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우리가 남 이가?
{시론} 우리가 남 이가?
  • 논설위원실
  • 승인 2011.01.04 2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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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남(국가브랜드위원회 자문위원)

한국인에게 '우리'라는 말의 힘은 실로 대단하다. 민족의 독특한 의식체계를 가장 잘 보여주는 말이 ‘우리’라는 표현이다. ‘우리나라’와 ‘우리 집’, ‘우리 민족’ 등의 표현은 여타 민족, 나라에서 찾아보기 어렵다.

‘나의 집 가자’라고 말하는 한국인을 찾기는 매우 어렵다. 대부분 ‘우리 집 가자’고 한다. ‘우리 남편’, ‘우리 마누라’라는 말을 들으면 서양인들은 깜짝 놀랄 것이다. 서양인은 대부분 ‘나의(My)’라 한다. 중국은 ‘우리’를 지칭하는 한자가 아예 없다.

외국인들은 자기 와이프를 부를 때 ‘My wife’라고 하지만 한국에서는 주로 ‘우리 마누라’라고 한다. 문자 그대로 해석하면 나의 마누라도 되고, 너의 마누라도 되는 것이다. 마누라를 나와 너가 공유하는 셈이다. ‘마누라 공유(?)’ 마치 원시시대를 떠올릴지도 모르겠다. 이처럼 말이 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우리 마누라’라는 말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인다.

한편 어느 지역의 한 중견 정치인이 '우리가 남이가?'라는 말로 지역감정을 자극하여 표를 얻으려 한 적이 있다. 지금도 지역정서에 호소하는 전략이 먹혀들기는 마찬가지다. 이와 같은 ‘우리가 남이가’라는 말 앞에서는 이념도, 정당도 무의미해지고 만다.

이성과 논리와 계약 이런 것들이 이 말 앞에서는 의미를 잃고 만다. ‘우리’는 나와 너를 포함하는 1인칭 복수형이다. 한국은 한번 관계가 맺어지면 점성(끈적끈적함)이 매우 강하다.

한국은 예로부터 ‘함께’ 라는 공동체 의식이 유난히 강한 민족이었다. 이를 바로 보여주는 것이 ‘우리’라는 표현이다. ‘우리’라는 말은 어디서 유래되었을까? 돼지우리, 소우리와 같이 짐승울타리를 지칭할 때 쓰인다. ‘우리’는 ‘울타리’의 줄임말이다.

우리 엄마를 줄여서 ‘울엄마’라고 부르는 것을 보면 명확히 알 수 있다. 우리란 집단의 울타리로써 한국인들은 ‘우리’라는 집단의 울타리 속에 자아를 심어두는 데 익숙한 문화적 DNA를 가지고 있다. 우리 라는 집단 속에 자아를 소속시켜두는(가둬두는) 경향이 강하다.

사람의 마음은 꼭 논리적으로 옳은 것에만 움직이지 않는다. 특히 한국인이 그렇다. 한국인은 ‘옳다/그르다’를 판단하기보다는 ‘좋다/나쁘다(혹은 싫다)’를 평가하는 경향이 매우 강하다.

야권의 유력 대권후보로 거론되는 유시민은 동료로부터 ‘바른 말을 싸가지 없게’ 한다고 비난을 받은 바 있을 정도다. 말의 내용이 올바르냐 아니냐보다 말하는 형식이 얼마나 예의바르고 싸가지 있는지에 따라 호감도가 달라진다는 것이다.

이제 ‘우리’라는 한국 특유의 의식구조를 제대로 살펴보고 유용하게 활용할 방안을 생각할 필요가 있다.
한국의 정감성을 비합리적인 전근대성의 대표적인 것으로 깎아내리던 때도 있었다.

그러나 21세기 감성사회를 맞이하여 한국인의 ‘정’이 통하는 시대가 다가왔다. 무형의 시대, 마음을 읽는 마음은 형식화, 양식화되어 있지 않는다.

마음은 분명하게 구획지을 수 없다. 특히 페이스북, 트위터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가 주도하는 21세기 사회에서 ‘우리’라고 하는 관계성은 매우 중요한 경쟁력의 원천이 되고 있다.

또한 한국 기업 특유의 유대감과 관계 형성을 통한 신뢰 구축은 비즈니스에도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나와 너라는 이분법적 비즈니스 접근 방식보다 인간관계와 신뢰라는 가치가 전 세계시장에서도 통한다는 자신감과 전략이 필요한 것이다. 한국인의 장점을 극대화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우리’의식이 무조건 좋은 것만은 아니다. 우리라는 울타리 안에서는 이타심이 발휘되고 정을 발휘하는 반면에 우리라는 울타리를 벗어나면 이기심이 나타나고 이해관계가 첨예화된다.

다문화 사회에서 코스모폴리탄으로서 살아가기 위한 의식구조로 ‘우리’라는 의식에 대해서 좀 더 깊이 생각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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