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에 미친 한국 청년들, 본고장 과테말라에 카페를 내다
커피에 미친 한국 청년들, 본고장 과테말라에 카페를 내다
  • 노영진 기자
  • 승인 2016.01.11 18: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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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카페 로코 과테말라’ 김진영 대표와 청년 바리스타들의 해외진출, 그 커피향 꿈과 도전
▲ 사진 왼쪽부터 카페 로코 수퍼바이저 이현정(25),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김하림(22), 대표 김진영(29), 로스터 전부다(28), 바리스타 배상준(24)씨 [사진제공=카페 로코]

중미의 작지만 아름다운 나라 과테말라. 절경을 자랑하는 아띠뜰란(Atitlan) 호수 입구에 위치한 빠나하첼(Panajachel)에 가면 우리 한글로 쓰인 간판이 눈길을 사로잡는 커피전문점과 마주치게 된다.

빠나하첼의 현지인들과 외국인 관광객들에게 명소로 이름 난 그 카페의 이름은 ‘카페 로코(Cafe Loco)’다. 현재 한국은 일자리를 찾지 못하는 청년들의 한숨이 가득한데, 거기에는 '탈(脫)조선'한 용기 있는 다섯 청년 바리스타들이 자리잡고 있다.

“왜 과테말라까지 와서 커피숍을 하느냐? 제 답변은 ‘커피에 미쳐서, 그리고 이 곳에 커피가 있어서’입니다. 그래서 커피점 이름이 ‘카페 로코(Cafe Loco)’에요.”

스페인어로 ‘카페(cafe)’는 커피, ‘로코(Loco)’는 ‘미쳤다’는 뜻이다. “왜 여기 과테말라에 왔냐”는 현지인들의 질문에 “커피 때문에 여기까지 왔다”고 대답하면 현지인들이 “로코(loco), 로코(loco)”라고 반응했다는 게 '카페로코 과테말라' 주인장 김진영(29) 대표의 설명. 그 '로코'라는 어감과 '미쳤다'는 뜻이 좋아서 그대로 커피전문점 이름이 됐다.

“저희의 커피훈은 ‘누구에게나 평등한 커피를 만들자’입니다. 과테말라 서민들은 레스토랑이나 커피숍에 가면 제대로 된 대우를 받지 못해요. 저희는 부자든 가난한 자든 적은 돈으로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커피를 만들고 싶었습니다.”

▲ 2015년 과테말라 최고의 명절 세마나 산타(Semana Santa) 연휴 축제 기간 내내 과테말라 각지에서 온 현지인들과 외국인 관광객들로 카페 로코 가게 안과 밖이 입추의 여지 없이 가득찼다.  

이메일로 이뤄진 인터뷰에서, 김 대표는 카페 로코 오픈 초장기에 스페인어가 부족해 실수도 있었고, 현지인들의 차별과 질시를 경험했다고 한다. 하지만 현지인들이 따뜻한 도움의 손길과 배려를 해준 경우가 더 많았다고 했다. 김 대표는 “월요일에 로스팅이 제대로 되지 않으면 아예 가게 문을 열지 않는 등 까다로운 품질 관리를 했고, 누구에게나 좋은 커피를 제공하고자 열심인 우리 모습에 어느새 현지인과 마야 부족민이 고객의 90%를 이루게 됐다”고 밝혔다.

카페 로코는 2015년 트립어드바이저(Trip advisor) 과테말라 베스트 업체 중 하나로 선정됐고 빠나하첼 요식업계 다수 리뷰에서 1위부터 상위를 차지한다. 뉴욕매거진 과테말라편과 한국 커피잡지 '커피앤티'에도 보도됐다.

지금 3년째 과테말라에 살고 있는 김진영 대표는 불과 수년 전 한국에서는 한 프랜차이즈 커피숍의 과장이었다. 대학을 가지 않았기에 더 열심히 일해야 한다는 마음으로 또래들보다 어린 나이에 프랜차이즈 커피숍의 파트 타이머부터 시작한 커피 일이 벌써 10년. 이제는 몸에 밴 커피향처럼 커피가 인생의 전부가 돼버렸다.

김 대표는 “사실 5년간 다니던 회사를 그만둔 결정은 그동안 열심히 일한 자신에게 작은 상을 주기 위해서”였다고 밝혔다. 2주일간의 준비 뒤 쿠바를 시작으로 자메이카, 멕시코, 과테말라, 온두라스, 엘살바도르, 니카라과, 코스타리카를 거쳐 파나마까지 1년 넘게 중남미 커피 여행을 떠났다.

“뻔한 관광지는 가지 않았습니다. 중남미의 나라들을 더 여유를 가지고 보고 싶었습니다. 멕시코는 너무 컸고, 이미 모든 게 갖춰져 보였습니다. 그리고 작지만 다 갖춘 과테말라의 코리아타운을 발견했습니다. 하지만 처음에는 과테말라에서 커피로 무엇을 해야 할까 알 수가 없었습니다.”

▲ 카페 로코가 주최한 커피 원두 경연 대회 '따사데시엘로(Taza de Cielo)' 수상자 페데리코 에르난데스(왼쪽)
 

김진영 대표는 유명한 커피 원산지인 과테말라지만 커피전문점이 많지 않고, 더운 나라임에도 아이스커피 문화도 정착되지 않은 걸 알게 됐다. 이에 과테말라의 관광명소인 아띠뜰란(Atitlan) 호수가 있는 빠나하첼(Panajachel)에 커피점을 열기로 결정했다.

“사실 처음에는 과테말라의 유명 관광도시인 안티구아(Antigua)에 커피숍을 해보자는 생각이었습니다. 하지만 유네스코 지정 도시인 그 곳은 간판, 건물 색상, 건축 허가 등 엄격한 법안의 제약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과테말라 현지인들과 마야 원주민들, 외국인들이 섞여 있고, 체게바라가 와서 보고 혁명을 포기하고 싶었다고 하던 바로 이 곳, 아띠뜰란 호수 마을 빠나하첼로 온 거죠.”

김진영 대표의 커피향 꿈에 꿈이 없다던 배상준(24)씨가 합류했다. 당시 21살로 단 한번이라도 무언가를 열심히 해보고 싶었다는 배씨는 김 대표와 의기투합해 카페 로코를 열고 페인트칠을 직접 하며 가게를 꾸몄다. 지금은 카페 로코의 메인 배리스타인 상준 씨는 지난해 미국 새크라멘토에서 열린 라떼 아트 대회 ‘스피릿(SPIRIT)’에서 3위로 입상한 실력파다. 그는 올해 2월에 열리는 과테말라 내셔널 바리스타 챔피언십 입상을 목적으로 맹연습 중이다.

또 다른 멤버인 커피 로스터 전부다(28)씨는 군대를 제대하고 한국에서 2년 반 정도 커피 일을 하다가 멕시코부터 시작해 과테말라, 콜롬비아, 페루까지 커피 산지와 농장을 찾아가보는 커피 여행을 실행에 옮겼다. 그러다 카페 로코의 김진영 대표와 배상준씨를 만나 함께 로스팅을 하며 커피 이야기를 나누게 된다. 전 씨 그 이후 볼리비아까지 내려갔다가 카페 로코를 잊지 못해 다시 과테말라로 돌아와 카페 로코에 합류했다. 그는 “여기서 일하며 한국에서 일할 때는 느껴보지 못했던 만족감과 행복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총무 겸 바리스타인 이현정(25)씨는 카페 로코에서 일하기 전에는 한국의 평범한 대학생이자 취업준비생이었다. 목적 없이 대학교에 진학해서 2년을 지내다 인생 첫 배낭여행지였던 쿠바에서 김진영 대표를 만난 게 인연이 돼 대학 졸업 뒤 일하던 여행사를 그만두고 과테말라로 왕복 비행기표를 들고 왔다. 카페 로코서 일하던 이씨는 결국 한국으로 돌아가는 비행기표를 포기하고 이 곳 멤버가 됐다.

카페 로코에 가장 마지막으로 합류한 김하림(22)씨는 한국 공장에서 하루 12시간씩 일해 번 돈으로 더 넓은 세상을 경험하고 싶어 해외여행을 떠났다. 그러다 우연히 여행길에서 만난 사람에게 과테말라 빠나하첼에 멋진 청년들이 카페를 하고 있다는 말을 듣고 다짜고짜 카페 로코를 찾아와 일하게 됐다.

원두 커피 회사인 '저스티스 커피(Justice Coffee)' 운영자이기도 한 김진영 대표가 밝히는 성공 비결은 '진심어린 현지화'다.

"저희가 스페인어를 공부하며 배운 것은 그저 단어 하나가 아니라 이들의 문화 자체를 이해하는 것이었습니다. 사실 이편이 현지 사회를 더 빠르고 쉽게 친숙하게 배우는 길입니다."

김 대표는 시간이 지날수록 과테말라의 대가족 문화, 아이가 장난을 쳐도 여유있게 함께 장난을 받아주는 어른들의 유머, 많이 가지지 못해도 저녁상에 도란도란 모여 동네를 둘러싼 모든 이야기와 소문들을 나누는 현지 문화를 더 이해하게 됐다고 한다.

사실 카페 로코는 빠나하첼 현지인들의 저녁 식탁과 일상 대화에서 입소문을 타며 알려지게 됐으며, 그들이 다시 외지에서 온 과테말라 사람이나 외국인들에게 자연스럽게 추천해주는 곳이 됐다.

"미 까사 에스 수 까사(Mi casa es su casa)." 스페인어로 '나의 집은 당신의 집입니다'라는 뜻이다. 김 대표는 이 관용적인 스페인어 표현처럼 빠나하첼 사람들에게 계약서가 아닌 진짜 '친구(amigo)'가 됨으로써 더 많은 것을 배우고 얻을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사실 우리는 이 작은 나라에서도 시골 같은 작은 곳에 살고 있지만 충분히 만족하고 감사합니다. 커피업에 종사하다가 아예 커피 산지로 와 커피와 원두 사업으로 정착한 우리들 얘기를 의미있다며 들어주는 사람들도 많아졌네요."

한국을 떠나 지구 반대편에서 살고 있는 이들이지만 절대 한국을 잊지 못한다. 그들은 이 곳에서 한국 문화 전도사가 됐다. 카페 간판도 스페인어와 함께 한국어로 만들고 로스팅 원두 이름도 ‘Bom Nal(봄날)’, ‘Jaja(자자)’와 같이 외국인들도 쉽게 기억할 수 있는 한글을 사용한다.

음료 메뉴에 유자차, 미숫가루, 디저트 떡, 꽈배기 등 현지에 적중할 만한 아이템들을 시험하고 판매한다. 바리스타 대회 및 각 대외행사에서도 늘 태극기와 과테말라 국기가 함께 있는 카페 로코만의 유니폼을 입고 나간다.

"적어도 저희는 하루에 1mm라도 앞으로 걷고 있습니다. 한국의 젊은이들이 현재 힘든 국내 실정에 멈춰 있지 말고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지금 젊음의 시기, 바로 그 기회를 붙잡고 각자의 길을 찾아 자신 있게 떠나보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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