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로냐, 볼로네세] 아르키지나지오, 세계최고대학 볼로냐의 인증
[볼로냐, 볼로네세] 아르키지나지오, 세계최고대학 볼로냐의 인증
  • 한도현(볼로냐 대학교 정치학과 교환교수)
  • 승인 2015.08.05 07: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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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키지나지오(Archiginasio) 궁(빨라죠)은 볼로냐 대학의 옛 건물 가운데 하나이다. 1563년부터 1803년까지 볼로냐 대학 건물로 사용됐다. 빨라죠 아르키나지오는 대광장, 바실리카, 갈바니 광장 등과 이웃한 아름다운 궁이다. 갈바니 광장에는 루이지 갈바니의 동상이 있다.

루이지 갈바니(Luigi Galvani 1737-1798)는 죽은 개구리의 다리에 전기 충격 실험을 1780년에 실시했다. 단순한 것 같은 이 실험으로 그는 한국의 교과서에도 등장하는 과학자다. 볼로냐 사람인 그는 바이오-전기 분야의 태두로서 볼로냐시와 볼로냐대학이 자랑하는 과학자이다.

갈바니 광장에 붙어 있는 아르키나지오 궁은 볼로냐 대학의 상징이다. 아르키나지오 궁은 당시에 볼로냐 시 여러 곳에 흩어져 있던 볼로냐 대학을 한 곳으로 모으기 위해 건축됐다. 말하자면 종합 캠퍼스이다. 빨라죠 아르키나지오의 건물 구조를 보면 2층짜리 건축물로 그 가운데에 작은 뜰이 있고 사방으로 건물이 둘러싸고 있다.

이 뜰에서는 가끔 시민들을 위한 음악회, 강연회 등이 열린다. 빨라죠 아르키나지오는 21세기의 대학 건물들의 규모로 보면 학과 건물 정도이겠지만 450년 전에 이런 종합 캠퍼스를 구상했다는 것이 놀랍다.

더욱 놀라운 것은 이 종합캠퍼스의 전공과목들이다. 이 캠퍼스엔 당연히 볼로냐 대학의 시발점인 법률대학 레지스티(Legisiti)가 있었다. 법률대학과 짝을 이루는 아르띠스티(Artisti)도 있었다. 아르띠스띠에는 철학, 수학, 물리학, 의학 등이 있었다. 이때는 이미 볼로냐 대학이 창건된 지 480년이 지났으니까 다양한 학문분과가 생겨난 것은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다.


그렇지만 450년 전의 볼로냐 대학의 전공 구성을 보면 아시아의 전통 시대 대학과 볼로냐 대학이 어떤 점에서 다른지 확연히 나타난다. 아시아에서 대학이라는 이름은 당나라 때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한국에서는 성균관을 대학의 출발로 삼아 대학의 역사를 600년으로 잡는다.

베트남에서는 국자감을 대학의 출발점으로 삼으니 베트남의 대학 역사는 1000년이 넘는다. 그 이름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아시아 대학의 역사를 600년, 1000년, 그 이상으로 끌어올리는 데 뭔가 어색함을 느낀다. 그것은 교수과목들이 볼로냐 종합 캠퍼스의 그것에 비해 너무 좁기 때문이다.

아시아의 전근대 대학의 교수과목들은 4서3경 내지 ‘문사철’에 국한되어 있다. 조선후기에 가서야 실학이라는 이름으로 과학기술에 관심을 보이기는 했지만 자연과학이나 의학을 문사철과 같은 대우를 하지 않았다. 그래서 실학자들의 과학 연구와 과학적 성취는 세계적 수준에서 보면 아쉬운 점이 많다. 이러한 차이를 가져온 것은 무엇일까?

그 대답을 아르키나지오의 해부학 강의실에서 찾을 수 있다. 해부학 강의실은 직역하자면 해부학 극장(Teatro Anatomico)이다. 해부학 강의실은 1637년에 건축됐다. 강의실은 네 면이 계단식 의자로 되어 있다. 극장이라는 이름을 쓰는 이유가 여기에 있는지도 모른다. 강의실 가운데는 대리석으로 된 기다란 테이블이 있다.

이 테이블에 시체를 눕혀두고 해부를 하였다고 한다. 한국에서는 21세기에도 문과생들이 자연과학을 공부할 기회는 매우 적고 의학 그것도 시체 해부에 대해 듣는 기회는 거의 없다. 이와 대조적으로 볼로냐 대학의 법학, 문학, 철학, 자연과학 생도들은 400년 전에도 자기들 강의실 바로 옆의 해부학 강의실에서 시체가 해부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당시엔 시체해부학이 실학 첨단 과학이 아니었을까? 아르키나지오의 회랑과 천정에 장식된 아름다운 프레스코에 매혹되어 위층으로 올라가면 도서관을 지나 이 극장에 들어가게 된다. 이 극장에 들어서면 옛정취가 물씬 풍기는 계단식 나무의자, 교수 의자, 조각 등에 매혹되지만 이곳이 시체 해부실이었다는 사실을 생각하면 약간 소름이 끼친다. 더욱이 이곳이 동서의 운명을 가른 서양 실학의 고향이라는 것을 생각하면.


필자소개

한도현 한국학중앙연구원 교수, 볼로냐 대학교 정치학과 교환교수, 코이카 지구촌 새마을운동 전문위원, Korean Histories 편집위원(Leiden Univ 네덜란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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