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바 코리안] 피라냐 소동을 보며
[비바 코리안] 피라냐 소동을 보며
  • 정길화(MBC 프로듀서)
  • 승인 2015.07.20 09:4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누군가가 관상용으로 기르던 육식성 어종 피라냐(piranha)와 레드 파쿠(red paku)를 저수지에 방생(?)한 바람에 한바탕 소동이 일어났다. 강원도 횡성에서의 일이다. 국립생태원은 관내 마옥저수지에 이들 외래어종이 서식하고 있다는 제보를 받고 지난 7월 초 이틀간에 걸쳐 투망과 자망, 낚시 등을 이용해 조사한 결과 이 같은 사실을 확인했다.

이 바람에 한여름에 저수지를 물을 다 빼서 결국 이들을 포획했다고 한다. 피라냐 3마리, 레드 파쿠 1마리. 일단은 더 이상의 피라냐는 없다는 것인데 다음으로는 이들 중 일부가 한국의 하천과 기후에 적응하여 토착화되지 않았는지가 문제다.

졸지에 한여름 납량 특집의 주인공이 된 피라냐. 헐리우드 영화 <피라냐>가 말초적 공포를 제공했을 법도 하다. 사실 영화는 과장과 비약이 심하다. 남미 열대어종인 이들의 개체수가 마구 늘어나 영화 <피라냐>와 같은 일이 일어날까봐 걱정하는 것은 너무 앞서간다 싶지만 먹이사슬의 왜곡 등 생태계 교란은 충분히 우려할 만한 일이다.

베스, 브루길과 뉴트리아의 전례가 있고 지금도 진행중이다. 토착화 이후 변종의 출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현실이라면 대재앙이고 아니라면 영화의 딱 좋은 소재다. 영화 <괴물>, <고질라>, <앨리게이터>, <쥬라기 공원> 등이 다 이같은 발상에서 나온 것이다.

작가 마이클 크라이튼은 “생명은 통제되지 않는다”고 했다. 소설 <쥬라기 공원>에서 공룡들은 인간의 통제 매카니즘을 뛰어넘어 스스로 번식하고 개체수를 늘린다. 그것은 그들이 생명이기 때문이다. 소설에서, 영화에서 종족보존과 번식을 위한 공룡들의 본능은 모든 인위적 장치를 뛰어넘고 있는데 매우 실감이 난다.

그런 SF 작품들을 보다 보니 횡성의 피라냐가 한국의 겨울 날씨에 적응해 어느 날 ‘수퍼 피라냐’로 나타나 무심한 인간들에게 역습을 가하는 일이 나오지말란 법이 없겠다는 상상을 하게 된다. 재미로 혹은 지각없이 자신이 키우던 피라냐를 저수지에 풀었을 장본인은 지금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문득 아마존에서 브라질 특파원 시절 피라냐를 취재하던 기억이 새롭다. 마나우스에서 아마존 강의 생태와 환경을 답사할 때의 일이다. 나무보트를 타고 피라냐를 낚시하는 코스를 체험하게 되었다. 소의 간을 잘라 미끼로 사용하고 뱃전에서 낚싯대를 기울인다. 드디어 여기저기서 피라냐를 건져 올리는데 사람들이 환호할 때마다 좁은 배가 휘청거린다.

여기서 배가 뒤집히면 무슨 사태가 일어날까. 피라냐, 악어 떼, 열대 정글에 사는 흡혈 거머리... 생각만 해도 소름끼칠 일이다. 일단 그런 생각을 하니 피라냐 낚시고 뭐고 혼비백산이다. 이처럼 인간에게 자연과 생명은 여전히 통제되지 않고 있다. 그런 원초적 두려움을 이번 피라냐 소동에서 새삼 느끼게 된다.

필자소개
정길화 MBC 시사제작국 PD, 중남미지사장겸특파원 역임.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서울특별시 송파구 올림픽로35가길 11(한신잠실코아오피스텔) 1214호
  • 대표전화 : 070-7803-5353 / 02-6160-5353
  • 팩스 : 070-4009-2903
  • 명칭 : 월드코리안신문(주)
  • 제호 : 월드코리안뉴스
  • 등록번호 : 서울특별시 다 10036
  • 등록일 : 2010-06-30
  • 발행일 : 2010-06-30
  • 발행·편집인 : 이종환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석호
  • 파인데일리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월드코리안뉴스. All rights reserved. mail to wk@worldkorean.net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