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하칼럼] 신심(信心)으로 소통하는 월드코리안이 됐으면
[청하칼럼] 신심(信心)으로 소통하는 월드코리안이 됐으면
  • 박완규 논설주간
  • 승인 2015.08.01 06:2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참으로 오랜 시간을 돌아 친정으로 돌아왔다. 나의 오래된 언론지기이자 절친인 이종환 본지 대표와 의기투합해 월드코리안신문을 창간하고, 일진월보 하며 재외동포 유일 대변지로 자리매김했건만 개인사로 잠시 떠난 게 어언 만 4년이 흘렀다.

세계 각국의 한인회장들과 현지 한인사회에 일일이 4년만의 복귀를 알리고 안부와 근황을 묻는 이메일을 쓰다가 문득 80년대 초창기 기자시절, 짐짓 지방이나 해외 취재원과 연결하려 우체국을 들락거리며 전보와 편지를 띄웠던 당시가 떠올라 새삼 격세지감을 실감한다.

바야흐로 다문화가 공존하는 지구촌 시대, 정보로 넘쳐나는 ICT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다. 그만큼 소통수단이 빠르고 다양해진 까닭이다. 십수년 전만 해도 가장 대중적이고 효과적인 소통수단은 단연 편지였건만, 지금은 그 낱말조차 생소해졌다.

편지는 결코 편리한 소통수단이 아니다. 공백으로 펼쳐져 있는 편지지 앞에서 누구나 막막해진다. 도무지 무엇부터 어떻게 써야할 지 곤혹스럽기 짝이 없다. 빠르고 편리한 소통수단이 널려있는데 굳이 편지를 고집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할 것이다.

휴대폰으로 짧은 문자메시지를 보내고 싶은 충동에 사로잡힐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편지를 써야하는 이유는 우리네 인생살이가 간단치 않기 때문이다. 쉽게 살아서도 안 되고, 가볍게 사랑해서도 안 되는 까닭이다.
어쩌면 정보화 사회에서 편지는 시대에 뒤떨어진 퇴물일지도 모른다. 누구나 몸의 일부분인양 휴대폰을 갖고 있어 언제 어디서나 버튼만 누르면 원하는 상대와 영상통화까지 가능하다. 블로그나 미니홈피에 안부 글을 남기고, 편지를 대신하는 이메일도 이제는 뒷전이다.

트위트와 페이스북에 더해 카톡이니 밴드니 스토리니 하는 소위 첨단 SNS 수단이 즐비하다. 이렇듯 소통 가능한 수많은 수단을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오늘날에 와서는 오히려 인간 상호 간 이해와 소통이 단절되고 소외 상황은 더 극심해진 건 왜일까.

우리는 지나치게 편리만 도모하며 살아온 것은 아닐까. 현대인은 편한 것만 찾다보니 조금의 불편함도 견디지 못한다. 쉽게 포기하고 쉽게 헤어지고, 좋은 말만 듣고, 어려운 일은 피하려 한다. 인고의 시간 없는 결실이 어디 있단 말인가. 그런데 우리는 너무 쉽게 살아가려고 한다.

풍요속의 빈곤이란 말이 이렇게 안성맞춤일 수 없다. 그 많은 소통수단을 누리면서도 모두가 불통시대라고 아우성이다. 대통령부터 정치는 정치대로 딴죽이고, 세계 한인사회를 포함한 우리 민초사회도 크고 작은 엇박자로 말썽이다.

모든 게 편리만 좇는 이기심에서, 진심과 성의가 없는 단답형 의사전달만 양산해온 까닭이다. 자기 삶을 자동화시스템으로 만들기라도 하겠다는건가. 마치 감정없는 인조인간들만 득실대는 삭막한 형국이다.

그래서, 그 본래 인정과 감정을 찾고자 하는 발로에서, 단 한번이라도 편리한 소통수단을 모두 걸어 잠그고 편지를 써보자는 것이다. 편지에는 SNS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진심과 감성이 살아 숨쉬고, 손글씨의 진정성에서 오는 감동이 있다.

예쁜 편지지나 고급 종이가 아니어도 상관없다. 백지 한 장이면 충분하다. 몽당연필이면 또 어떠한가. 진실된 마음만 전할 수 있다면 악필일지언정 어떠랴. 신심(信心)으로 통하는 진정한 소통이 거기 있음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서울특별시 송파구 올림픽로35가길 11(한신잠실코아오피스텔) 1214호
  • 대표전화 : 070-7803-5353 / 02-6160-5353
  • 팩스 : 070-4009-2903
  • 명칭 : 월드코리안신문(주)
  • 제호 : 월드코리안뉴스
  • 등록번호 : 서울특별시 다 10036
  • 등록일 : 2010-06-30
  • 발행일 : 2010-06-30
  • 발행·편집인 : 이종환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석호
  • 파인데일리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월드코리안뉴스. All rights reserved. mail to wk@worldkorean.net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