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뉴요커들의 여름 풍경
[기고] 뉴요커들의 여름 풍경
  • 월드코리안뉴스
  • 승인 2015.08.03 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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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은자 / 뉴욕 롱아일랜드한국학교 교장

산다는 것은 자연과 신의 섭리 안에서 허우적거리며, 몸부림치며, 인간들의 숨결을 맛보며 살아가는 게 아닌가 싶다. 그러기에 우리들은 삶의 현장에서 세월의 흐름을 무상하며 격조높은 사랑을 울부르짓기도 한다. 그 속에서 맛좋은 개살구는 분명 우리들의 노리개감이라지만 없어서는 안될 약방의 감초인지라 빼 놓을 수도 없다.

어느 완연한 여름날이다. 뉴욕 맨해탄의 거리는 늘 활기로 넘쳐 난다. 해질 무렵이면 타임 스퀘어에 있는 브라이언팍에서는 20대의 남녀들이 상반신을 보이며 춤과 노래를 곁들여 뉴욕의 밤을 신나게 달구기 시작한다. 관광객과 뉴요커들은 군침을 넘기며 그들의 미모와 온갖 가락에 흠뻑 매료되어 신명나게 어우러져 무더운 밤을 즐긴다.

차츰 시간이 흐르면서 어떤 이들은 본인도 모르게 그들처럼 어느덧 웃옷을 벗어 제끼고 흥에 빠져들어가 그야말로 야경 풍경을 멋지게 그려놓기도 한다. 이게 바로 뉴요커들이다. 언뜻 보기에는 빛좋은 개살구로 보이지만 이것들은 우리의 삶에 활력소가 되어주기에 고맙기 그지없다. 꼭 필요한 약방의 감초처럼 다가오기도 한다.

맨해탄의 밤은 오색 물결이 넘실대는 곳이다. 물론 라스베가스나 서울의 명동거리도 그러하겠지만 그 보다 더 색깔이 진한곳이 바로 뉴욕이다. 그 중에서 동성애인들이 '그리니치빌리지'와 ' 브로드웨이' 에서 판을 치고 있는 한폭의 그림들은 뉴요커들만이 볼 수 있는 오색중의 한가지이다. 그들의 행실에서 오는 입술들의 마찰과 옷차림에서 풍겨오는 이상 야릇한 모습들이 보는 이들로 하여금 혀를 차게 만든다. 이런 것들이 때로는 지구의 혼 줄을 어지럽히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어찌하랴. 흥미있게 볼거리 로는 안성맞춤이지만 이런 뉴요커들로 하여금 삶의 질을 다시한번 되바꿀 수 있다는 계기도 한번쯤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해마다 유월이되면 브라이언팍을 달구며 뉴요커들의 마음을 사로 잡는게 있다. 세계 각 처에서 자신들을 뽐내며 몰려오는 인류 패션 디자이너들의 콧대높은 얼굴들이 하나씩 등장한다. 그속에는 내놓으라하는 패션모델도 주춧돌이 되어 뉴요커들의 굳어있던 심장의 나사를 풀어주기도 한다. 이 패션쇼를 보려면 티켓 구입도 일년 전부터 서서히 준비해야 하는데 가격이 만만치가 않다. 물가도 다른 도시에 비해 월등이 비싼 곳이기에 웬만한 서민들은 이 쇼를 구경하고 싶지만 엄두도 못낸다. 그들은 그저 이런 브랜드 쇼가 맨해탄에서 있다는 것만으로도 자랑거리 중의 하나로 꼽고 있다.

동쪽으로 올라가면 부촌에 자리잡고 있는 '구켄하임'이나 '메트로 폴리탄뮤지엠' 에는 다문화인들의 창작성을 발견하는 곳으로 유명하다. 늦은 밤의 구경거리는 못 되지만 한낮에 정열을 쏟아 부으며 또 다른 미지의 세계를 탐구할 수 있는 향기로운 곳이다. 웃옷을 벗어 던지지 않아도 환희를 맛볼 수 있는 곳이다. 아리따운 연인들의 노래 소리를 듣지 않아도 깊은 감상에 빠질 수 있는 곳이다. 이곳에서의 정열과 그 열정은 곧 재능을 가져다 주리라는 것을 믿지 않는가?

타임스퀘어' 와 '그랜센츄럴역' 광장은 다양한 별들로 가득 메워져있는 그야말로 네온의 거리이다. 우리들에게는 뉴욕의 서울역이라고 불리우는 이곳들은 다문화 언어와 풍습을 쉽게 접할 수 있는 곳이다. '브로드웨이'의 오페라와 뮤지컬과는 대조적인 풍경이 즐비어 있다. 서민의 숨결들이 요동치며 지구촌의 소식을 알리는 곳 또한 이곳이다. 한쪽 구석 모퉁이에서는 피리소리, 나팔소리, 건반소리들이 매일 번갈아가며 행인들의 발걸음을 한층 가볍게 만들어 주는 곳이다.

뉴요커들의 삶은 늘 이렇게 분주하다. 온종일 총총걸음으로 맨해탄 구석구석을 총정리하면서 눈코뜰새 없이 살아간다. 패션의 거리, 금융의 거리들이 판소리를 내면서 흥을 치켜세우니 뉴요커들의 영양가있는 패턴들이 온 지구를 뒤 흔들고 있지 않는가?

특별히, 만물 가운데 뉴욕을 창조하신 신에게 감사한다. 뉴욕이 있기에 더욱 더 삶의 질을 매료시킨다. 뉴욕이 있기에 더욱 더 가슴을 설레이게 만든다. 뉴욕이 있기에 더욱 더 젊음을 돋군다. 식을 줄 모르는 뉴요커들의 여름 풍경이 오늘도 지구를 토실토실 살찌우고 있다.

오늘도 어느덧 그 정열은 향을 피워내고 있다.

고은자- 교육가/수필가/뉴욕 롱아일랜드한국학교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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