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로냐, 볼로네세] 로마 빤떼온에 새긴 볼로냐인의 사랑과 예술
[볼로냐, 볼로네세] 로마 빤떼온에 새긴 볼로냐인의 사랑과 예술
  • 한도현(볼로냐대학교 정치학과 교환교수)
  • 승인 2015.08.18 10: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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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볼로냐에 산지 6개월째에 처음으로 로마를 찾았다. 인류 문명의 심장, 최고의 역사 도시, 영원한 로마(로마 에떼르나, Roma Eterna)를 그냥 쉽게 방문해버리고 싶지 않았다. 카페 오삐오에 앉아 커피를 마시면서 꼴로세오(Colosseo, 콜로세움)와 포로 로마노(Foro Romano 로마광장)를 내려다 본다. 나는 55세라는 늦은 나이에 로마를 처음 찾았는데 곳곳에 청년들이 한국말로 이야기하는 게 들린다. 초등학생 손잡은 젊은 부모들도 보인다. 젊은 나이에 로마를 찾은 청년들이 존경스럽고 부럽다.

첫날 저녁에 찾은 꼴로세오의 야경은 압도적이었다. 둘째 날은 나보나(Navona) 광장, 빤떼온(Pantheon, 판테온), 스페인 광장 등을 보았다. 세째날에 빤떼온 안으로 들어갔다. 빤떼온의 코린트식 기둥들, 뽀르띠꼬, 로똔다(Rotonda) 외부의 모습도 웅장하고 대단했지만 빤떼온 내부는 로마 예술의 백미이다. 빤떼온이라는 이름 때문에 그리스의 신전을 연상케 하지만 빤떼온은 성당이다. 싼따 마리아 로똔다 성당이라고도 불리는 ‘싼따 마리아와 순교자들의 교회’(Santa Maria ad Martyres)이다. 주일에는 성당 미사가 열린다. 1900년 된 건물을 성당으로 사용하고 누구나 들어갈 수 있게 활용하는 로마의 지혜가 놀랍다. 원형보존이라는 이름으로 시민들의 접근을 막는 한국의 문화재 보존정책과는 확실히 다르다. 한국의 로마 여행 가이드에는 관광지의 입장료, 교통카드, 할인카드 등이 소개되어 있다. 로마에서는 바가지도 있고 입장료가 비싸다는 설명이 곁들여 있다. 그러면 인류 최고의 문화유적인 빤떼온의 입장료는 얼마일까? 공짜다. 빤떼온의 입장에는 값을 매길 수 없어 공짜이다.

 

빤떼온에 들어온 사람들의 표정이 밝다. 근심을 잊고 즐거운 생각에 잠기라고 누가 가르치는 것도 아닌데 다들 즐겁고 행복한 표정이다. 삶의 의미를 찾아 주려는 현란한 인문학강좌가 이곳엔 없다. 진정한 아우라가 느껴지는 예술에서 오는 자연스런 감동으로 입장객들은 행복하다. 30분쯤 지났을까. 천상의 멜로디가 울려오기에 뒤를 돌아보았다. 바티칸 방문을 하고 온 순례자 일동이 성가를 부르고 있었다. 공짜 입장료에 이어 아주 값진 선물이다.

오디오 가이드를 들으면서 걷다가 라파엘로의 무덤 앞에 섰다. 빤떼온에 묻어달라는 그의 유언에 따라 그는 여기에 묻혔다. 라파엘로(Raffaello Sanzio da Urbino, 1483- 1520)는 고호, 모네와 함께 한국인들이 가장 사랑하는 서양 예술가이다. 우아하고 아름다운 색상, 반듯한 화면 구도, 그림 안으로의 다정한 초대 등은 내가 좋아하는 라파엘로의 특색이다. 르네상스를 주도했던 천재 화가 라파엘로는 움브리아 주의 우르비노에서 태어났으므로 그의 이름 뒤에 ‘우르비노 출신(da Urbino)이라는 말이 붙어 있다. 그는 볼로냐에서도 활동했다. 그가 볼로냐의 미술에 끼친 영향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그 증거는 그의 무덤 옆에 있다. 라파엘로 사후 40년 지나 태어났기에 라파엘로를 한 번도 보지 못한 아니발레 까라치(Annibale Carracci, 1560- 1609)의 무덤이다.

한 번도 만나지 못했던 스승을 죽어서라도 만나고 싶어했던 그는 라파엘로의 무덤 옆에 묻혔다. 관광객들은 성모 마리아 상 밑에 놓인 단정하게 놓인 라파엘로의 관을 열심히 찍지만 까라치의 무덤에는 관심이 없다. 까라치의 무덤에는 “라파엘로의 곁에 묻히고 싶어 한 그의 뜻에 따라 여기 까라치가 있다”라고 라틴어로 쓰여 있다. 볼로냐에서 태어나 볼로냐에서 예술활동을 하고 그의 형 아고스띠노 (Agostino Carracci), 사촌 루도비꼬 (Ludovico Carracci) 등과 함께 볼로냐에 데지데로지 (Desiderosi)라는 미술학교를 개설하여 세계미술의 발전에 기여한 아니발레 까라치. 그의 묘지명에서 스승에 대한 사랑과 우정을 본다. 까라치의 묘지명의 라틴어를 영어로 읽어주고 라틴어 문법을 설명해 준 안내원 쎄레나 꾸오코(Serena Cuoco)의 허가를 얻어 그녀와 까라치의 무덤을 함께 사진에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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