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은 전례 없는 이상기후가 우리나라를 괴롭혔던 한 해였다. 26일 기상청이 발간한 ‘2010 이상기후 특별보고서’에 따르면 한반도에는 올해 기록적인 폭설, 이상저온, 폭염, 집중호우가 잇따랐다.
지난 1월 4일 서울에 유례없는 폭설이 내린 게 시작이었다. 당시 서울 지역에 하루 동안 쌓인 눈은 25.4㎝. 기상청이 신적설(새로 쌓인 눈)을 관측하기 시작한 1937년 이래 가장 많았다.
중부지방에 ‘눈 폭탄’이 떨어졌던 1월이 지나고 3∼4월은 73년 이후 가장 낮은 기온을 기록했다.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이 연상되는 서늘한 봄이었다. 4월 전국 평균기온은 10도에 못 미치는 9.9도였다. 이 역시 73년 이후 4월 기온으로는 가장 낮은 수치였다. 봄철 일조시간도 508.7시간으로 평년보다 153.6시간 적어 73년 이후 가장 적었다.
여름은 뜨거웠다. 평년보다 강하게 발달한 북태평양고기압이 여름 내내 한반도 주변에 머물면서 6∼8월 92일 가운데 81일의 전국 평균기온이 평년보다 높았다. 최저기온이 25도 이상인 열대야도 12.4일 발생해 2000년 이후 가장 많았다.
가을은 ‘물 폭탄’과 황사의 계절이었다. 추석 연휴 첫날인 9월 21일 서울에 259.5㎜의 집중호우가 내려 2명이 목숨을 잃고 이재민 5만4000여명이 발생했다. 이는 1908년 이후 두 번째로 많은 강우량이었다. 11월에는 황사가 네 차례 찾아왔다. 황사일수는 2.5일로 지난 10년간 평균보다 여섯 배 많았다. 11월 11일 서울의 황사 농도는 시간당 1191㎍/㎥로 가을철 황사 농도로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겨울 한파는 진행 중이다. 지난 24일 서울의 수은주는 영하 15.1도까지 내려가 30년 만에 가장 추운 크리스마스 이브였다.
기상청 관계자는 “1∼10월 지구의 평균기온이 1880년 이후 최고를 기록했고 북극지방의 기온변동 폭이 평년에 비해 빈번했다”며 “지구온난화와 극지방의 기온 변화, 평년보다 강하게 발달한 여름철 북태평양고기압의 영향 등이 한반도 이상기후의 원인”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