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첩] 뉴욕총영사가 항의전화 하는 게 옳을까?
[수첩] 뉴욕총영사가 항의전화 하는 게 옳을까?
  • 이종환 기자
  • 승인 2015.12.08 05: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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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종환 월드코리안신문 발행인

뉴욕총영사가 박근혜 정부 비판 기사를 보도한 뉴욕 발행 주간지 ‘더네이션’지에 수차례 항의했다는 내용의 뉴스를 접한 것은 마침 LA를 방문했을 때였다.

이 뉴스를 전한 경향신문은 “뉴욕총영사가 이 주간지에 수차례 항의전화를 했다”면서 담당기자가 트위트에 올린 내용도 소개했다.

뉴욕총영사가 항의했다는 보도는 ‘독재자의 딸이 노동자를 탄압하다’(In South Korea, a Dictator’s Daughter Cracks Down on Labor)라는 제목으로 실린 더내이션의 12월2일자 기사다.

뉴욕총영사관은 “서구국가들이 100년여 간 걸린 것을 한국이 40년 만에 성취하는 과정에서 문제가 없을 수 없다는 내용을 전하고자 했던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 기사를 쓴 기자는 “보도가 나간 직후 뉴욕 총영사가 편집장에게 수 차례 항의 전화를 했다”면서 “기사에 대해 박근혜 정부가 언성을 높이며 항의했다는 소식을 편집장에게 전해 들었다. 한 통이 아니라 여러 통의 전화를 걸어왔다. 직접 만나서 논의하자는 내용의 메일도 보내왔다”고 자신의 페이스북에 항의사실을 공개했다.

그는 또 “기사 내용 사실 관계에 오류가 있다는 지적 없이 막연하게 ‘한국이 지난 40년간 이룬 굉장한 발전’ 어쩌고 하는 말만 늘어놨다”면서 “이 기사를 신속하게 한국어로 번역해서 널리 퍼뜨린 네티즌들이 고맙다. 아마 오바마 대통령도 귀를 기울일지 모르겠다”고 꼬집었다.

‘더네이션’은 뉴욕에서 발행되는 주간지다. 뉴욕타임즈처럼 영향력 있는 일간지도 아니고, ‘타임’지와 같은 유명 주간지도 아니다. 과문한 탓도 있지만, 기자도 보도를 접한 후 더네이션을 검색해 비로소 뉴욕에서 발행되는 주간지인 것을 알았을 정도다. 뉴욕의 주간지이다 보니 뉴욕총영사관이 이 기사에 눈을 돌렸고, 나아가 총영사가 편집실에 연락까지 한 게 아닌가 싶다.

과연 총영사가 이 같은 일을 하는 게 옳을까? 굳이 따지자면 총영사관은 국익을 위해 일하는 기관이라는 점에서 못할 것도 없다는 생각은 든다. 하지만 항의사실이 밖으로 흘러나와서 논란만 더 불러일으켜서는 ‘긁어 부스럼'이라는 느낌이다. 안 한 것보다 못하다는 것이다.

사실 시중의 언론 보도에 대해 정부가 일일이 반박하고 것은 실효성이 높지 않다. 지난해 일본 산케이신문의 보도에 대한 청와대의 대응도 그 한 사례다. 세월호 사건 때 박대통령이 뭐했냐는 식으로 황색성 보도를 한 것을 두고 청와대가 검찰에 고발해 법원으로까지 치달은 사건이다. 청와대의 고발로 인해 산케이신문 보도는 일본에서 더 화제가 됐고, 지금은 한일관계 개선의 걸림돌이 돼 있다.

얼마전 기자가 일본을 방문했을 때 민단의 한 고위관계자는 “일본 아베 정부가 올해 안으로 위안부문제를 매듭짓고 한일관계의 경색을 풀고자 하는데, 산케이신문 건이 걸려서 어려워하고 있다”고 밝혔다. 재판에서 유죄로 확정되면 일본 우익들이 들고 일어날 것은 기정사실이고, 한국에 대한 여론이 다시 악화돼 위안부 문제 해결도 다시 어려워진다는 것이다.

중구난방(衆口難防)이라는 사자성어가 있다. 많은 사람의 입을 다 막기 어렵다는 말이다. 세상에는 다양한 시각이 있고 다양한 얘기가 가능하다. 내가 옳다고 해서 모두 다 그렇게 봐주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그게 사회의 다양성이다.그런 가운데서도 합리적인 의견이 다수를 차지하는 사회가 건강한 사회다. 획일적이지 않고 또 선동도 통하지 않는다. 그게 전체주의 아닌, 민주적인 사회다.

덧붙여, 언론은 정부보다는 독자들의 의견에 더 민감하다. 더네이션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뉴욕 총영사가 항의하는 것보다는 독자들이 항의하는 게 더 영향력이 있다는 얘기다. 미국에는 250만명의 한인들이 살고 있다. 더네이션의 보도가 현저히 잘못됐으면 이들이 나서서 항의할 수 있다. 뉴욕한인사회가 총영사를 대신해 항의할 수 있다는 말이다. 현지 한인사회를 대표하는 뉴욕 한인회가 분열돼 서로 소모전만 치를 뿐, 더네이션의 보도 같은 것에 관심을 갖지 못하는 게 안타까울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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