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관기] 신주쿠 헤이트스피치 시위...카톡으로 '주의요망' 비상연락
[방관기] 신주쿠 헤이트스피치 시위...카톡으로 '주의요망' 비상연락
  • 동경=이종환 기자
  • 승인 2016.03.31 1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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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년반 동안 1,152회 열려.. 일본 정부는 역지사지 해야
▲ 이종환 월드코리안신문 발행인

동경을 방문했을 때 마침 박재세 전 재일본한국인연합회장으로부터 카톡이 들어왔다. 3월26일 토요일과 27일 일요일 이틀간 신주쿠 일대에서 우익 시위가 있을 것이라는 내용이었다.

토요일은 신주쿠 카시와기공원에서 신주쿠대로를 거쳐 신주쿠공원에서 해산하는 것으로 오후 3시반에서 5시까지 100여명이 참여할 것으로 예상된다는 것이었고, 둘째날인 일요일 시위는 오후 1시40분부터 3시10분까지 카시와기공원에서 쇼쿠안거리를 거쳐 신주쿠7쵸메 교차로에서 해산하는데 150명이 참여할 것으로 보이니 주의가 요망된다는 내용이었다. 둘째날 시위대가 지나가기로 한 쇼쿠안거리는 한국 음식점과 미용실 등 한국 간판을 내건 상가들이 밀집해 있는 신주쿠의 코리아타운이다.

똑같은 내용의 카톡은 이어서 이옥순 재일본한국인연합회장으로부터도 전달돼 들어왔다. 아마 일본 내 한국인들 사이에서는 우익들의 헤이트스피치 시위 소식이 있으면 불상사가 없도록 카톡을 통해 정보를 공유하는 모양이었다. 카톡이 일본 우익시위에 대한 ‘비상연락망’ 역할을 한다고 할까?

시위가 예정된 곳으로 가본 것은 토요일이 아닌 일요일이었다. 토요일에는 동경민단 정기지방대회가 열려 김수길 단장 등 동경민단 3역의 연임을 결정한 선거가 있어서 자리를 비우지 못했다. 일요일은 기자가 서울로 귀국하는 날이었다. 하지만 오후 6시 나리타 공항에서의 귀국이어서 시위가 열린다는 신주쿠를 시위 예정시간에 가볼 수 있었던 것이다.

신주쿠 서쪽 대로에 들어섰을 때 먼저 눈에 띈 것은 일본 경찰들이었다. 큰 길가로 경고등을 돌리는 검은 책 지휘차량 뒤로 경찰 수송용 버스들이 줄지어 있었다. 골목에는 경찰들이 깔려 있었다. 특히 쇼쿠안거리로 가는 길목의 골목에는 많은 경찰들이 배치된 사이에 피켓 등을 가슴에 품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도 보였다. 하지만 시위는 시작되지 않고 있었다.

경찰들이 많이 모여있고, 그 사이로 웅성거리는 사람들이 있자 길을 가던 이들도 발걸음을 멈추고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하지만 시위는 여전히 이뤄지지 않았다. 10분, 20분…. 몇몇 사람들이 웅성거렸으나 수가 많아지지 않았다. 귀국을 위해 공항으로 가야 할 시간도 다가오고 있었으나 여전히 시위는 시작되지 않았다.

▲ 신주쿠 시위에 대비 경찰들이 배치돼 있다.
혹 이미 쇼쿠안거리에서 시위가 이뤄지고 있는 것은 아닐까? 이런 생각이 불현듯 떠올라 신주쿠 서쪽 대로를 벗어나 쇼쿠안거리로 가는 길을 찾아 나섰다. 하지만 서둘러 찾은 쇼쿠안거리는 조용할 뿐 시위대의 모습은 없었다. 가끔 광고 차량이 마이크를 달고 소리를 내면서 지나가 시위대인줄 착각하게 만들기는 했으나 거리를 다 지날 때까지 시위대의 모습은 볼 수 없었다.

일본 동경에 한국인들이 밀집한 쇼쿠안거리가 있듯이 한국에도 일본인들이 밀집해 있는 지역이 있다. 서울의 동부이촌동이다. 가령 이 지역을 한국의 우익들이 피켓을 들고 ‘일본인은 물러가라’ ‘일본인을 죽여라’ 하는 섬뜩한 구호를 외치고 돌아다니면, 일본 정부와 일본 사람들 다수는 어떤 느낌을 받을까? 그게 한번이 아니고 여러 차례 이뤄지고, 심지어 일본인학교 앞에서 일본인 학생들을 상대로 이런 시위가 이뤄진다면, 일본인들은 어떤 심경일까? 그리고 그것을 한국 정부가 계속 방치하고 있다면 일본 정부는 과연 가만히 보고만 있을 것인가?

역지사지라는 말이 있다. 서로 입장을 바꿔서 생각해보라는 것이다. 최근 일본 법무성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3년반 동안 일본에서 한국인 등을 상대로 한 헤이트스피치 시위가 1,152회 열렸다고 한다. 이들 시위중 40%가 동경을 중심으로 한 수도권에서 열렸으며, 한국학교 등 어린 학생들을 상대로도 열렸다는 것이다.

이러고도 과연 일본이 선진국이라고 할 수 있을까? 마침 일본 자민당과 공명당도 민주당 등 야당들의 뒤를 이어 헤이트스피치를 금지하는 법 제정에 동참하기로 했다는 소식이 나오고 있다. 이제야 정신이 바로 드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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