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기고] 바쁜 게 좋은 거야!
[해외기고] 바쁜 게 좋은 거야!
  • 황현숙(퀸스랜드 한인문학회)
  • 승인 2015.08.30 19: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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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현숙(퀸스랜드 한인문학회)

요즘, 내가 가장 많이 듣는 말은 “바쁜 게 좋은 거야!” 라는 말이다. 나이가 들어 갈수록 할 일이 줄게 되어서 시간의 여유가 많아질 거라고 착각하며 살아온 듯하다. 나에게 맡겨진 어떤 일을 하나 끝내게 되면 또 다른 일들이 연이어 찾아온다. 마치 차례를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이.

나 스스로 짊어진 책임감 때문에 시간에 허덕이면서도 맡은 일들을 떨쳐 내지 못하고 산다. 하지만 나름대로의 즐거움도 적당히 챙겨가면서 일에 대한 열정도 함께 떠안고 가는 편이다. 미국인 의학연구가였던 요나크 솔트 라는 사람이 마치 나에게 들려주는 충고처럼 이렇게 말했다.

“어떤 일을 한 것에 대한 최고의 보상은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는 기회이다.” 나이는 단지 숫자에 불과하다지만 자신의 보호벽 설치를 미리 해놓고 다른 사람들 보다 더 현명하게 대처하며 살아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하게 된다. 그리고 내가 정말 중요한 사람이라는 인식을 가지고 산다면 삶에 대한 의욕도 그만큼 커질 것이라고 확신한다.

8월에는 한인사회에서 중요한 행사들이 몇 가지 있었다. 그중에서도 가장 특별한 이벤트는 8월 15일 광복 70년을 맞는 광복절 기념식과 퀸스랜드 한인의 날(2015 Korean Cultural Festival)행사를 시티 홀에서 성대하게 개최한 것이다. 올해에는 경상남도 농산 특산물을 판매하는 사업자들이 함께 참여하게 되어서 그 규모가 상당히 큰 편이었다.

1부와 2부로 진행되었던 한인의 날 행사는 한국인의 문화와 예술, 우리들의 정체성을 호주사회에 알리는 데에 한 몫을 해주었다고 믿어진다. 1부에서는 주정부의 다문화담당 장관의 축하인사를 시작으로 총영사와 초대 인사들의 축사가 이어졌다. 차세대 리더들이 이육사의 ‘광야’ 라는 시를 낭송해서 분위기를 돋웠으며 원로교민의 만세 삼창까지 이어졌다.

또한 특별한 행사로서는 육이오 참전 군인이었던 호주 할아버지 세분에게 한국정부에서 전달하는 평화의 메달 전달식이 있었다. 허리도 제대로 펴지 못하고 노쇠해 보이는 할아버지들이 1950년 한국전에서는 용맹스런 군인이었다는 사실을 되새기게 만들었다.

무대에 오를 때에 곁에서 부축을 하려니까 할아버지들은 갑자기 어깨와 허리를 쭉 펴면서 “우린 전쟁에 참여했던 군인이었어.” 하면서 거절하는 모습이 오히려 자랑스럽게 보였다. 마음만은 입고 있는 군복 속에서 그리고 가슴에 매단 훈장에서 젊음의 빛을 되쏘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이어서 경남 진주에서 온 전통 무용단들은 화관무와 한량무, 살풀이춤을 선보였고, 죽향 차문화원에서는 음악과 정적인 움직임의 춤을 보태서 가장 한국적인 전통다도인 독수선차 시연을 해보여서 감동을 더해주었다. 그 모습이 왜 그리도 가슴을 찡하게 만드는지 한국인 고유의 서정성과 은은한 아름다움이 배어나오는 듯했다.

한 잔의 차를 마시며 마음을 가다듬는 데에 긴 시간이 걸리지만 바쁘기 만한 현대인의 마음을 다스리기 위해서는 필요한 수양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한국에서 가져온 구절판과 각종 전통다과를 무료로 시식시켜 주는 시간이 있어서 참석했던 모든 사람들에게 큰 인기를 끌었다.

한국전통문화와 예술을 소개할 때에 빠질 수 없는 것이 판소리이다. “흥부가” 중에서도 특히 박타기 부분을 들으면 흥이 솟구치고 신명이 나서 어깨를 들썩이게 한다. 아쟁소리 또한 구성지고 가슴이 아릴 듯한 울림이 있어서 감흥이 일어나는 악기연주라는 생각이 들었다. 모녀가 공연하는 모습이어서 더욱 보기에 좋았다.

2부 공연은 시티 홀 킹조지 광장에 야외무대를 만들어서 진행했는데, 토요일 오후, 사람들이 가장 많이 몰리는 장소에서 한국커뮤니티가 발돋움을 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음식코너에서는 한국음식을 사먹기 위해서 호주 인들과 한국인들의 줄이 길게 이어졌다. 한국과 호주, 두 나라가 서로의 문화를 이해하고 알아간다면 다민족 국가 안에서 제대로 된 화합과 조화를 이룰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호주인 여대생들로 구성된 빼빼로의 K-pop공연이 한국의 대표적인 전통춤 화관무와 더불어 두 나라의 멋진 화합을 보여준 좋은 본보기라고 여겨졌다. 라플 상품에 열광하는 사람들과 함께 70년 광복 기념의 날은 저물어 갔다. 자원봉사자들의 협조가 없었다면 해내지 못할 많은 일들이 있었지만 젊은이들에게 진심으로 내 나라를 생각하는 기회가 되었기를 바란다.

새로운 만남에는 새로운 인연이 맺어지기 마련이다. 다도 시연을 했던 다소곳하고 부드러운 성품을 가졌던 분, 여장부 같은 서글서글한 성품으로 나에게 먼저 다가와 주었던 분들이 벌써 그리워진다. 좋은 인연들이 오랫동안 이어지기를 바라며 다시 그들의 방문을 기다리는 정리의 시간 속으로 걸어가게 된다.

8월을 마무리하면서 나에게 개인적으로 가장 중요했던 일은 퀸스랜드 한인문학회가 창립된 지 십년이 되었다는 사실이다. 큰 행사는 치루지 않았지만 회원 가족들이 모여서 발리하우스라고 부르는 골드코스트의 회원 집에서 조촐하게 저녁식사를 함께 했다.

음식 솜씨가 뛰어난 회원들의 손맛은 문학회의 모임에 늘 즐거움을 더해준다. 우리들의 첫모임이었던 십 년 전, 2005년 8월, 그 시작을 회상하고 추억하면서 지금의 우리가 서있는 시간, 앞으로의 우리들이 나누는 우정과 사랑에 대해서 진지하게 대화를 나누었다.

한 단체를 이끌어가는 일이 결코 쉽지만은 않지만 문학을 사랑한다는 공통분모를 가지고 십년을 이어왔으니 참 다들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한 회원이 앞으로 우리가 살날까지 쭈~욱 같이 가보자는 우스갯소리를 했지만 모두의 마음이 다 같다는 것은 말을 하지 않아도 가슴으로 느낄 수 있었다.

바쁘게 사는 게 좋은 일만은 아니겠지만 더 많은 만남과 인연, 더 보람 있는 삶을 위해서 필요하다면 바쁘게 살아가야겠다는 생각을 놓치고 싶지는 않다. 그래서 내 나이가 어때서라는 용기가 필요한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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