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는 건강한가?
[칼럼]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는 건강한가?
  • 이종환 <월드코리안신문 발행인>
  • 승인 2016.03.21 17: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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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 아테네의 '소크라테스 감옥' 방문 후기
▲ 이종환 <월드코리안신문 발행인>

소크라테스는 왜 독배를 받았을까? 아테네는 왜 그에게 사형을 판결했으며, 그는 왜 감옥에서 달아나지 않고 기꺼이 죽음을 받아들였을까?

유럽총연 총회 참석차 그리스 아테네에 갔다가 ‘소크라테스의 감옥’이라는 곳을 둘러보면서 이런 의문이 머리를 스쳤다.

소크라테스가 갇혀 있었다는 감옥은 아네테 시가지가 내려다보이는 아크로폴리스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었다. 아크로폴리스를 찾았다가 내려오는 길에 소크라테스의 감옥을 들렀던 것이다.

소크라테스(BC 469-399)는 ‘너 자신을 알라’는 말로 유명한 그리스 철학자다. 제자인 플라톤, 그리고 플라톤의 제자인 아리스토텔레스와 함께 서양철학의 기초를 이루는 인물이다. 그는 문답법을 통한 깨달음, 무지에 대한 자각, 도덕적이고 금욕적인 삶을 중요시했으나 ‘아테네 사람들이 믿는 신을 믿지 않고, 젊은이들을 현혹시킨다’는 이유로 고발돼 재판에 회부됐다.

소크라테스에 대한 재판은 아테네 시민들이 배심원이 돼 극히 ‘민주적’인 방식으로 진행됐다. 그는 첫 재판에서 500명의 배심원으로부터 아주 적은 표차로 유죄 판결을 받았다.

하지만 그는 자신에 대한 유죄를 인정하려 하지 않았다. 오히려 유죄를 선고한 배심원들을 비난했다. 그 결과 그는 다시 받은 재판에서, 배심원들로부터 ‘괘씸죄’로 사형을 언도받고 만다.

사형 판결을 받고 감옥에 갇혔을 때 그는 달아날 수도 있었다고 한다. 제자들은 그가 외국으로 달아날 것을 권했으며, 감옥의 간수는 그가 달아날 수 있도록 문을 열어놓기도 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소크라테스는 감옥 문을 나서지 않고, 기꺼이 독배를 마셨다고 한다. ‘소크라테스의 변명’은 이 과정을 상세히 소개하고 있다.

소크라테스는 왜 독배를 받았을까? 그는 왜 살고자 하지 않았을까? ‘소크라테스의 변명’을 종합하면, 소크라테스는 힘이나 권력에 밀려서 자신의 주장을 굽히는 것을 허락하지 않았다. 그는 산다고 해서 다 삶이 아니라 선을 가진 삶, 도덕적 의지를 실천하면서 사는 삶을 추구했다. 그것을 삶의 가치로 여겼다. 그가 달아나지 않고 독배를 감수한 것은 그 때문이라는 것이다.

소크라테스가 살았던 아테네는 고대 민주주의가 꽃핀 도시국가였다. 성인 남자들은 투표권을 갖고 있었다. 그들은 흰 돌과 검은 돌로 의사표시를 해서 전쟁을 할 것인지 항복할 것인지도 결정했다. 범죄 혐의자에 대한 재판에도 배심원들이 대거 참여해 다수결로 형량을 결정했다고 한다.

소크라테스의 재판에는 500명의 배심원들이 참여했다. 또 소크라테스한테는 이들 배심원들에게 ‘변명’할 기회도 주어졌다. 그런 만큼, 일방적으로 진행되는 ‘인민재판’은 아니었던 것같다.

하지만 ‘아테네의 민주주의’는 ‘위대한 철학자’를 알아보지 못하고 그에게 사형을 선고했다. 이런 아테네식 민주주의의 위험성은 그의 제자인 플라톤에게 이상적인 정치로서 민주주의가 아닌 현인정치를 꿈꾸게 만들고, ‘국가론’의 탄생 배경이 된다.

지금 우리의 민주주의는 얼마나 건강한가? 대한민국의 민주정치도 혹 당시의 아네테처럼 정작 중요한 가치를 알아보지 못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20대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더욱 그런 느낌이 든다.  

▲ 소크라테스의 감옥 앞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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