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기고] 부에노스아이레스시장 선거를 통해 본 2015년 아르헨티나 대선
[해외기고] 부에노스아이레스시장 선거를 통해 본 2015년 아르헨티나 대선
  • 박채순<정치학 박사, 존에프케네디 대학>
  • 승인 2015.07.22 11: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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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헨티나 크리스티나 키르츠네르 대통령 후계자를 선출할 대통령 선거가 2015년 10월25일로 예정돼 있는 가운데, 지난 7월19일 부에노스아이레스 시장선거 결선투표(Balotaje)가 있었다.

7월5일 실시된 시장선거에서 우열을 가리지 못해 실시한 결선투표 결과, 51.64%를 얻은 오라시오 로드리게스 라레타(Horacio Rodríguez Larreta) 마우리시오 마끄리(Mauricio Macri) 시장 후계자가 48.36%를 획득한 ECO의 마르틴 로스토(Martín Lousteau) 후보를 제치고 당선됐다.

이 결과를 두고 선거에서 승리한 마끄리 진영은 물론 패배한 로스토 진영에서도 승리를 자축하는 보기 드문 일이 벌어졌다.

사실 이번 부에노스아이레스 시장선거는 연말 대선에서 부에노스아이레스 시장 마끄리 후보가 집권당 후보인 다니엘 시올리(Daniel Scioli)와 경쟁에서 시올리를 제치고, 12년 동안의 키르츠네르 부부 정권을 빼앗고, 역사적인 정권 교체를 이룰 수 있을까에 대한 관심이 집중된 선거였다.

부에노스아이레스 시장선거가 아르헨티나 정계에서 상징성이 강한 선거이면서, 마끄리 후계자인 라레타 후보가 지난 7월5일 실시된 선거에서 45.5%를 얻어 1위를 차지했고, 25.49%를 얻은 ECO의 로스토가 2위를 얻어서, 정부 여당인 승리를 위한 전선(FPV: fuente para victoria) 후보인 마리아노 레칼데(Mariano Recalde)는 21.92%로 3위에 그쳐, 19일 실시되었던 결선투표에 참여조차 하지 못했다.

당시 선거에서는 부에노스아이레스를 포함하여 꼬르도바, 산타페와 라 팜파 주 등에서 집권당 후보가 두각을 나타나지 못해, 대선에서 마끄리 후보의 당선 가능성이 점쳐지기도 했다. 즉 마끄리의 뒤를 이은 라레타가 확실하게 입지를 굳히면 마끄리는 이 여력을 몰아 시올리를 제치고 우승할 기회를 잡을 수 있다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전체 득표에서 45%를 얻거나 40%를 얻고도 2위와의 차이를 10%로 벌리면 당선자로 확정되는 대통령 선거와는 달리, 부에노스아이레스 시장 선거는 50% 이상을 얻어야 당선이 확정되는 시 선거법 조항에 의해 45.5%를 얻은 1위 라레타와 20% 이상의 차로 2위를 한 로스토가 2주일 후인 19일에 결선투표(Balotaje)를 실시한 것이다.

▲ 왼쪽부터 시장에 당선된 로드리게스 라레타와 마우리시오 마끄리 대선 후보.(사진=Clarin지)
당초에는 월등한 표 차이로 당선이 거의 확실시된 라레타를 상대로 결선에 오른 로스토가 사퇴하는 것이 순리라는 의견이 진영 내에서도 있었고, 20%의 큰 표차로 말미암아 싱거운 결과가 될 것이라는 예상을 뒤엎고, 극적으로 아주 작은 3%표 차이로 당락을 가렸고, 더욱이 시 전체 15개 구역(Comuna)에서 로스토가 9개 지역에서 승리하는 예상외의 결과를 맞은 것이다.

물론 부에노스아이레스 시장 선거는 한국의 서울 시장 선거 보다 인구 면에서 훨씬 적고, 그 영향력도 작지만, 아르헨티나에서 상징성이 크고, 지난 1999년 대선에서는 델라 루아(Del la Rua)부에노스아이레스 시장이 시장 경력을 기반으로 대통령에 당선된 바도 있다.

현재 아르헨티나에서 대선을 향해 뛰고 있는 주자들은 위에 언급한 다니엘 시올리, 마우리시오 마끄리와 2013년 중간 선거에서 크게 승리한 후 줄곧 1~2위를 오르내리다가 얼마 전부터 세 번째로 내려앉은 세르히오 마사(Sergio massa)외에 엘리사 카리오(Elisa carrió), 에르네스토 산즈(Ernesto sanz), 말가리타 스톨비제르(Margarita stolbizer)와 꼬르도바 주지사 델라 소타(Del la Sota)등이 있다.

이번 부에노스아이레스 시장 선거에서는 이들이 독자적으로 또는 서로 연대하거나 경쟁하여 라레타와 로스토 두 후보를 지원했는데, 선거 결과에 따라서 이해득실이 나누어진다.

선거 결과를 통해 본 이해득실은 우선 마끄리가 그의 본영에서 후계자를 당선시켰지만, 예선과는 달리 결선에서 기대했던 좋은 결과를 내지 못했다. 그 결과로 볼 때 대선 가도에 탄력을 잃고 조직이나 정책을 재점검해야 하는 복잡한 상황에 놓이게 됐다.

▲ 시장 경쟁자들. 왼쪽부터 로드리게스 라레타와 돌풍의 주인공 마르틴 로스토.(사진=Clarin지)
자당 후보가 예선에서 3위에 그쳐 지지자들로부터 대선 행보에 염려를 갖게 하기도 했던 시올리는 마끄리의 저조한 시장선거 결과를 매우 만족하게 받아들였다. 비록 집권당 후보가 결선에 직접 참여하지 못했으나 제1의 경쟁자인 마끄리가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자기의 텃밭에서 좋지 못한 성적을 거둔 것이 시올리에게는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예상과는 다르게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젊은 주자 세르히오 마사는 비록 자기가 지지한 후보가 예선 통과도 못하고 미미한 존재에 불과했지만, 우선 년 말 대선에서 결선 투표에 도달하기 위해 넘어야 할 산인 마끄리의 부정적인 결과가 그에게는 유리한 국면으로 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다소 활기를 되찾은 형편이다.

기타 로스토를 지지했던 엘리사 카리오와 라디칼 당의 에르네스토 산즈는 비록 온도 차이는 있지만 로스토의 선전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였다.

한편, 이번 2015년 대선에서 집권 마지막까지 권력을 유지하고자 원하는 크리스티나 대통령은 지난달에 그 부부가 특별히 신임하여 오랫동안 대통령 법률 기술 비서관을 맡기고 있는 까를로스 자니니(Carlos Zannini)를 시올리의 부통령 후보로 묶어 주고, 시올리를 집권 여당인 승리를 위한 전선(FPV:Frente para la Victoria)대선 후보로 지난 6월 인정했다.

2013년 중간 선거에서 세르히오 마사 후보가 크리스티나 대통령과 시올리 현 부에노스 주지사가 협력한 여당 후보를 43.89%대 32.12% 큰 표 차로 따 돌리고 대승할 때에는 그가 대통령이 된 듯하였다. 전 대통령 두알데가 말하듯이 부에노스아이레스 주에서 성공하였으나 경험 부족으로 하향 곡선을 탄다는 것이다.

▲ 다니엘 시올리와 크리스티나.(사진=Clarin지)
현재 대선은 다니엘 시올리와 마우리시오 마끄리가 선두 그룹을 이루고 세르히오 마사가 뒤를 쫒는 모양이다. 그러나 이번 부에노스아이레스 시 선거에서 여론조사가 현실과 많은 차이가 나는 등 확실한 예측이 어려운 현실이다.

현재 상황을 보면서 그렇다면 이번 대선에서 시올리가 대통령에 당선이 되고, 마끄리는 제 1야당의 당수가 될 것이며, 마사는 2019년 차기 대선까지 자기 지방 띠그레에서 은둔할 것인가? 한국에서 정치의 변화무쌍함을 나타내는 “정치는 생물이다”라는 말이 여기 아르헨티나에서도 통용되는 것 같다.

지난 2013년 중간 선거 후에 2015년 대선을 전망 한 후에 한동안 기세 좋게 입지를 넓혀가던 세르히오 마사가 즉시 대통령에 당선될 듯 하다가 기세가 꺾였고, 2주 전만 하더라도 부에노스아이레스 시장의 선거 승리의 기세를 몰아 마우리시오 마끄리를 대통령에 점 쳤으나, 어제 오늘에 와서는 시올리가 대세를 잡은 듯 하다.

그러나 아직 선거일인 10월25일까지는 3개월 이상이 남아있고, 각 후보에게는 2009년부터 새로 도입한 예선전(PASO: Primarias Abiertas Simultáneas y Obligatorias) 관문이 8월9일 예정돼 있다. 이 예선전은 한국과 달리 당과 정파에서 이합집산 등의 사전 조율을 통해서 전체 유권자의 1.5%이상을 얻은 자들이 10월25일 선거를 치르게 된다.

▲ 결선 행에 희망의 버리지 않은 세르히오 마사 대선 후보.(사진=Clarin지)
물론 대통령 선거는 45%이상을 얻거나 40%를 얻고 2위와의 차가 10% 이상이 되면 1위 득표자가 당신이 확정된다. 이 두 경우가 아닐 경우에는 1,2위 득표자가 11월 24일에 결선투표(Balotaje)를 실시하여 최고 득표자가 대통령에 당선되는 것이다.

10월 25일까지 앞으로 석 달 동안 아르헨티나의 대선에 미칠 수 있는 여러 가지 정치적인 상황이 예상된다. 시올리의 당선 가능성을 점치고 크리스티나 정부는 안전적인 정권 운영을 위해 노력하겠지만, 아직까지 크리스티나와 부통령을 비롯한 집권 여당의 부패 등 실정이 부각할 가능성이 상존한다.

숨을 죽이고 있는 국. 내외의 경제 환경이 어떻게 변할지도 모르는 현실이며, 세력을 잃고 있는 세르히오 마사의 선전이 어떻게 영향을 줄지도 모르는 상황이다. 또한 아직까지도 지지 부진한 야당 진영의 선거 전의 의기투합과 이번에 여론의 주목을 받은 로스토의 행보도 크리스티나 정부 입장으로는 우려가 되는 항복이다.

특히 시올리가 본선에서 확실하게 당선을 하지 못하고 결선 투표에 이른다면, 이번 부에노스아이레스 시장 선거의 결선투표에서 보는 바와 같은 큰 이변도 발생할 개연성이 가능한 상황이다.
이러한 변화무쌍한 정치적 요인이 3개월 남은 아르헨티나 대선이 세계인의 관심을 끄는 이유다.

필자소개
정치학 박사·존에프케네디 대학, 국립 라플라타 대학교 KF 객원 교수
아르헨티나 외신 기자협회 소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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