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은 부처님 오신 날 행사가 있는 달이다. 이 때에 동북아 지역 불교신앙의 중심인 선종(禪宗) 사찰정원으로 떠나보는 것도 큰 의미가 있을 것 같다.
일본의 선종은 중국 송(宋)과의 교역으로 전래되어 가마쿠라시대에 정착했다. 선종 수행을 통해서 자기 내면에 있는 부처를 발견하여 깨달음에 이르는 것을 가장 큰 목적으로 한다. 료안지(龍安寺)는 일본 교토부(京都府) 남부에 있는 선종 사찰이다.
1450년에 무로마치 막부의 무사 호소카와 가쓰모토가 이곳에 살던 귀족 후지와라의 별장을 개조하여 만든 선종 임제종(臨濟宗) 사찰이다. 돌과 모래만으로 이루어진 정원이 매우 유명한데, 이러한 가레산스이(枯山水) 정원은 15세기에 선종 전파를 위해 만들었다. 일반 정원에서 볼 수 있는 물, 나무는 전혀 찾아볼 수 없고 모래 위에 풀 한 포기 없이 흰 자갈, 이끼, 돌 만 있다.
료안지는 물결무늬의 흰 모래 위에 15개의 돌을 배치했다. 이 돌들은 어느 방향에서나 전체가 다 드러나지 않는다.
흰 모래 위에 크고 작은 자연석을 세워 조합하면 하나의 관념의 세계가 태어난다. 산봉우리에서 폭포가 떨어져 계곡을 이루며, 커다란 강에 합류하여 바다에 다다른다. 이러한 바다에 떠있는 섬들 하나하나가 바로 불국토가 된다. 선승들은 이러한 자연과 대면하면서 자신의 존재를 명상한다. 보이지 않는 것 속에서 보고, 들리지 않는 것을 들으며, 자기 존재를 부정하면서 자신을 세우는 선종의 이념이 곧 돌덩어리에 불과한 경물(景物)들을 가레산스이(枯山水)로 받아들이게 하는 것이다.
가레산스이 정원을 찾는 관람객도 수행하는 선승처럼, 자기 존재를 부정하면서 자신을 세우는 깨달음의 경지로 이끌리게 되는 것 같다. 가레산스이는 한국, 중국 사찰에서는 볼 수 없는 일본만의 독특한 정원양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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