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얇게 만든 대한민국 여권 두껍게는 못 만들까?
[기자수첩] 얇게 만든 대한민국 여권 두껍게는 못 만들까?
  • 이석호 기자
  • 승인 2016.03.31 11: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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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석호 월드코리안신문 편집국장
해외여행을 할 때 여권이 필요 없는 영국인은 누굴까? ‘여권에 관한 재미있는 진실’이라는 블로그에 나온 퀴즈인데, 정답은 영국 여왕이다. 영국의 여권은 여왕의 허가로 발급되기 때문이란다.

이 블로그에 따르면, 교황은 언제나 바티칸 여권번호 1번을 부여받고, 세상에서 가장 위조하기 힘든 여권은 보안을 위한 89가지 표식을 갖고 있는 니카라과 여권이다. 여권 발급비용이 가장 많이 드는 나라는 터키(32만원)이며, 가장 저렴한 나라는 스와질란드(4,000원)다.

놀라운 점은 한국의 ‘여권 파워’가 지난해에 세계 2위를 기록했다는 것이다. 금융자문사인 아톤 캐피탈이 2015년 4월 전 세계 199개국을 대상으로 발표한 여권 지수(무비자나 현지 즉석 비자로 여행할 수 있는 국가수를 기준으로 한 지수)에 따르면, 세계 1위 여권은 미국과 영국이었고, 한국은 프랑스, 독일 등과 함께 2위 그룹에 속했다. 일본은 덴마크, 싱가포르, 핀란드, 네덜란드와 함께 한국보다 두 단계 아래인 4위 그룹이었다.

지난 3월1일 영국의 이민 및 시민권 취득 컨설팅 회사 헨리 앤 파트너스와 국제항공운송협회의 발표에서는 한국 여권이 6위를 차지했다. 2014년부터 2년간 3위를 차지했다가 등수가 3계단 떨어졌다지만 그래도 상위권이다. 172개국을 다닐 수 있다는 게 한국 여권의 가장 큰 힘이다. 여권에 있어 한국은 우등생이다.

이렇게 자랑스러운 우리나라의 여권이지만, 카타르에서 온 교민 이충원씨는 불만이 있다. “가끔 국외 여행을 하는 사람들은 모르겠지만, 중동 각국에서 비즈니스를 하는 우리들한테 한국 여권은 불편한 면이 있어요.” 3월30일 본지를 찾아온 그는 이렇게 말했다. 그는 카타르뿐만 아니라 UAE, 쿠웨이트, 사우디, 오만, 알제리, 이라크에서 케이터링(catering) 사업을 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48페이지 사증(비자)란이 있는 우리나라 여권이지만, 우리는 2년도 사용하지 못합니다.비즈니스 특성상 중동 각 지역을 다녀야하는데, 48페이지 사증란을 금세 다 써버리게 되기 때문입니다.” 비즈니스를 위해서는 어쩔 수 없이 각국의 비자를 받아야 하고 중동 지역 국가들은 출입국을 할 때 큰 도장을 찍어주기 때문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새 여권을 받으면, 각국 비자를 따로따로 다시 받아야 합니다. 이래저래 한달이 지나는데, 이 기간 동안에는 업무를 볼 수 없어요. 비즈니스가 마비돼 버리는 거지요.” 그에게는 2년마다 어김없이 찾아오는 홍역이라는 것이다.

▲ 카타르 교민 이충원씨가 보여준 파키스탄 여권.
그는 예전에 사진으로 찍어뒀던 파키스탄의 여권을 보여주기도 했다. 파키스탄은 비즈니스를 하는 자국 국민들을 위해서는 두툼한 여권을 따로 발급해 준다는 것이었다. 파키스탄 여권 사증란은 족히 100페이지는 돼 보였다. 우리나라는 왜 이런 여권을 만들주지 못하냐는 게 그의 불평이다.

우리 정부는 지난해 3월 사증란을 기존의 반으로 줄인 ‘알뜰여권’을 발급했다. 외교부는 당시 “우리 국민은 현재 116개 국가 또는 지역을 입국사증 없이 방문할 수 있다”며 그 이유를 설명했다. 무비자 국가가 늘어 48페이지 사증란이 필요 없는 사람도 많기에 알뜰여권을 발급한다는 것이다.

우리정부가 알뜰 여권을 만들 수 있다면, 사증란 페이지를 늘인 여권도 충분히 만들 수 있지 않을까? 해외동포들 중에는 이충원씨처럼 여러 국가를 다니며 비즈니스를 하는 사람도 많을 것이다. 그런 사람들을 배려해 사증란을 늘인 여권을 발행하면 맞춤형 서비스가 될 것 아닐까. 우리 정부는 지난해 48페이지를 24페이지로 줄인 알뜰여권을 만들면서 가격은 10년 여권 기준으로 겨우 3천원만 할인해 인색하다는 평을 듣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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