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로냐, 볼로네세] 6차 산업 너머 미래 농업을 실천하는 로렌쪼
[볼로냐, 볼로네세] 6차 산업 너머 미래 농업을 실천하는 로렌쪼
  • 한도현(볼로냐 대학교 정치학과 교환교수)
  • 승인 2015.08.29 0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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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로냐를 떠나기 전 이틀 밤은 볼로냐의 외곽 산 속에 보내기로 했다. 로렌쪼의 집은 볼로냐 시내에서 자동차로 10분 걸리는 산속에 있지만 행정구역은 볼로냐 시이다. 볼로냐시민들이 사랑하는 빌라기지(Vila Ghigi) 공원이 내려다보이는 집 주위는 온 통 숲이다.

행정구역이 엄연히 볼로냐 시인데도 늑대가 출몰하기에 볼로냐대학교 동물늑대 서식 연구팀이 자주 오는 곳이다. 거실에 들어가니 도시 상류층 주택의 거실처럼 우아하게 꾸며져 있고 소파 앞의 테이블에는 󰡔하늘에서 본 땅󰡕(La Terre vue du ciel, Yann Arthus-Bertrand,2005)이라는 큰 사진첩이 있었다.

이 책 53페이지의 사진이 눈에 띄었다. 가운데는 반달 모양의 묘지가 예쁘게 놓여있고 주변에는 누군가 파란색으로 그림 연습을 한 듯이 12개의 줄무늬가 있다. 설명문엔 ‘경기도 포천군 북부의 인삼 경작’이라고 되어 있고, 인삼을 ‘만병통치약이라는 뜻에서 라틴어 학명은 파낙스(panax)이며 영양과 약효가 뛰어난데 산삼과 인삼으로 구별된다’고 쓰고 있다.

볼로냐를 떠나기 전에 산골 생활을 체험하고 싶어 선택한 농사꾼 집에서 프랑스어로 된 고급 화집을 거실에서 발견한 것도 놀라운데, 그 책에서 한국의 인삼밭을 본 것이 더 놀랍다. 주인에게 무척 관심이 갔다.

그는 볼로냐의 멜론첼로 문(Arco del Meloncello) 근처에서 태어났다. 볼로냐에서 고등학교까지 공부하고 프랑스로 떠났다. 요리 학원에서 요리를 배웠으나 요리가 너무 힘들고 자신에게 맞지 않다고 생각해서 포도재배와 와인제조를 배우는 학교에 입학했다. 이 수업과정을 비띠꼴뚜레(Viticolture)라고 한다.

프랑스 디존(Dijon)에서 3년간 비티꼴뚜레 수업을 마치고 프랑스에서 14년 생활을 했다. 모로코와 세르비아에서도 와인 분야의 일을 3~4년간 했다. 지금은 볼로냐의 언덕에 농장을 마련하고 농가 주택 2채, 자동차 3대를 가진 중산층이다.

그의 아내 마르따(Marta Galloni)는 식물학자이며 수분(꽃가루받이, pollination) 전문가로 볼로냐 대학교의 식물원에서 연구원 활동을 10년째 하고 있으며 2015년 10월부터는 볼로냐대학교의 교수가 된다.

또 마르따는 이 산에서 생물다양성 지키기, 생물 다양성 교육, 환경교육 등을 활발히 전개하고 있다. 현재 EU지원을 받아 DICTAMUS라는 식물다양성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이 부부는 수입을 보충하기 위해 농가 주택 한 채를 B&B로 운영하고 있다.


로렌쪼는 “이 일은 재미(fun)있어서 하는 것인데 일로 느껴지면 스톱하겠다”고 했다. 아침식사 재료들은 농장에서 바로 공급된다. 리꼬따 치즈는 옆 집 농가에서 구해오고 바질, 로즈메리, 어년 그라스(Erba cipollina 실파처럼 생김) 등은 이 집 화단에서 따 왔다.

그것을 리꼬따 치즈에 얹혀 먹었다. 역시 오리지널 맛이다. 뻬꼬리노(pecorino) 치즈에도 그렇게 먹어보란다. 치즈가 몇 종류나 되느냐고 물었더니 이탈리아에는 프랑스보다 더 많은 치즈종류가 있다고 하면서 300종은 넘는다고 자랑했다.

살구와 토마토도 농장에서 가져온 것들이다. 잼도 자기가 직접 만든 것이다. B&B를 재미있는 부업거리로 생각하고, 프랑스에 유학 가서 비띠콜뚜레를 배우고 프랑스, 모로코, 세르비아 등에서 와인분야의 일을 하다 볼로냐로 돌아와서 농사짓고 있는 그의 농업에 점차 매력을 느꼈다.

그의 농장을 보고 싶다고 했더니 자동차로 포도농장에 데려다 주었다. 2.7ha 정도인데 바깥에 담이 있고 문도 있다. 문을 차 안에서 리모콘으로 열었다. 포도는 한 낮의 열기를 받아 탐스럽게 빛났다.

직접 따서 맛을 보니 그 맛을 어떻게 형용하기 어렵다. 포도농장에 오기 전에는 그가 정말 농부일까 의심했는데 와서 보니 영락없이 농사꾼이다. 농사꾼인 그는 벨기에에서 온 투숙객과는 프랑스어로, 나와는 영어로 대화했다.

도시로 나갈 수 있는 충분한 실력이 있지만 이 산에서의 농사일이 좋다고 한다. 로렌쪼를 농사꾼으로 불러야 할까? 6차 산업의 전문 농업인이라 불러야할까? 아니다. 새 세상을 열고 있는 비전 디자이너라고 불러야 할 것이다.


필자소개

한도현 한국학중앙연구원 교수, 볼로냐 대학교 정치학과 교환교수, 코이카 지구촌 새마을운동 전문위원, Korean Histories 편집위원(Leiden Univ 네덜란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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