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책] 한국 고추, 중국과 일본 어느 나라서 전래됐나?
[문화산책] 한국 고추, 중국과 일본 어느 나라서 전래됐나?
  • 현혜경<로하스한류문화연구소장>
  • 승인 2015.11.24 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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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혜경 로하스한류문화연구소장
“고추를 먹을 줄 아느냐”고 물었다가 최근 호된 망신을 당하고 있는 사람이 김재원 전북경찰청장이다. 그는 출입기자단과의 만찬에서 한 여기자한테 쌈을 싸주면서 “고추를 먹을 줄 아느냐”고 물었다가 호기롭게 선을 넘어버렸다.

그 여기자가 “그렇다”고 대답하자 “여자는 고추만 먹을 줄 아는 게 아니라, 잘 먹어야 한다”고 한 수 더 나아갔던 것. 그는 또 그 여기자가 거부하는데도 직접 싼 쌈을 입에 넣어주려는 과잉친절까지 보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고추는 한국은 물론 중국과 세계 각지에서 애용되고 있는 식품이다. 하지만 처음 한반도에 들어올 때는 독이 있는 식품으로 통했다고 한다. 고추의 원산지가 중남미라는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 이 고추가 동아시아로 전래된 것은 임진왜란 무렵이라는 게 정설이다.

이수광의 ‘지봉유설’(1614년)에는 “남만초(고추)는 큰 독이 있고 왜국(일본)에서 건너와서 왜겨자라고도 한다”면서, “최근 이를 기르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고 기록했다. 그는 고추가 일본으로부터 전래됐다는 기록을 처음 남긴 사람이다.

고추가 한반도에 전래되는 데도 스토리가 있다. 설득력 있는 것은 임진왜란 때 무기로 사용됐다는 주장이다. 조선을 침략한 왜군들이 최루탄 같은 화생방 무기로 고추를 썼다는 것이다. 상대방의 눈을 못 뜨게 만드는 생약 무기였다는 얘기다.

이 때문인지 민간에서는 일본이 조선 사람들의 머리를 나쁘게 하고 열을 쉽게 받도록 하기 위해 고추를 한국에 전파했다는 얘기도 널리 퍼져 있다. 하지만 정작 일본에서는 고추가 한반도에서 일본으로 전래됐다는 게 정설처럼 돼 있다. ‘화보’나 ‘대화본초’ 등의 저술에 “고추가 과거 일본에는 없었고, 조선정벌(임진왜란)때 한국의 종자를 가져와서 고려고추라고도 한다”고 적고 있기 때문이다.

고추를 일본어로 ‘도가라시’라고 하고 ‘당신자(唐辛子)’ 혹은 ‘당겨자(唐芥子)’로 표기하는 것도 이 설을 뒷받침한다. 중국에서 한반도를 거쳐 일본으로 왔다는 주장이다. 일본에서는 고추가 전래 초기에 식용이 아니라 관상용 및 양말에 넣어서 동상방지용으로 사용했다는 기록이 남아있다.

그럼 중국은 고추에 대해 어떤 전래설을 지지하고 있을까? 중국판 위키피디아인 ‘바이두’(www.baidu.com)에서는 고추가 명나라 말렵 육상 실크로드를 통해 신강 감숙 섬서지역으로 들어왔다는 설과 말레이해협을 통해 운남 광서 호남 등지로 퍼져갔다는 설을 소개하고 있다.

중국 기록에 고추가 처음 나타나는 것은 1591년으로, 청나라 건륭제때 귀주에서 식용으로 대량 사용되고 이어 운남 호남으로 퍼져갔다는 것이다. 지금 매운맛으로 유명한 사천에서는 특히 재배가 아주 늦어 용정제 때도 재배했다는 기록이 없고, 청말인 동치제(1856-1874) 때 들어서 ‘산과 들에 심기 시작했다’는 게 바이두의 소개다.

그렇게 보면 중국에서 고추를 많이 먹기 시작한 것도 임진왜란이 지나고도 한참 후인 셈이다. 고추는 중국어로는 라쟈오(辣草)라고 하며 전래 초기에는 남만호초, 혹은 번초(番椒)라고도 불렀다. 포르투갈 등 외국에서 들어온 호초(胡椒)라는 말이다. 한편 일본의 고쇼(胡椒)는 인도가 원산인 후추을 말하는 것으로, 우리의 고추와는 다른 종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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