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책] 나무젓가락에도 국적과 문화가 있다?
[문화산책] 나무젓가락에도 국적과 문화가 있다?
  • 현혜경 로하스한류문화연구소장
  • 승인 2016.01.17 18: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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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항공의 나무젓가락 너무 길고 굵어...국적기답게 '문화' 신경써야
▲ 현혜경 소장

“젓가락이 왜 이렇게 길지?” 얼마전 대한항공에서 기내식을 받으면서 의아한 생각이 들었다. 젓가락이 너무 길고 굵어서 어색하기 짝이 없었기 때문이다.

가끔 대한항공을 이용하지만, 나무 젓가락이 서비스되는 것을 본 것은 처음이었다. 대한항공은 기내식 서비스 때 통상 금속제 스푼과 포크, 나이프 세트를 내놓는다.

그날도 마찬가지였다. 깔끔한 스텐레스 스푼 포크 세트를 내놓고 그에 더해 나무 젓가락을 내놓았던 것이다. 두쪽으로 쪼개서 쓰는 나무 젓가락이었다.

그날 기내식이 특별히 젓가락을 써야 할 만한 것은 아니었다. 송이소스 돼지고기에 밥을 더한 도시락이었다. 여기에 구운 김과 고춧가루를 친 무채, 그리고 스트로베리향 초콜릿이 반찬과 후식이었다.

당초 이코노미석에 앉아 가면서 기내 도시락에 대한 국적 타령은 생각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나무 젓가락이 너무 길어 좀 얘기해야 될 것같다. 대한항공이 젓가락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듯해서다.

통계로 보면 식사때 젓가락을 쓰는 사람은 세계 인구의 3분의 1에 이른다. 그리고 나이프와 포크를 쓰는 사람이 30%, 나머지 40%는 손을 사용하고 있다. 이는 음식 종류와 조리법의 차이 때문으로, 찰기 있는 쌀이나 면을 주식으로 하는 곳에서는 젓가락, 찍거나 얹어서 먹는 음식일 경우에는 포크가 발전했다고 한다.

젓가락은 한국, 중국, 일본, 베트남, 태국, 캄보디아, 라오스 등에서 일상적으로 사용하고 있다.하지만 젓가락에도 차이가 있다. 중국은 여럿이 모여 먹는 식탁문화여서 젓가락이 길고 끝이 뭉툭한 편이다. 반면 일본은 짧고 뾰족해 생선 가시를 발라내기에 적격이다.

한국은 중국과 일본의 중간 정도이지만, 이들 나라들과는 달리 숟가락도 함께 사용한다. 또 한국은 숟가락 젓가락 모두 금속제를 선호한다는 것도 특징이다.

왜 한국이 금속제 수저를 사용하는지는 금속 제련기술과 관련이 깊다는 게 정설이다. 금속제 수저는 인체에 유해한 중금속을 함유하기 마련인데, 한반도에서는 높은 제련기술로 해롭지 않은 수저를 만들어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중국은 남북조시대에 청동기 수저를 쓰기도 했으나 중금속이 많고 또 음식도 기름기가 많은 방향으로 나아가 나무 젓가락을 사용하는 쪽으로 발전했다고 한다. 중국에서는 나무 젓가락을‘콰이즈(筷子)’라고 부르며, 어원으로 봐서는 대나무라야 하지만, 최근에는 동북지역 원시림의 자작나무로 많이 만들고 있다.

일본은 삼국지 위지 왜인전에 '음식은 목기에 담아 손으로 먹는다'고 기록하고 있어, 초기에는 젓가락을 사용하지 않은 것같다. 그러다 두 가락을 일습으로 한 당젓가락(唐箸)이 전래된 것은 5세기에서 6세기 때로, 불교와 함께 백제에서 넘어간 것으로 알려져 있다.

마침 지난해 11월 충북 청주에서 ‘젓가락 페스티벌’이 열렸다. '젓가락'을 주제로 전시, 학술, 경연, 공연이 망라된 최초의 국제행사였다. 이 페스티벌에서는 무녕왕릉에서 출토된 청동제 수저와 청주에서 발굴된 젓가락, 일본의 고대 젓가락, 중국에서 발굴된 젓가락이 전시돼 동양 3국의 젓가락 문화를 알 수 있게 했다.

앞으로 대한항공에 젓가락이 자주 실리게 된다면, 적어도 우리나라 수저 문화의 깊이를 담아서 내놓는 게 바람직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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