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기고] 아르헨티나 대선 10일, 그 과정과 전망
[해외기고] 아르헨티나 대선 10일, 그 과정과 전망
  • 박채순<정치학 박사, 존에프케네디 대학>
  • 승인 2015.10.17 05:2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아르헨티나의 10월 25일 대선이 10일 앞으로 다가왔다. 대선 10일을 남겨두고 현재 각 후보간의 판세는, 각종 여론조사에서 지난 8월 9일 실시되었던 대선 예비선거(PASO)의 지지율과 큰 변동이 없다. 아르헨티나 대선이 이목의 집중을 받는 것은 키르츠네르 부부 정부 12년이 연장되느냐, 끝이 나고 정권 교체가 이루어지느냐다.

네스토르 키르츠네르(Nestor Kirchner)4년과 크리스티나 키르츠네르(Cristina Kirchner) 8년 등 부부간 집권한 12년 동안은 아르헨티나의 정치, 경제, 사회면에서 상당히 특색을 보였던 정부이기 때문이다. 그들의 정부는 미국과 국제 금융기구와 소원한 관계를 유지하면서 권위적이고 국수주의적 대중영합주의 틀 안에서 국가를 운영해왔던 것이다.

2001년 국가 부도 사태 이후 에드와르도 두알데(Eduardo Duhalde) 대통령의 후원 하에 집권한 키르츠네르는 외골수의 독특한 성격으로 그 부인에게 권좌를 물려주고 비록 일찍 사망했지만, 부부가 아르헨티나의 정치를 완전 장악하고 페론 대통령 이후 가장 강력하고 장기적인 권력행사를 해왔다.

대통령을 중심으로 한 강한 행정부, 다수 의석의 국회와 사법부를 장악하고, 국민을 상대로 국영 매체를 통해 직접 대화를 하면서 정권을 틀어쥐고 있었다.

크리스티나 대통령은 마지막 순간까지 권력을 자기의 친위 부대 그룹인 깜포라(Campora)를 활용하여 정권을 유지해 왔다. 12월 10일에 후임 대통령이 선서를 하지만, 후계자 지명에 대해 노심초사 한 후에 정치색갈이 얕은 다니엘시올리(Daniel Scioli) 부에노스아이레스 주지사를 지명하여, 요즘도 자주 공영 방송을 통해서 열정적으로 자신들의 치적을 홍보하는 선거운동을 하고 있다.

그러나 그의 독불장군 식의 권위적인 정국 운영과 800만명에 이르는 가난한 사람들을 위한 선심 정책 등에 다수의 국민이 크리스티나 정부에 식상해서 국민의 50% 이상이 정권 교체를 바란다는 여론 조사가 있다.

그러나 최근의 한 여론조사(CEOP)에서 크리스티나 대통령의 국정 수행에 50.3%가 긍정적이라고 답하고, 46.6%만이 부정적이라고 답해, 중남미 대통령 중 퇴임 무렵에 브라질 루이스룰라(Luiz Inácio Lula da Silva)전 대통령과 다시 대통령에 돌아온 칠레의 미첼 바첼레트(Michelle Bachelet) 현 대통령 등이 첫 임기 퇴임 시 기록한 55% 가까운 지지율 다음으로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지금 아르헨티나에서도 여론조사의 신빙성을 놓고 공방이 일고 있고, 각 후보 진영은 자기들의 유리한 여론조사만을 가지고 우세를 주장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민들은 선거에서 여론 조사를 기준하여 판단하는 경우가 많다.

아르헨티나 선거법에 의해 실시되었던 지난 8월 9일의 대선 예비선거(PASO: PrimariasAbiertasSimultáneas y Obligatorias) 결과 본선에는 6명의 후보가 경합을 벌이고 있다. 그러나 주지하는 바와 같이 예선에서 38.41%로 1위를 차지한 현 집권 페론당 크리스티나대통령이 후계자로 미는 승리를위한전선(FPV: Frente para Victoria)의 다니엘 시올리(Daniel Scioli), 30.07%를 얻어 2위를 한 현 부에노스아이레스 시장인 교체하자연합(Cambiemos)의 마우리시오마끄리(Mauricio Nacri)와 20.6%의 지지로 3위를 한 UNA(Unidosporuna Nueva Alternativa) 후보인 세르히오 마사(Sergio Massa) 현 국회의원 등 세 명의 후보가 여타 후보의 멀리 앞서서 각축을 벌리고 있다.

사실 선거라는 것이 바람에 좌우 된다고 하는데, 위 세명 후보 외에 8월 9일 예선을 통과한 2001년에 임시 대통령을 역임한 바 있는 로드리게즈 사아(Adolfo Rodríguez Saá), 좌파 계열인 마르가리타스 톨비제르(Margarita Stolbizer)와 니콜라스 델 까뇨(Nicolás del Caño)등 3명도 상당한 능력을 갖고 있지만 3%의 내외의 지지를 받고 있어서 선거에 큰 영향을 주지 못하고 있다.

아르헨티나 선거법에 의해 대통령에 당선되기 위한 대전제는, 본선에서 45%이상을 바로 획득하거나, 유권자의 40% 이상의 지지를 받고, 2위와의 표차가 10% 이상이 되거나 중, 한 가지 조건을 충족하면 된다.

그렇지 못할 경우에는 11월 22일에 1위와 2위가 결선투표(balotaje)를 통해서 다수 득표자를 대통령으로 선출하여 12월 10일에 새 정부가 출범하게 되는 것이다. 지난번 글(아르헨티나 예선 결과로 본 대선 전망과 시사점)에서 분석했던 바와 같이, 다니엘시올리 후보는 아예 45% 이상을 얻어서 대권을 쥐거나, 부족한 1,6%를 채우고 2위와의 격차를 10% 이상으로 늘려서 당선되는 목표로 선거 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2012년 중간 선거 이후 다니엘 시올리와세르히오 마사 후보에 이어 여론에서 3위를 달리던 마우리시오마끄리(Mauricio Macri) 후보는 본 선거 운동 기간 중,세르히오 마사(Sergio Massa)후보가 주춤거리는 것을 기회로, 2위를 쟁취하고 대선의 승리를 목표로 활동 중이다. 그는 이번 25일 선거에서 시올리 후보의 당선 확정을 저지한 후에, 결선 투표에서 모든 야권 진영과 협동하여 야권으로 정권 교체를 이룬다는 목표다.

예선에서 3위에 그친 마사 후보는 마끄리를 넘어 2위 탈환을 목표로 하되, 여의치 않을 경우에는 차선책으로 결선에서 캐스팅 보트를 쥐는 것이며, 관측통들은 그의 젊은 나이로 보아 다음의 기회가 충분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최근에 그는 마끄리 후보로는 결선에서 시올리에게 필패할 것이라고 주장하고,마끄리에 가는 투표는 사표가 틀림없으니, 결선 경쟁력이 높은 자신에게 투표하라고 부동층을 목표로 강력하게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또한 선거 전 마지막 일요일에 마끄리와 자신과의 TV토론을 하자고 전격 제안했다. 물론 마끄리는 자기가 토론할 상대는 시올리라며 일언지하에 거절했다. 그동안 진행된 선거 운동 과정에 각각 후보에게 여러 가지 실수나 선거 환경에서문제가 있었지만, 당락에 결정적으로 작용할 만한 큰 사건과 사고는 없어서, 현재까지 예비선거의 결과와 비슷한 지지를 각각 받고 있는 것이다.

여당 후보 시올리는 예비선거 후에 휴식을 위해 떠났던 이탈리아 여행에 대한 비난 여론, 야당 진영이 부정 선거라고 주장하고 실제적으로 지방 법원에서 선거 무효 판정까지 판결했으나, 지방 대법원에서 판결을 뒤집었던 문제의 뚜꾸만 주의 주지사 선거, 특히 대통령 비서실장인 부에노스아이레스 주지사 후보 아니발 페르난데즈(Aníbal Fernández)후보가 마끄리 진영의 약관의 여성 후보인 미라아에우헤니아 비달(María Eugenia Vidal)과 마사 진영의 펠리페솔라(Felipe Solá)에 이어 3위를 한다는 것 등이 악재로 작용한다.

부에노스아이레스 주는 시올리 후보가 현 시장이며 재선을 한 안 마당인데도 불구하고 선거 여론 조사 기관인 Management & Fit에 의하면 마끄리 진영의 비달은 지지 48.8%대 반대 42.3%인 반면에, 페르난데즈는 지지 33.3%대 반대 62.4%로 페르난데즈가시올리의 기존 지지를 까먹는 현상이다.

특히아르헨티나 선거 역사상 처음으로 실시되었던 대선 후보 TV토론에 시올리 후보가 특별한 이유 없이 혼자 불참했던 것 등이 악재로 작용했다. 매스컴에 의하면 크리스티나가시올리의 TV토론을 못하게 했다는 후문이다.

마끄리 후보는 본 선거에서 좋은 성적을 가지고 결선 투표를 통해서 제 야당이 연합하여 정권 교체를 이루고자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3위 마사와 격차를 벌리고자 하는 의도대로 진행되지 않은 것이 문제다.

아르헨티나에서 집권당인 페론당 이외에는 각 지방의 정치 세력은 지역의 실권자가 가지고 있어서, 실제적으로 제1야당의 위치인 PRO의 마끄리 후보가 지방 조직에 취약한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기존의 라디칼 당과 지방에 근거를 가진 세력들과의 제휴를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또한 원래 페론당 출신인 마사 후보를 통해서 주류인 시올리에 비 협조적인 페론당 비주류 표를 마사가 흡수해주어, 시올리의 본선 당선을 저지코자 하는 목표가 당초 의도한 대로 마사와의 밀월관계가 유지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즉 마끄리에게 있어서 현재 본선 전에 마사 후보는 오히려 경쟁자인 동시에 큰 짐이 되고 있는 실정이다.

세르히오 마사 후보는 세간에 떠도는 마끄리와의 사전 협약 설로 곤혹을 치르는데, 마끄리와는 어느 때에라도 비밀 협약은 있을 수 없다고 주장하지만, 그 반응은 시원치 않은 편이다. 즉 그는 아르헨티나의 치안 문제와 마약 문제 등을 들고 나와 나름대로의 선거 운동에 열중이지만, 마끄리를 제치고 2등을 꿰차고자 하는 의도가, 국민들의 사표 방지 심리 투표가 어떤 형식으로 나타날 지가 관건이다.

대통령 선거에서는 물론 각종 선거에서 당과 후보자의 정책과 인물은 살피는 것이 일반 적인데, 아르헨티나 대선은 페론당이냐, 비페론당이냐 그리고 페론당의 주류냐 미주류냐가가 중요한 포인트다. 페론당이 아니면 안 된다는 믿음 같은 것이 국민의 머리에 남아있고, 정부 여당인 크리스티나에게 25% 정도의 고정 지지표가 뒷밭치고 있어서 야당의 의도대로 선거가 진행되지 않은 점이 많다.

물론 현재 침체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경제 발전 문제, 성장을 위해 발목이 잡혀있는 조건부 디폴트 해결 문제, 아우성 치고 있는 농업계의 어려운 현실 등이 선거에 영향을 주지만, 사실 중요 후보자들이 누구나 집권하여 정상적인 경제 성장을 이루기 위해 풀어야 할 당면한 과제는 환율을 죄고 있는 족쇄(CEPO)문제, 현재 디폴트 상태(Holdout)에서 벗어나 국제 금융시장에 진출해야 하는 과제, 미불 관리(Dolar), 인플레이션(inflación)과 재정 적자(déficit fiscal)문제 등의 해법이 대동소이하다.

좌파 성향의 현 정부와 중도 보수의 마끄리와 마사 후보와의 차이는 서민들을 위한 정부의 지원 여부인데, 마끄리 후보 마저도 서민들에 지급하는 보조금이나 가족 수당을 삭감하지 않겠다고 발표했다.

오히려 여당 진영 안에서 시올리 후보가 당선되면 외무부 장관의 물망에 오른 현 살타주 주지사인 후안 마누엘 우르뚜베이(Juan Manuel Urtubey)는 채권자들과의 조속한 해결을 주장하나, 크리스티나정부의 경제장관인 악셀키칠로프(Axel Kicillof)가 강력하게 반대를 하는 등 당내부의 갈등은 존재한다.

그러나 모든 후보들이 경제가 침체된 이 상태를 벗어나기 위하고, 실제로 시올리와 마끄리 진영에서는 헤지펀드(Buitres)와의 교섭을 위해서 현지로 대표단을 파견해서 협의를 타진을 한다는 보도다.

이번 선거에서 외채 문제, 인플레이션, 환율, 재정적자, 수출입 등 경제 관련 문제와 치안 문제, 마약 문제, 부정 부패 문제와 정부의 권위주의적 문제 등이 대두되지만, 최근에는 정치 공학적인 문제가 이 모든 정책들의 위에 놓인 듯하다. 이제 남은 10일에 천재지변 등 특별한 사건이 없을 경우에는 현재의 추세가 크게 변치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그렇다면 시올리가 행운을 잡을 경우에 본선에서 승리를 쟁취하거나, 여의치 못할 경우에도 마끄리나 마사 후보와의 1위를 가리는 결선투표(Balotage)가 11월 22일에 실시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현재 결승점을 향해 질주하는 마지막 시기에 2위를 차지하고자 하는 마끄리와 마사의 적전의 난타전이 격해 질 경우에 시올리가 어부지리를 얻을 가능성이 매우 크며, 2위를 쟁취하기 위한 싸움이 도가 넘을 경우에도, 결선 투표에서 상대방을 바로 아우를 수 있을지도 우려스러운 것이 정권 교체를 희망하는 쪽의 국민과 야당 진영의 고민이다.

필자소개
정치학 박사·존에프케네디 대학, 국립 라플라타 대학교 KF 객원 교수
아르헨티나 외신 기자협회 소속 기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서울특별시 송파구 올림픽로35가길 11(한신잠실코아오피스텔) 1214호
  • 대표전화 : 070-7803-5353 / 02-6160-5353
  • 팩스 : 070-4009-2903
  • 명칭 : 월드코리안신문(주)
  • 제호 : 월드코리안뉴스
  • 등록번호 : 서울특별시 다 10036
  • 등록일 : 2010-06-30
  • 발행일 : 2010-06-30
  • 발행·편집인 : 이종환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석호
  • 파인데일리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월드코리안뉴스. All rights reserved. mail to wk@worldkorean.net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