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黃海' 고단하고 비루한 조선족 동포의 삶
영화 '黃海' 고단하고 비루한 조선족 동포의 삶
  • 월드코리안
  • 승인 2010.12.24 1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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액션·박진감 돋보이지만 스토리 흡입력은 미흡

아내를 찾기 위해 한국으로 밀항한 조선족 구남이 청부살인을 하기도 전에 살인범으로 몰려 쫓기게 되는 영화 ‘황해’.
화면이 채 펼쳐지기도 전에 “내가 열한 살 때 동네에 개병(광견병)이 돌았다”로 시작하는 중국 옌볜 택시운전사 김구남의 담담한 독백이 흘러나온다. 개 얘기는 바로 극중 구남의 운명을 상징하지만, 어렵게 사는 수많은 조선족 동포들의 삶을 상징하기도 한다. 아내를 한국에 보내느라 빚을 진 구남(하정우)은 택시 운전으로 돈을 버는 족족 빚쟁이에게 뺏긴다. 한국에서 돈을 벌어 중국으로 보내주겠다던 부인은 6개월째 소식이 없고, 구남은 마작판에 드나들지만 번 빈털터리 신세가 된다. 어느 날, 돈을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하는 조선족 밀입국 브로커 면가(김윤석)가 그에게 솔깃한 제안을 한다. 한국에 가서 사람 하나 죽이면 빚도 갚아주고 거액을 챙겨주겠다는 것......

 
구남은 아내도 찾고 빚도 갚아야겠다며 한국행 밀항선을 타고 황해를 건넌다. 한국에 도착해 약속한 기한이 다가오지만 아내의 행방은 묘연하고 죽여야 하는 남자는 접근하기 쉽지 않다.

마지막 날, 임무를 수행하려던 구남은 뜻밖의 상황에 얽히며 경찰에게 쫓기게 된다. 경찰도 구남을 쫓는 상황에서 사건을 은폐시키려는 면가와 살인청부를 지시한 조직폭력배 태원(조성하)도 구남을 쫓는다.

‘택시운전수’ ‘살인자’ ‘조선족’ ‘황해’ 등 4장으로 구성된 나홍진 감독의 ‘황해’는 쉽지 않은 삶을 사는 많은 조선족 동포들의 어두운 모습을 배경으로 한 작품이다.

청부살인이라든가 생활화된 폭력 등은 ‘영화적 과장과 허구’이지만, 영화 속 인물들이 보여주는 삶에 대한 절박함과 그들이 꾸는 꿈 또는 욕망의 모습은 실제 조선족 동포들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인다.

“뼛속까지는 아니더라도, 긴 시간 취재와 만남을 거쳐 그들의 절박함을 이해하려 애썼다”는 나 감독의 얘기도 이와 무관치 않다.

특히 주인공 구남의 고단하고 비루한 삶은 많은 조선족 동포의 삶이다. 그래서 그의 이름 ‘구남’은 아마도 개 구(狗)에 남자 남(男)일 것이다. 고단한 현실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그의 순수한 눈빛은 옛날 추억 속에 잠시 내려놓고 세상을 향해 이를 드러내고 으르렁거려야 하는 운명이다.

이 영화는 또 꿈과 욕망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구남의 비루한 삶과 탐욕·애욕으로 일그러진 나머지 인물들의 충돌이 큰 줄거리이기 때문이다. 구남의 꿈과 욕망은 심리학자 매슬로가 제시한 5단계의 욕망(needs) 가운데 사회적 성공이나 타인으로부터 인정, 자아실현 등의 수준 높은 꿈이 아닌 생존과 안전에 대한 욕망 수준이다.

 
그는 아내를 찾고 빚을 갚기 위해 망망대해를 건너왔다가 살인자의 누명을 쓰고 쫓기며 점점 괴물이 돼가는 것이다. 더구나 구남이 ‘왜, 나를?’이라는 물음의 답을 찾으며 스크린 밖으로 눈길을 주는 순간, 관객들은 꿈의 소멸이 주는 안타까움과 쓸쓸함에 가슴이 저릴 수도 있다.

‘황해’는 박진감 넘치는 스토리와 액션, 화려한 영상, 배우들의 열연 등이 어우러진 잘 만들어진 ‘상업영화’다. 짧은 리듬의 컷은 역동적인 느낌을 주고, 이야기도 빨리 흘러 지루할 틈이 없다.

도끼로 상대방을 사정 없이 찍어대는 면가의 무식한 액션도 돋보이고, 동원된 차량 50대 중 20대가 파손됐다는 차량 추격 장면도 뛰어나다. 여기에 1년간 구남과 면가로 살아온 하정우와 김윤석의 열연도 빛난다.

하지만 아쉬움 또한 적지 않다. 나 감독의 전작인 ‘추격자’를 능가하는 스케일과 액션, 박진감으로 무장했지만 스토리를 끌고 가는 흡인력이나 집중력 면에선 그에 미치지 못한다는 평가가 적지 않다.

구남에게 청부살인을 지시한 이들의 동기나 그에 대한 설명은 쿨(cool)하다고 하기에는 다소 빈약해 보인다. 깊이 있는 드라마를 갖고 있음에도 전작만큼의 강렬함을 느끼기는 어려운 이유다.

여기에 택시 운전사에 불과한 구남이 부상한 몸으로 경찰 수십명의 삼엄한 포위망을 비웃듯 뚫고 나가고, 면가가 장정 10명과 맞붙어도 절대 지지 않는 모습은 다소 억지스럽다는 지적도 있다. 22일 개봉. 청소년 관람불가. 15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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