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바둑 이야기(2)
[기고] 바둑 이야기(2)
  • 김창남<해외편집위원>
  • 승인 2016.03.28 14: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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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둑의 기원에 대해서는 여러가지 설이 많지만, 현재까지는 고대 중국에서 발명됐다는 설이 유력하다. 바둑의 유래에 대해서는 사실(史實)이 기록된 문헌도 드물다. 지금까지 가장 널리 알려진 것은, 고대 중국의 요(堯)·순(舜) 임금이 어리석은 아들 단주(丹朱)와 상균(商均)을 깨우치기 위해 만들었다는 설이다.

요순시대(堯舜時代)는 요임금과 순임금 때의 태평스런 시대를 일컫는 말이다. 중국에선 이 시대를 치세의 모범으로 삼았다. 순은 요와 함께 상고시대의 대표적인 성군(聖君)으로 손꼽히고 있다. 그래서 중국 문화권에서는 훌륭한 군주를 가리켜 요순과 같다고 찬양하는 표현이 널리 사용됐다. 하나라의 우왕, 은나라의 탕왕을 합쳐 요순우탕(堯舜禹湯)이라 부르기도 한다. 또 뛰어난 군주의 치세를 일컬어 요순시대(堯舜時代)라 부르기도 한다. 요순시대는 태평성대와 같은 의미의 관용 표현이기도 하다.

 ‘사기’(史記)와 여러 역사서의 기록에 따르면, 요는 20살에 왕위에 올라 덕으로 나라를 다스렸다. 요의 치세에는 가족들이 화합하고 백관의 직분이 공명정대해 모든 제후국들이 화목했다고 한다. 요가 왕위에 오른 지 70년 가까이 지난 뒤 요는 신하들에게 후계자를 찾아 추천할 것을 명했다. 신하들은 전욱 고양의 후손이자, 효성이 지극한 순을 추천했다. 요는 순에게 두 딸을 시집보내고 여러가지 일을 맡겨 순의 사람됨과 능력을 시험하였으며, 3년 뒤 순을 등용해 천하의 일을 맡겼다. 20년이 지나자 요는 순을 섭정으로 삼고 은거해 8년 뒤 세상을 떠났다. 일부 사서에는 순이 쿠데타를 일으켜 요를 폐위 감금했다는 기록도 있다.

중국의 고전 ‘박물지’(博物誌)에 실린 ‘요조위기 단주선지’(堯造圍棋 丹朱善之)라는 문구를 보면, 기원전 2300년 전 요왕이 아들을 위해 바둑을 발명했다는 추정이 가능하다. 그런가 하면 ‘설문’(說文)에는 기원전 2200년께 순왕이 우매한 아들에게 바둑을 만들어 가르쳤다고 적고 있으며, ‘중흥서’(中興書)에도 ‘요순이교우자야’(堯舜以敎愚子也)'라는 글이 전해지고 있다.

그러나 이렇듯 내용 자체가 다분히 전설적인데다 구체적이지 못하다. 또 요순 시절의 기록이 명확하지 못하고 단편적 기록과 구전을 근거로 구성된 이야기들이기 때문에 사실적 근거가 확실하다고 보기는 어렵다. ‘어리석은 아들’이라면 바둑을 배우는 것 자체가 쉽지 않았을 것이라는 모순성도 내포하고 있기 때문이다.

농경사회였던 고대에는 별들의 움직임을 관측하는 일이 매우 중요했을 것이다. 이런 필요성에 따라 우주와 천체의 움직임을 관측하고 연구하는 도구로서 바둑이 발명되었다는 설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고대문명의 발상지이기도 한 황하 유역에는 해마다 홍수가 범람해 선사시대부터 자연스럽게 천문학이 발달할 수밖에 없었는데, 당시 하늘의 별자리를 표시하던 도구가 발전돼 오늘날의 바둑이 됐다는 설이 과학적인 설득력을 얻고 있다.

현대바둑의 틀과 수준을 진일보시켜 ‘영원한 기성’(棋聖)으로 불리는 중국 우 칭위엔(吳淸源) 9단은 바둑의 유래에 대해 “요왕이 아들 단주에게 놀이도구로써가 아니라 천문을 연구하는 도구로써 바둑을 가르쳐줬을 것”이라며 앞의 두가지 설을 연결시킨 추론을 편 바 있다. 곧, 역학(易學)이나 제례(祭禮)에 관한 교양을 터득하라는 뜻에서 바둑을 가르쳤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삼국시대 고구려의 승려 도림(道林)이 백제의 개로왕과 바둑을 뒀다는 이야기가 ‘삼국유사’에 전해지고 있다. 그리고 백제문화가 일본에 전파될 때 바둑도 함께 건너간 것으로 추측된다. 일각에서는 기자조선(箕子朝鮮) 때부터 바둑이 두어졌다는 설도 있지만, 사실적 근거는 불확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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