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력 철학가진 원자력 평화인’-IAEA 최고위관리 한필수 박사를 만나다
‘원자력 철학가진 원자력 평화인’-IAEA 최고위관리 한필수 박사를 만나다
  • 비엔나=김운하 해외기자
  • 승인 2015.08.19 1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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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사선 위험에서 인류 지키는 ‘방사선안전 지킴이’는 합창 지휘자이기도

 

인터뷰의 대상이 매우 흥미로우면, 그 내용도 매우 흥미로울 수밖에 없다. 장소도 매우 아름다운 다뉴브강변의 <비엔나 UN City>에서, 건축학적으로도 세계적 명성을 얻고 있는 <인터내셔널 비엔나 센터>의 가장 넓은 공간을 차지하고 있는 <국제원자력기구>(IAEA)-. 인류의 생존과 멸살의 과제를 책임지고 있는 이 기구의 6개 본부 중 가장 중요한 원자력안전과 보안본부의 방사선 및 폐기물안전국장인 한필수박사는, 그야말로 ‘흥미’(?)가 100% 보장되는 인터뷰 대상이리라.

반세기가 넘는 언론인생활에서 나는 항상 ‘반전반핵평화’의 입장에서 글을 써 왔다. 젊은 날에는 미국종교인평화운동단체에 가담하여 행동에 나서기도 했다. 군사산업이나, 심지어는 원자력관계에 종사하고 있는 사람과도 만나는 것을 달갑지 않게 생각했다.

한필수박사는 첫 만남부터 인상이 좋았다. 주로 비엔나한인사회에서 일어나는 음악회나 교민들의 모임에서 만났을 때, 한마디씩 주고받는 대화와 논평에서 국제원자력기구의 고위간부라는 직업적인 이미지를 초월(?)하는 인간미 있는, 예술적 기지가 넘치는, 때로는 예민한 정치적발언을 하기도 하는 그의 매력에 끌리게 되었다. 그를 만나봐야 하겠다는 결정적 계기는 IAEA의 2,500여 직원들 중 40여명이나 되는 한국인 직원들 중에서 나와 가까운 사람들이 그를 ‘원자력 철학을 가진 원자력 평화인‘으로 평가하고 있는 점이었다. 나의 생각이 많이 변해 온 점도 있지만, 방대하고 논란이 많은 원자력의 문제이기도 하겠으나, 그의 ’철학과 평화‘에 초첨을 모아 보자는 생각이 들었다.

국제선 비행기 탑승 때의 몸 검사처럼, 엄격한 정문통과절차를 마치고 안내소로 갔을 때, 우리 부부의 입장을 도와주러 나온 한필수국장과 반갑게 만났다. 평화의 학 날개처럼 넓게 높게 펼쳐진 아름다운 고층건물들 품속에서, 치솟고 있는 분수가로 둘러 선 만국기들을 옆으로 보면서 나아갔다. 유엔산업개발기구(UNIDO), 유럽안보협력기구(ESCO), 국제마약방지기구(UNADO)등의 건물들을 지나 가장 넓은 공간을 차지하고 있는 IAEA의 건물로 들어섰다. 7층의 국장실로 들어섰을 때 방안의 벽에 합창단을 지휘하고 있는 한필수국장의 사진을 보고 놀랐다. 23년 동안 가톨릭교회 성가대 지휘자로 있었다고 한다.

-비엔나에서 국제기구의 고위간부로 일하시고 계시지만, 오늘은 한국 사람들을 상대로, 한국인들이 꼭 알면 좋겠다는 문제를 중심으로 말씀을 해 주세요. 우선 직책으로 수행 중이신 과제에서부터 말씀을 해 보시지요.

“잘 아시고 계실 줄 믿습니다만, 국제원자력기구는 1953년 미국 드와이트 아이젠하우어 대통령의 제안으로 유엔총회의 결의를 거쳐 1957년 7월 29일 설립되었어요. 목적은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Atoms for Peace)의 구현입니다. 6개 본부가 있는데요, 원자력 안전과 보안본부, 원자력 발전본부, 기술협력본부, 동위원소이용본부, 안전조치본부, 행정본부 이지요. 저는 원자력 안전과 보안본부(Department of Nuclear Safety and Security)내의 ‘방사선 및 폐기물 안전국’의 책임자입니다.”

국제원자력기구가 가장 중요하게 첫 번째로 내세우고 있는 작업이 (1)원자력과학과 기술의 안전, 보안, 평화적 이용이고, 가장 열쇠가 되는 작업으로 내 세우는 것이 (2)세계평화와 안보에 기여함이고, 마지막으로 내 세우는 작업이 (3)세계의 새천년의 사회, 경제, 환경의 발전에 공헌한다는 것임으로, 한필수국장은 그 첫 번째의 과업을 중점적으로 전담하고 있다 하겠다.

“저의 임기 중 가장 역점을 두고 있는 분야의 하나가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과정에서의 방사선적인 안전성을 확보하는 것입니다. 먼저 산업분야에서 예를 들지요. 타이어 제조에서는 방사선을 때려주면 이용기간이 늘어나요. 자동차내의 전기선에 방사선을 쪼여주면 고열파열을 방지해 줘요. 유전개발시추기가 유전확인을 쉽게 하게 해요. 화재 감시 장치에도 큰 효과를 볼 수 있어요. 의학부분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특히 <페트 씨티>(PET CT)장치의 사용에서 방사성원소를 주입하면, 그 원소가 방출하는 방사선의 센싱으로 암세포의 유무확인이 가능합니다. 이런 이유 때문에 선진국으로 갈수록 방사선이용범위가 확대되어 가고 있는 상황입니다-.

“과학을 평화적으로 이용한다고 해도 안전의 문제는 따르기 마련입니다. 더욱이나 핵 과학의 평화적 이용에서 이 문제는 결코 가볍게 다룰 수가 없어요. 안전하게 이용하게 하고, 사람에게 유익하드라도 해가 있다면, 그것을 최소화 하도록 해야 합니다. 방사선사용의 과용과 불필요한 방사선노출로 인한 환자들이 생기지 않도록 안전도를 높여야 해요. 일반인들 뿐만아니라 해당분야에 종사하는 작업자들이 방사선에 노출되는 위험성도 방지해야 합니다. 국제원자력기구에서는 회원국들이 제반 안전조치들을 이행하도록 구속하는 권한은 없음으로, 안전관련기준을 제정하여 그 기준들의 올바른 적용을 권고하고 있습니다. 각 나라가 권고사항을 채택하고, 이러한 일들을 계몽하고 협조하는 것이 저가 맡아 있는 안전업무의 중요부분입니다.”


-후쿠시마 핵 원전사고를 계기로 원자력발전소에 대한 안전문제가 심각한 문제로 대두되고 있지 않습니까? IAEA의 2014년도 보고서에서도, 2013년도 현재 세계원전의 42%가 30년 이상된 것이고, 7%는 40년 이상 된 것이라고 했어요. 더욱이나 전 세계의 연구용원자로의 70%가 30년 이상, 이들의 반 이상이 40년 이상 된 것이라고 해요. 이들 노후 연구용원자로의 폐기를 당겨야 하는 상황입니다. 반면에 연구용원자로는 방사성동위원소를 생산하기 때문에, 노후 연구용원자로의 폐기는 의료적용에 사용되는 방사성동위원소의 결핍상황을 일으킬 것이라고 경고하였어요. 한국의 고리 노후 원전 등의 처리대책도 문제인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노후한, 그리고 노후해 가는 원전에 대한 안전도 우리들의 중요한 과제이지요. 그런데 여기에는 반원전론에 대한 반대의견도 있어요. 복잡한 기술적인 문제를 생략하고 말씀드린다면, 3-40년 전에 건립한 원전들에 대한 안전도 재조사에서 그 사용연한을 당초의 추정보다 늘여도 되겠다는 결과가 나왔다는 주장이지요. 이 주장에 따라 여러 나라들이 원전의 수명을 연장하고 있어요. 이에 대한 반원전론자들의 뜨거운 반대도 있습니다. 노후 원전의 사용연장이나 폐기결정은 해당 국가의 권한에 속해 있어요. IAEA는 해당국가가 그 원전의 안전도를 면밀히 감시, 조사, 평가하는 과정에 검토기술팀을 파견하여 필요한 조치들을 권고하고 있어요. 또한 긴급사고보고제도와 사고긴급대응센터 운영등의 조치도 취하고 있어요-.

“한국의 고리원전 1호는 폐기하기로 했지요. 어느 나라든 문제가 큰 것은 폐로의 처분입니다. 첫째로 중요한 것은 폐로처분의 기술과 예산입니다. 안전하고 철저한 방사능처리기술이 있어야 하지요. 운영 때는 발전으로 돈을 버는데, 폐로 때는 돈을 벌지 않음으로 예산적립을 미리 해야 합니다. 한국은 필요한 폐로예산을 사전에 적절히 산정하여 자체 기금으로 적립하고 있어서 다행이에요. 다음으로 중요한 것은 폐기물의 처리계획을 미리 자세하게 세워 놓아야 하는 것입니다. 폐로는 방사능의 오염도가 매우 높습니다. 해체 전에 기술적으로 시설자체에 대한 오염도를 철저하게 조사하는 것이 전제조건입니다. 그리고 버리는 곳, 폐로, 폐기물의 저장, 관리 등에 대한 준비도 철저하게 해야 하지요. 고리원전 1호의 경우, 폐로의 오염도, 특성조사 등을 진행하는 데에도 아마 10년을 걸릴 것입니다.”


-세계 제2차 대전 종전 70주년을 맞아, 히로시마, 나가사키 원폭투하 등의 회고가 미디어에 많이 거론되고 있어요. 이와 함께 세계원전에 대한 테러범들의 공격, 핵병기의 도난사고 등에 따른 대량살상사고의 위험 등이 많이 거론되고 있는 상황이지 않습니까?

“핵 보안, 핵 안보에 대한 과제도 제가 속한 본부의 한 부서에서 담당하고 있습니다. 핵 보안 및 안보 담당업무는 2015년에 해당 조직이 확대되어 국으로 격상되었어요. 원자력발전소에 대한 테러공격과 해킹 등을 방호하고, 고방사능 물질을 살포하여 방사선오염을 유발함으로써 사회를 혼란하게 하려는 ”더러운 폭탄“(Dirty bomb)의 제조가능성을 미리 방지하자는 취지에서 입니다. 테러범들이 원자탄은 보관처리가 어려워 훔치는 생각을 덜 하겠지만, 고방사능물질을 훔쳐 만드는 ”더러운 폭탄“의 제조, 사용에 대해서는 관심을 가질 수 있다는 가정에서 보안, 안보조치와 활동을 강화하게 되었지요.”

안겔라 메르켈 수상이 이끄는 독일정부가 2022년 까지 원전완전폐기정책을 세우고, 프랑스와 올랑드 대통령이 이끄는 프랑스 정부가 2025년 까지 원전의 반을 줄이겠다고 한 원전감축정책, 반전반핵운동 등에 대해서, 한필수국장은 각 나라의 정치사상과 동향의 변화, 그 나라의 경제성장정책에 따른 문제라는 데에 초점을 맞춘 답변을 했다.

그는 한국의 경우는 한국의 방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독일이나 프랑스의 방식이 그대로 한국에 적용되는 것은 아니라고 했다. 그 나라의 원자력 정책은 그 나라의 사정에 맞게 정해지는 것이고, 신재생에너지의 정책에 대한 것도 이와 같은 것이라고 말했다. 전기발전의 효과와 예산, 그 부과가치등을 감안하여 정책을 세우고, 비용이 많이 드는 신재생에너지에 대한 투자를 점차로 증가시키면서 원전운영을 병행시키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에서 대대로 살아 온 가문의 자손인 한필수국장은 1953년생, 연세대학교 공과대학 화공학과를 졸업, 대우엔지니어링에서 2년간 근무했다. 그는 우리나라 정부의 국비유학생으로 미국명문 노스웨스튼 대학으로 유학, 화공학석사와 화공학 박사학위를 받은 즉시로 모교에서 교수생활을 했다. 1985년 귀국 후에는 한국원자력연구원과 인연을 맺으면서 연구부장과 본부장을 지냈다. 2010년 말 까지 본부장을 지내면서 2년간<핵공급 그룹>(NSG)의 실무그룹의장을 겸직했다. 2011년 1월 국제원자력위원회 국장으로 비엔나에 부임 해 왔다. 그가 전문이기도 한 한국원자력문제를 꺼내기에 질문을 이제는 한국인, 한국 쪽으로 옮겨야 하겠다고 생각했다.

“저는 이곳에서 한국에서 오는 국회의원들, 정부의 고위관료들, 과학계의 석학들을 만날 기회가 많았어요. 그분들에게 이런 부탁을 많이 했어요. 즉 한국은 이제 선진국에 진입하였으니까 국제사회에서 그에 걸 맞는 역할을 잘 하였으면 좋겠다고요. 국가적으로 예산과 인력 등을 늘려 국제기구에 내 보내고 그에 맞는 일도 하게하자고 말이에요. 대학의 대응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해요-.

“저는 IAEA에 근무하는 한국직원들에게 한국인의 능력을 보여 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해요. 한국을 많이 알린 축구선수 박지성 처럼 자기분야에서 한국을 잘 알리는 사람이 되라하고 당부해요. 한국인이기 때문에 잘 한다는 인정을 받자고 강조하지요. 주어진 역할을 충실하게 꾸준히 해 나가면, ‘코리안들이 잘 하네’라는 평가를 받게 될 것이 아니겠어요! 각자 노력이 많이 쌓일 때, 국제사회에서 형님역할을 하게 되는 것이지요.”

한국인으로서는 어렵게 생각되는 북한원전과 핵문제, 비슷한 이란의 핵문제와 그 해법의 적용가능성에 대한 문제 등을 물어 보았다. 한 국장은 문제의 민감성 때문이 아니고, 자신의 소관이 아님으로 언급을 보류하고 싶다고 했다. 이 문제는 NPT-핵비확산조약 담당부서의 소관이라고 했다. 이쯤에서 40여 년간 원자력계에 몸 담아온 원자력 전문가 한필수국장에게 소문난 그의 ‘원자력 철학, 원자력 평화인’의 이야기를 묻는 시간이 되었다고 생각했다.

“인류는 원시시대부터 진화해 오면서 ‘불’(火)이라는 대상을 만났지요. 이것에서 도망친 민족은 멸망하였고, 불을 찾아 나선 민족은 역사상 인류를 지배하는 민족이 되었어요. 부엌의 불, 가스 레인지의 불 등은 매우 위험한 것이기도 하지만, 매우 유용할 수 있어요. 인류의 목표는 이것을 안전하게 편리하게 이용하는 것이고, 이렇게 하는 것은 인류의 과제이기도 합니다.”

대학교단의 경험과 영어를 열심히 공부하여 현재 IAEA에서도 명연설가로 소문난 한필수국장은 한국어담화에도 달변이다.

“어린이에게는 가스 레인지가 위험하지요. 가정주부는 그 지혜를 가지면 안전하게 사용합니다. 그러나 잘못 사용하면 화제사고가 나기도 해요. 화석연료나 원자력과 같은 에너지의 경우에도 기술적으로 이들을 정복하는 것이 중요해요. 회피하는 것은 인류의 지혜가 아닙니다. 당면한 문제는 접근하여 부단하게 그 문제를 해결하는 것입니다. 과정에는 위험도 많겠지요. 그러나 어떤 것이던 안전하기만 하고 위험이 없는 것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안전과 유용성, 활용성을 찾으며 앞으로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원자력이던 어떤 것이던 신기술이 등장하면 그 정복을 향하여 나아가서 인류의 복지와 평화를 위하여 사용하자는 것이 저의 철학이고 과학이고 가치관입니다.” 독실한 가톨릭교도인 한필수국장의 끝맺는 말이었다.

한필수박사의 책상 뒤 벽에 붙어 있는 그의 사랑하는 가족들의 사진들이 우리들의 열띤 대담을 듣고 미소를 짓는 것 같았다. 부인 이재희여사와 서울에서 직장 생활하는 장남 상민씨부부, 귀여운 손녀 가인, 뮤지컬 가수 겸 배우인 차남 상윤씨, 비엔나에서 공부를 마치고 미국 미네소타 대학교 방송학과로 유학 간 딸 유정양이 모두 착한 모습으로 환하게 웃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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