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시평] 일본의 청년해외협력대 영화 Crossroads
[한일시평] 일본의 청년해외협력대 영화 Crossroads
  • 최영호(영산대학교 일본비즈니스학과 교수)
  • 승인 2015.11.24 12: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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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영호 영산대 교수
일본에서는 올해 청년해외협력대(Japan Overseas Cooperation Volunteers, JOCV) 창설 50주년을 맞는다. 이를 기념하여 협력대의 활동을 소재로 한 영화 ‘크로스로드, Crossroads'가 오는 11월 28일 전국적으로 개봉될 예정이다.

이 영화는 청년해외협력대 경험자들을 중심으로 하여 조직된 청년해외협력협회(JOCA)가 기획하고 제작한 것이다. 배급회사는 TOEI Agency. 지난 2013년에 시나리오를 모집하고 2014년 1월에 결정했으며 영화 제목도 공모에 부쳐 ’크로스로드‘로 결정했다.

제작진은 해외협력대 경험자로 구성됐다. Executive Producer 요시오카 이츠오(吉岡逸夫)는 1972년 에티오피아에 파견됐고 감독 스즈키 준이치(鈴木潤一)는 1985년 모로코에 파견되어 각각 영상분야에서 활동한 경험이 있다. 또한 각본을 담당한 후쿠마 마사히로(福間正浩)는 1990년 세네갈에 파견되어 시청각교육 분야에서 활동했다.

청년해외협력대 사업의 주관 기관인 JICA(일본국제협력기구)는 이 영화의 개봉을 앞두고 대대적인 홍보에 나서고 있다. 때마침 새로 선임된 JICA 이사장 기타오카 신이치(北岡伸一)는 최근 11월 17일 일왕이 참석한 가운데 해외청년협력대 결성 50주년 기념식을 성대하게 개최했다.

이 영화의 포스터에는 “자원봉사라니 위선이다”라는 협력대원의 푸념이 적혀있다. 이렇게 해외봉사를 부정적으로만 생각했던 협력단 참가자가 국내에 돌아와 봉사체험을 되살려 피해복구에 적극 나선다고 하는 내용이다.

따라서 JICA로서도 이 영화를 전 국민적인 볼거리로 적극 홍보하고 있는 것이다. 이 영화는 해외에서 쌓은 자원봉사 경험이 결국 경험자 자신에게 값진 재산이 된다고 하는 점을 현실적인 교훈으로서 잘 보여주고 있다. 싱어 송 라이터로 유명한 가수 나카지마 미유키(中島美雪)가 부르는 주제곡 ‘Head-light, Tail-light’도 감동적인 분위기를 북돋우고 있다.

이 영화의 공식 사이트는 대강의 스토리를 다음과 같이 소개하고 있다. 카메라맨 조수가 됐지만 뚜렷한 인생의 목표가 보이지 않는 나날을 보내고 있던 주인공 사와다는 자신의 성격을 바꾸고 성공적인 인생을 살아보겠다고 청년해외협력대에 지원한다. 그러나 그는 매사 주위에 문제를 일으키는 사람으로서 훈련소에서부터 협력대 시스템과 충돌하게 된다.

자신과는 달리 철저하게 봉사정신으로 무장한 하무라(羽村)와 대립하기도 하고 협력대의 규칙을 어겨서 훈련 담당자로부터 꾸지람을 듣기도 한다. 2005년 두 사람이 함께 필리핀에 파견되어 일하게 되지만, 하무라가 시골에서 미꾸라지 양식 지도에 적극 나서는 반면, 사와다는 상대적으로 편한 관광성에서 일하면서도 불만이 가득한 나날을 보낸다.

사와다는 어느 날 야심적인 사진을 찍으려고 바기오(Baguio) 거리에 나섰다가 현지의 소년(노엘)과 소녀(안젤라) 남매를 운명적으로 만나게 된다. 그들이 처한 빈궁한 생활환경에 대해 안타까움을 느끼면서도 자신이 어떻게 할 수 없다고 하는 현실의 무게를 안고 그는 일본으로 돌아간다. 그러나 그는 동일본대지진 회복을 위한 국내 자원봉사 활동에서 자신이 필리핀에서 경험한 것을 되살리며 일본인 피해자들에 대한 따뜻한 손길을 보낸다.

세계적으로 해외봉사활동이 조직적으로 이루어진 것은 일반적으로 1920년대부터이다. 프랑스 베르뎅(Verdun) 부근의 마을 재건을 위해 각국에서 파견된 자원봉사자들이 ‘Service Civil International'이라고 하는 조직을 결성했는데 이것이 조직적인 국제자원봉사활동의 효시로 꼽히고 있다.

정부기구가 주도하고 국가의 지원 아래 해외봉사가 이루어지는 것은 전후에 들어서 미국이 1961년부터 평화봉사단(Peace Corps)을 시작하면서부터이다. 그 뒤를 이어 일본이 1965년에 해외협력대원을 파견하기 시작했다.

한국은 1990년에 한국국제협력단(KOICA) 주관으로 해외봉사단(KOV) 파견 사업을 시작했다. 오늘날 독일, 벨기에, 룩셈부르크 등도 정부기관에서 주도적으로 해외봉사단을 파견하고 있다. 반면에 영국, 캐나다, 프랑스, 호주 등은 국가가 직접 개입하지 않고 NGO나 별도의 민간기구를 통해서 간접적으로 봉사단원을 파견하고 있다.

해외봉사의 유형은 기간별로 혹은 기능별로 다양하다. 공통적으로 지적할 수 있는 것은 협력단 대원이 자원봉사자로 파견되기 때문에 정부 파견 공무원과는 재정적인 보상에서 현실적으로 열악한 대우를 받는다는 점이다.

일본의 경우 정부 차원의 개발원조(ODA)의 일환으로 1965년 12월에 처음으로 협력대원 5명을 라오스에 파견했다. ‘크로스로브’의 배경이 되고 있는 필리핀에는 1966년 2월에 일본인 12명을 처음으로 파견했고 2014년 말까지 총 1,561명이 파견됐다.

처음에는 해외기술협력사업단이 이 사업을 주관했으나 1971년부터 JICA의 전신인 국제협력사업단이 이를 담당했다. 20세에서 39세까지의 청년들에 의한 봉사활동과 함께 1990년부터는 40세에서 69세까지의 장년층이 참여하는 ‘시니어협력전문가’ 사업을 운영하기 시작했고 이것은 1996년부터 ‘시니어해외자원봉사’ 사업으로 명칭을 바꿨다.

또한 1996년에는 중남미 거주 일본인 사회를 주된 대상으로 하여 해외일본인사회 청년 자원봉사, 그리고 관련 시니어 자원봉사 사업을 시작했다.

지난 2000년에는 일본인 청년해외협력봉사대 참여자 수가 총 누계 2만 명을 넘었으며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총 88개 국가에 총 40,428명이 파견되어 활동했다. 시니어 봉사대까지 합치면 이제까지 총 48,000명 정도가 해외에 파견됐다.

JICA가 공표하고 있는 ‘파견실적’ 통계를 보면, 오늘날에도 청년봉사대원 총 2,148명(남 924명, 여 1,224명)이 해외에서 활동 중인 것으로 나타나 있다. 이제까지 일본인이 가장 많이 파견된 국가는 아프리카의 말라위(1,688명), 그 다음이 필리핀(1,577명), 케냐(1,570명), 탄자니아(1,529명) 순이다. 청년해외협력대원의 경우 한 해에 두 차례에 걸쳐 JICA가 공모하며 보통 2년간 해외에서 봉사활동을 담당한다. 협력대원이 되기 위해서는 나가노현(長野縣)이나 후쿠시마현(福島縣)에 있는 JICA훈련소에서 70일간 정도 훈련을 받아야 한다.

영화 ‘크로스로드’에 소개된 바와 같이 미꾸라지 양식은 일본인의 필리핀 봉사 가운데 대표적인 성공 사례로 꼽히고 있다. ‘크로스로드’의 Executive Producer 요시오카는 2014년 2월 14일자 주니치신문(中日新聞)에 필리핀 마요야오(Mayoyao) 지역의 해외봉사활동 취재 결과를 기고한 적이 있다.

마요야오는 유네스코에 자연유산으로 등재된 필리핀의 계단식 벼 경작지가 있는 곳 중에 한 지역이기도 하다. 그는 해외봉사활동을 확인하기 위해 마닐라에서 버스로 10시간 이상을 달려 이곳을 방문했다고 한다.

그는 청년협력대원 와타나베 주리(渡邊樹里) 씨가 이곳에 파견되어 현지 소수민족 주민에게 미꾸라지 양식 방법을 지도하고 있는 것을 직접 확인했다. 2차 대전 때 일본군이 가져왔다고 하여 이곳에서는 미꾸라지가 ‘일본산 생선’이라고 불린다고 한다. 미꾸라지가 이곳에서는 식용 물고기로 고급 생선과 다를 바 없이 비싸게 팔리고 있다.

2차 대전 때 일본군은 마요야오 지역을 점령하기도 했고 미군과 이곳에서 접전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곳에는 반일(反日) 분위기가 거의 없으며 이것은 일본인 청년협력대원의 헌신적인 봉사활동에 힘입은 바 크다고 한다. 24세 때 필리핀에서 봉사활동을 시작한 와타나베(현재 27세)는 ‘크로스로드’ 개봉을 앞두고 올해 11월 6일 저녁 JICA에서 일반시민을 대상으로 하여 자신의 해외 체험을 이야기했다.

일본의 미꾸라지 양식 지도를 통한 해외봉사 활동은 앞으로 계속하여 해외봉사단 파견 사업을 확대해 가야 하는 한국에게 귀중한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한국정부의 개발원조 일환으로 추진되고 있는 해외봉사단 파견 사업은 오늘날 정부차원에서 실시되는 해외봉사 프로그램 가운데 가장 규모가 크다.

게다가 2년이라고 하는 장기간에 걸쳐 봉사활동이 지원되고 수행된다는 점에서 그 의의와 중요성이 높다. 현재 KOICA가 일반에 제공하고 있는 통계에 따르면 2011년 말 현재까지 총 61개국에 8,787명이 해외에 파견됐다고 되어 있다. 일반단원 6,450명, 협력요원 1,087명, 협력의사 192명, KOICA-NGO 1,058명 등이다. 2010년부터 2013년까지 KOICA가 사용한 예산 2조원 가운데 해외봉사단 예산으로 총 3,284억 원이 지출됐다.

해외봉사가 성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이 프로그램에 참가하는 청년들이 현지 주민들에게 헌신적인 자세를 보여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국내사회에 청년들의 봉사활동과 그 정신을 우대하는 문화가 일반화 되어야 한다. 이러한 문화에서 해외문화를 겸허하게 받아들이고 현지주민과 함께 동거동락 하겠다는 헌신적인 자세가 배양되는 것이다.

지난 2009년에 한영태 연구자는 성균관대 국가전략대학원에 제출한 석사논문 ‘해외자원봉사활동 발전방안에 관한 연구: KOICA 해외봉사단을 중심으로’에서 한국의 해외봉사단 파견 사업이 그동안 정부정책에 따라 규모가 급격히 확대됐지만 이에 따른 체계적인 시스템은 제대로 구축되지 못했다고 지적하고 있다.

또한 그는 앞으로 한국 해외봉사단이 해결해야 할 과제로서 다음과 같은 점을 들고 있다. (1) 봉사정신이 퇴색하고 있는 상황에서 해외봉사단 철학과 이념을 새롭게 정립해야 한다. (2) 수요 조사에서 사업 수행에 이르는 전 과정을 체계화해야 한다. (3) 사후 관리를 통해 봉사단원들의 활동경험을 한국 사회에 환원시켜야 한다. (4) 많은 국민들이 참가할 수 있도록 홍보를 다양화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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