘군군신신부부자자(君君臣臣父父子子)’라는 말이 있다. 제나라 경공이 공자한테 정치를 묻자 답했다는 말이 그 여듧자다. 이 말을 들은 제 경공은 “옳은 말이다. 실로 임금이 임금답지 않고 신하가 신하답지 않고 아버지가 아버지답지 않고 아들이 아들답지 않다면, 비록 들에 곡식이 있다고 한들 내가 그것을 먹을 수가 있겠는가?"라고 맞장구쳤다.

각자가 본분에 충실해 할 일을 열심히 해야 맨 꼭대기에 있는 임금 수라상에 밥도 올라갈 수 있다는 뜻이리라. 참고로 원문을 덧붙인다.(齊景公問政於孔子, 孔子對曰: "君君, 臣臣, 父父, 子子." 公曰: "善哉! 信如君不君, 臣不臣, 父不父, 子不子, 雖有粟, 吾得而食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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