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칼럼] 우리나라 중재판정으로 미국 채무자에 집행할 수 있나?
[법률칼럼] 우리나라 중재판정으로 미국 채무자에 집행할 수 있나?
  • 조상규<본지 고문변호사>
  • 승인 2015.10.01 15: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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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주방용품을 제조하는 회사를 운영하는 문 대표는 미국 내에서 티타늄나노 열처리업을 하는 미국국적의 한국인 고 모씨에게 주방용품에 적용될 특허기술을 통해 자신이 생산한 주방용품이 독일회사의 품질테스트인 부식테스트와 중금속테스트 등을 통과할 수 있도록 제품을 개발해 달라는 내용의 계약을 체결했다.

 

그러나 이후 고 모씨가 가지고 있다고 한 이 특허기술이 주방용품에는 적용될 수 없어 최종 품질테스트를 통과하지 못하게 되면서 문 대표는 미국 회사와의 계약을 해제하고 특허기술 공급계약 대금을 반환할 것을 요청했다.

그러나 미국 회사가 이를 이행하지 아니하여, 대한상사중재원에서 계약의 해제와 그에 따른 공급계약 대금 미화 60만달러와 지연이자 및 중재비용을 반환하라는 내용의 중재판정까지 받게 됐다.

대한상사중재원의 중재판정은 중재법 제35조에 따라 양쪽 당사자 간에 법원의 확정판결과 동일한 효력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미국 회사는 중재판정에 따른 의무를 이행하지 아니했고 고모씨도 잠적했다. 이에 문 대표는 필자에게 법률자문을 요청하면서 한국 내 중재판정으로 미국 회사에 대한 강제집행을 포함하여 어떻게든 돈을 받고 싶다고 말했다.

이러한 경우 제일 먼저 채무자의 재산이 어느 나라에 소재하고 있는지에 따라 중재판정에 기초한 강제집행 절차가 달라질 수 있어 집행 가능한 채무자의 재산을 파악하는 것이 우선돼야 한다. 사안의 경우 채무자가 한국에 자회사를 소유하고 있어 자회사의 지분에 대한 한국에서의 강제집행 절차, 미국 내 재산에 대한 미국에서의 강제집행 절차, 사기죄로 형사고소를 하여 신병을 확보하기 위한 방법, 미국 회사의 채무를 대표자인 고 모씨의 재산으로 책임지우도록 하는 법인격부인론의 주장 등 가능한 모든 법률적 구제방법을 모색하여 진행했다.

한국에서의 중재판정은 양쪽 당사자 간에 법원의 확정판결과 동일한 효력을 가지지만 중재법 제37조에 따라 중재판정의 집행에는 법원의 집행판결이 필요하다. 즉, 중재판정에서 승소한 신청인이라도 관할 법원에 별도로 ‘집행판결청구’라는 판결을 받아야 채무자에 대한 강제집행이 가능한 것이다. 따라서 채권자는 ‘중재판정의 정본(원본) 또는 정당하게 인증된 그 등본’을 제출해 집행판결을 청구할 수 있다.

미국도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외국의 중재판정에 따라 강제집행 절차를 진행하기 위해서는 중재판정의 승인과 집행이라는 법원의 판결이 필요하다. 또한 뉴욕협약 및 연방 중재법에 따라 법원은 외국 중재판정에 대하여 차별하거나 국내 중재판정을 선호할 수 없고, 외국 중재판정의 승인 및 집행을 거부할 수 있는 사유에 대하여 매우 좁은 해석을 하고 있기 때문에 대한상사중재원의 중재판정이 미국에서의 중재판정에 비하여 불리한 점은 전혀 없다고 할 것이다.

외국 중재판정에 해당하는 대한상사중재원의 중재판정에 기하여 채무자의 자산을 회수하려면 중재판정을 법원의 판결로 전환시키는 연방 중재법 (FAA) 9. 207. 304조 하에서 규정하는 간이절차(summary proceeding)에 따라 신청서(petition)를 법원에 제출하면 된다. 미국 법원에서 외국 중재판정의 승인을 얻기 위해서는 통상적으로 중재판정이 이루어진 장소 및 일자, 법원의 관할권이 있음을 설명하는 사실관계, 중재 판정의 내용 요약 및 그 사본(번역본) 등의 내용 및 서류 등을 갖추어야 한다.

현재까지도 미국 회사가 지불하여야 하는 대금 미화 60만달러와 지연이자 및 중재비용 합계 약 7억원 정도의 채무를 변제받기 위해서 갖가지 방법을 동원하여 추적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미국 회사의 대표이사인 고 모씨에게 법인격 부인론에 따른 책임을 추궁하는 방법까지 진행하고 있는데 일반적으로 회사와 이를 운영하는 경영자 혹은 대표이사는 법률상 회사와 다른 주체로 취급되므로, 회사에 대한 중재판정을 받았다고 하더라도 중재판정을 통하여 곧바로 대표이사 개인에 대한 강제집행 절차를 취하기는 어렵다고 할 것이다.

그러므로 처음부터 회사 자체의 자산이 명확하게 파악되는 경우가 아니라면 계약을 체결할 때 계약서에 대표이사 개인의 계약상 채무에 대한 연대보증을 받아 놓거나 혹은 개인 재산에 대한 담보를 요구하는 것이 채권자에게 유리할 뿐만 아니라 신속한 분쟁해결을 위한 방안이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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