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대한민국-101] 추임새와 메기고 받는 소리
[아! 대한민국-101] 추임새와 메기고 받는 소리
  • 김정남<본지 고문>
  • 승인 2016.01.09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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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정남(본지 고문, 전 청와대 사회교육문화수석)

한국의 전통음악은 그 교감하는 방식이 독특하다. 서양의 고전음악은 청중이 정숙하기를 요구한다. 객석은 숨을 죽인 상태에서 무대 위의 소리만이 공간 속에 흐른다. 연주 끝에 다만 박수가 있을 뿐이다. 록 페스티벌 같은 경우에도 무대 위의 음향이 압도적이어서 청중이 보내는 박수와 환호는 다만 들러리일 뿐이다.

그러나 판소리 공연장에 가면 소리도 소리지만, 청중 가운데서 터져나오는 추임새가 그날의 흥을 좌우한다. 물론 고수가 소리꾼의 동반자로서 쉴새 없이 추임새를 띄워주지만 그것만으로는 아무래도 부족하다.

제대로 흥이 나려면 객석의 반응이 뜨거워야 하고 그 열기는 추임새로 나타나야 한다. 객석에서 나오는 추임새가 보태지면 소리꾼은 흥이 나 더 열창하게 되고, 이는 다시 객석의 열기를 높여 더 뜨거운 추임새로 터져나온다. 이처럼 소리하는 사람과 청중이 함께 소리판을 이끌어가는 것이다.

추임새를 제때에 잘 넣는 것이 생각만큼 쉽지는 않다. 흥이 일어나는 대로 하라지만 추임새가 들어가기 마땅한 장단과 순간이 있고, 또 같은 “잘한다”라는 추임새라도 그 억양에 따라 노래를 맺어주기도 하고, 풀어주기도 한다.

적당하지 않은 순간에 맞지 않는 추임새를 넣다가 오히려 분위기를 어색하게 만들거나 흐름을 깰 수도 있다. 추임새는 그 자체가 리듬이고 가락이어서 음악의 한 부분을 이루기 때문이다. 이건용 교수에 따르면, 판소리에서처럼 청중이 참여하는 반응이 정교하고 그 음악 자체에 영향을 미치는 건 다른나라 문화에는 그 유례가 없다고 한다.

우리 전통음악에는 메기고 받는 소리라는 것도 있다. 예를 들어 “대나무에는 마디도 많고/ 쾌지나 칭칭나네/ 솔나무에는 굉이도 많다/ 쾌지나 칭칭나네 “를 놓고 보면 “쾌지나 칭칭나네”는 받는 소리이고 나머지는 메기는 소리다.

메기는 소리를 돌아가면서 하기도 하지만 즉흥적으로 가락에 맟춰 흥겹고 재미난 메김을 만들어 부르기도 한다. 역시 메김은 소리 잘하는 리더가 부르고 받는 소리는 모두가 함께 하는 것이 제격이다. 힘든 농사일이 많았던 옛 시절, 노래 잘하는 리더가 구성지게, 또 맛깔나게 소리를 메기면 일을 하는 모두가 한결 힘이 덜 들었다.

이 교수에 의하면, 메기고 받는 노래 형식은 우리나라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아시아, 아프리카를 비롯한 세계음악에서 노동요와 축제의 노래 등을 공동체가 같이 부를 때 나타난다는 것이다. 서양에서도 많이 불려, 그 자취가 후렴구 있는 노래로 남아있다는 것이다. 즉 후렴구는 각 절의 ‘메김’에 대한 ‘받음’인 것이다.

우리나라의 민요에서는 메기고 받는 노래가 아닌 것이 없을 정도로 이런 형식이 많다. 아리랑에서 “나를 버리고 가시는 님은 십리도 못 가서 발병 난다” 또는 “청천하늘엔 잔 별도 많고 우리네 가슴엔 근심도 많다”하면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아리랑 고개로 넘어간다”고 받는다. 이 때 앞의 것은 메김이 되고 뒤의 것은 받는 소리가 되는 것이다.

아쉽게도 이제는 노동할 때의 노래와 놀이가 사려져 메김소리 잘하는 이가 귀하지만, 공동체 전체에 신명을 불러 일으켜 시름을 풀어주고 새로운 의욕을 일으키는 신명의 노래가 우리 민족의 노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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