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日 '한인 원폭피해자' 배상판결, 한국정부도 권리구제에 적극 나서야
[사설]日 '한인 원폭피해자' 배상판결, 한국정부도 권리구제에 적극 나서야
  • 박완규 주간
  • 승인 2015.09.08 1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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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의 대법원에 해당하는 일본 최고재판소가 한국인 원폭 피해자 이홍현 씨 등이 일본에 살지 않는다는 이유로 의료비를 전액 지급하지 않는 것은 부당하다며 지난 2011년 일본 오사카부(大阪府)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의 상고심 판결에서 의료비 전액을 지급하라는 원심을 확정했다.

일본 외 국가에 거주하는 '재외 피폭자'에게도 일본의 피폭자 원호법을 적용하라는 최고 법원의 첫 판결로서, 많이 늦은 감은 있지만 그 간의 상대적 냉대와 차별을 일부나마 바로잡을 수 있었다는 점에서 다행스러운 일이다.

그 동안 일본 정부는 일본인 피폭자에 대해서는 본인 부담분 전액을 국가가 지급해 왔지만, 일본 외 거주지에서 치료를 받은 재외 피폭자에 대해서는 원호법에 따른 의료비 지급 대상으로 간주하지 않고 연간 30만엔(300만원)까지만 지원해 왔다.

이홍현씨는 미쓰비시 조선소에서 일하던 강제징용 노동자의 아들로, 히로시마 원폭 투하 당시 어머니 뱃속에서 태내 피폭을 당했다고 한다. 해방 후 한국에 돌아온 뒤 백색 반점과 고혈압, 만성심부전증으로 고생하다 37세에 정식으로 피폭 후유증 진단을 받았다. 하지만, 치료를 위해 일본으로 갔다가 일본인과 한국인 피폭자 사이에 차별이 있음을 알고 소송을 냈다.

일본 후생성에 따르면 재외 피폭자는 올해 3월 말 기준으로 약 4천280명이며, 이 가운데 한국 거주자가 약 3천명으로 70%에 달한다. 이들은 대부분 일제에 의해 강제로 일본에 끌려간 사람들이거나 자손들이다. 그런데도 일본은 '일본과 의료보험제도 등이 달라 치료비 계산도 달라야 한다'는 이유를 들어 이들에게 치료비조차 제대로 주지 않는 등 차별을 받아 이중의 고통 속에 살아왔다. 이런 일본이 자국인 원폭 피해자들에게는 1960년대부터 의료비는 물론 건강관리수당•특별수당 등까지 주고 있다.

한인 피폭자들은 이제 고령이어서 1년에 200명가량이 사망하고 있다고 한다. 일본 정부는 지체하지 말고 재외 피폭자에 대한 의료비 지원 시스템을 정비해 더는 억울한 이들이 없도록 당장 후속조치에 나서야 할 것이다. 더불어 이번 판결을 계기로 한국 정부도 원폭 피해자 구제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광복후 70년이 지났지만 제대로 된 실태조사가 없어 정확한 피해자 숫자조차 집계되지 않고 있다.

헌법재판소는 지난 2011년 한국인 원폭 피해자 해결에서 한국 정부가 노력을 소홀히 한 것은 위헌이라는 결정을 내렸지만 대한민국 정부나 국회가 한국인 피폭자 권리구제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는 얘기는 전혀 들리지 않고 있다.

"우리 한국인 원폭 피해자들은 조국인 한국 정부, 원자폭탄을 투하한 미국 정부 그리고, 가해국인 일본 정부로부터 모두 버림받았다"는 피해자들의 한맺힌 절규를 더는 외면하지 말고, 원폭피해자 특별법 제정 등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하기를 박근혜 정부와 국회에 진중히 권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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